“소년원 간 멀쩡한 아들, 시한부로 돌아왔다”
  • 최예린 인턴기자 (rambutan0708@gmail.com)
  • 승인 2018.01.30 14:11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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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환자에게 변비약 처방해 병 키워

 

“청천벽력과 같았습니다. 채 스무 살도 안 된 아들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의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이성열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1월15일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기자와 만난 이씨는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들의 갑작스러운 응급실행으로 한 차례 약속시간을 늦춘 뒤였다. 최근 아들의 사연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달린 악성 댓글로 상처는 더욱 커졌다. 더 이상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던 그를 간신히 설득했다.

 

이씨의 아들 이아무개군(18)이 대장암 시한부 판정(3기말)을 받은 것은 5개월의 소년원 생활을 마치고 나온 지난해 11월초였다. 이군은 소년원 생활 내내 아픔을 호소했지만 춘천소년원은 변비 치료만 진행했다. 실상은 단순 변비가 아니라 대장암이었다. 학창 시절 방황의 결과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가혹한 결과였다.

 

이아무개군이 복역했던 춘천소년원 © 시사저널 임준선


 

“한두 달 전 발견했으면 충분히 치료 가능”

 

이군은 금품을 갈취해 지난해 5월 서울소년원에 수감됐다. 곧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춘천소년원으로 이감을 신청했다. 기술을 배우고 사회에 나와 바른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 이군은 별문제 없이 소년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모범수로 선정돼 6개월이었던 수감기간보다 짧은 5개월을 복역하고 나올 수 있었다. 이씨는 “부모 입장으로 자식의 잘못을 두둔할 수는 없었고 소년원에서 깊이 반성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군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춘천소년원 생활 중이던 7월초. 이군은 소년원 담임선생을 통해 지속적으로 복통을 호소했고, 소년원 내 의무과 진료를 받았다. 이군은 “(의무과에서) 배에 변이 차서 소화가 안 되는 거니 변비약을 먹으라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2~3일에 한 번꼴로 의무과를 방문했다. 4개월 동안 31회에 달하는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약을 복용해도 증상은 악화될 뿐이었다. 그 사이 4개월 동안 체중은 40kg 가깝게 줄어들었다. 9월 들어서는 한 달가량 변을 보지 못했다.

 

이군은 소년원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고통을 호소하면 아픈 척하지 말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는 것. 이군은 “의무과 가려면 두번, 세번 얘기해야 데려다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이씨는 소년원에 이군의 외부진료를 강력히 요청했다. 그로부터 20여 일 후에 이군은 춘천의 한 개인 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X선 촬영과 피검사 결과에서도 이군은 변비로 진단받았다. 고통은 계속됐지만 변비약 이외에 다른 처방은 받지 못했다.

 

이군은 10월31일 소년원을 나오자마자 병원부터 들렀다. 그만큼 고통이 심했기 때문이다. 시내 병원에서는 CT(컴퓨터단층촬영) 촬영 후 암이 의심된다며 더 큰 병원에 갈 것을 권고했다. 곧장 대학병원으로 갔지만 이군의 몸은 대장내시경을 삽입할 수 없을 정도로 종양이 퍼진 상태였다.

 

조직검사 결과, 이군은 대장암 3기말 판정을 받았다. 수술해도 1년을 살기 힘들다는 말도 뒤따랐다.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었던 이군이었기에 시한부 진단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씨는 “그때는 애한테 얘기도 안 했다. 암 걸렸다고 얘기하지 않고 수술했다”고 회고했다. 이어서 그는 “수술 부위는 잘 제거됐지만 항암치료 해도 2년 살면 잘 사는 거라 했다”고 전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이씨는 소년원의 늑장대응을 비판한다. 그는 “우리 아이를 진찰한 대학병원 의사는 ‘나이 많은 환자들은 암이 퍼지는 속도가 느리지만 젊은 사람들은 훨씬 더 빨리 퍼진다’고 했다”며 “이는 한두 달이라도 일찍 병원에 왔으면 훨씬 나았을 거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그런 부분을 소년원에서 해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2017년 7월 건강했던 이군(왼쪽 사진 오른쪽)과 4개월 후 40kg이 빠진 이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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