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질주, 이면에 드리운 불안한 그림자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1.31 09: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조원대 영업적자 메우기도 급급한데 인사 사고까지…‘김범석 신화’ 흔들

 

“2017년은 신기록을 세웠던 한 해다. 특히 지난해 12월은 역대 최대 GMV(총 거래액)를 달성했다. 1월에는 더 좋은 기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리차드 송 쿠팡 CFO가 최근 사내 통신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이커머스 업계가 평소 실적공개에 소극적인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쿠팡의 CFO가 공식 집계도 되지 않은 실적을 공개하며 ‘축포’를 터트릴 만도 했다. 2017년 쿠팡은 처음으로 매출 3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1조원 클럽’에 가입한지 2년여 만에 또 다시 매출이 3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2016년 매출 1조9159억원과 비교해도 60% 정도 성장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4년 로켓배송 제도를 도입하며 소셜커머스 업계의 신화가 됐다. ⓒ전영기


김범석 대표가 2014년 3월 세계 최초로 도입한 ‘로켓배송’ 강화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로켓배송은 많이 팔리는 상품 위주로 대량 구매한 뒤 자체 물류센터에 보관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다음날 배송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후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들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고, 쿠팡의 실적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매출 1조원’ 클럽 가입 2년 만에 3조원 돌파 

 

쿠팡이 소셜커머스 업계 1위에 오르는 데 ‘쿠팡맨’이 숨은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김범석 대표의 리더십 역시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시사저널이 매년 10월 창간호 때 각 분야 전문가 1000명을 상대로 ‘차세대 리더’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김 대표는 재벌 후계자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쿠팡의 내부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결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최근 2년간 쿠팡은 1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의 매출은 2015년 1조1338억원에서 2016년 1조9159억원으로 7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영업적자는 5470억원에서 5652억원으로 오히려 확대됐다.  

 

쿠팡 측은 언론에서 “장기적인 플랜을 통해 이미 예상했던 적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쿠팡의 한 관계자는 “마케팅이나 광고처럼 소진해서 없어지는 적자가 아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과정에서 나온 과도기적 산물”이라며 “매분기, 매월, 지금 이 순간에도 쿠팡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가 완료되고 시스템이 확립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년간 영업적자만 1조원대…쿠팡 측 “예상했던 적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해에도 쿠팡이 대규모 영업적자를 이어갈 경우 기존의 투자금액과 자본이 바닥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세콰이어캐피탈과 블랙록,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 달러와 3억 달러, 10억 달러를 투자 받았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14억2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까지 대규모 영업 적자가 이어지면서 유치한 투자금의 대부분이 소진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월 쿠팡이 핵심 자산인 물류센터와 상품 재고 등을 담보로 골드만삭스 특수상황그룹(SSG)에 3000억원을 대여해 우려의 시각이 더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 투자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은 없다”며 “5000억원을 펀딩 받는데 성공해도 마찬가지다. 유통 공룡인 신세계가 최근 5000억원을 투자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대규모 영업적자가 이어질 경우 ‘밑빠지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지난해 2~4월 구조조정 차원에서 쿠팡맨들을 대거 해고시켰다. 전·현직 쿠팡맨 76명으로 구성된 쿠팡사태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전체 쿠팡맨 2237명 중 9.7%인 216명이 이 시기 회사를 떠나야 했다.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 2017년 8월 국회 정론관에서 쿠팡 직원들과 함께 노동조합 설립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물류센터서 직원 사망 사고 겹쳐 ‘전전긍긍’ 

 

회사 측은 당시 “일방적인 해고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책위 측은 “비정규직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인력 물갈이”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강병준 당시 대책위원장은 “계약해지가 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김범석 대표를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이들은 최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국회에서 시위를 갖는 등 사측을 상대로 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8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쿠팡물류센터에서 인사사고가 발생했다. 이곳 물류센터에는 현재 보행자용 출입구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직원들은 대형 화물차와 함께 출입구를 오가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사고가 난 날도 자회사 직원 A씨가 물류센터에 들어서던 화물차에 치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경찰은 이 사건을 보행자와 화물차 통행이 구분되지 않은 하나의 출입로로 다니다 보행자가 8m 정도 화물차에 끌려 머리를 다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11조에 따르면, 주된 목적이 하역운반기계용인 출입구에는 인접해 보행자용 출입구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 또 출입구에 비상등을 포함한 경보장치를 설치해 근로자에게 위험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이런 안전조치를 무시하면서 발생한 ‘인재’일 수 있는 것이다. 

 


쿠팡 측 “고용부로부터 조사 통보 받은 바 없다”

 

고용노동부도 현재 쿠팡 측에 대한 사법조치를 검토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반사항이 없는지 확인 중”이며 “조사 과정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사법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쿠팡은 안전을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쌓아온 김범석 대표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날 수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은 “쿠팡맨 사태는 이미 지난 사건으로 내부 평가 과정을 변경하면서 발생한 이슈다. 대책위에 참여한 사람들 역시 일부로, 전체 쿠팡맨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김 대표에 대한 고소건이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동일 사안으로 고용부에 접수된 진정서가 최근 무혐의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발생한 물류센터 사고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면서도 “사고가 퇴근 시간 이후 사업장 밖에서 일어난 것으로 내부에서 파악하고 있다. 아직까지 고용부로부터 어떠한 조사 통보도 받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