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文대통령, 독자적 개헌 카드 뽑기 어려울 것”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1.31 15:17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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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력구조 새 틀 짜는 김재경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위원장

 

권력구조 개편은 여야 모두에 중요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개헌은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개헌이 정치권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 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를 놓고 “관제 개헌”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반(反)개헌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등 차기 권력을 놓고 여야가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의 헌법은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한 1987년 제9차 개정헌법에서 출발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헌법을 요구하는 국민적 열망은 어느 때보다 높다. 검사 출신인 4선의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진주시 을·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새로운 권력구조를 만드는 개헌특위 위원장에 선임돼 개인적으로 어깨가 무겁다”면서 “여야 모두 개헌 저지가 가능한 상황이니만큼 충분한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경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 © 시사저널 박은숙

 

1월15일 열린 첫 회의부터 여야 간 입장차로 뜨거웠다.

 

“이번 특위는 분명 법률적으로 처음 시작하는 건데, 이미 작년에 개헌특위도 있었고 정개특위도 있었다. 그 성과물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인가, 완전히 새롭게 시작할 것인가를 놓고 입장 차이가 있다. 그런데다가 국민적 관심도 높아 정치권에서 현실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됐다.”

 

 

여당에서는 현 정국을 개헌(改憲) 세력과 호헌(護憲) 세력의 대결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알기로 자유한국당에서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 손 들라고 하면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건 국민들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프레임이라 본다.”

 

 

대통령이 개헌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지난 정부 때도 있었던 일이다. 더군다나 이건 대선 공약이다. 그런 관점에서 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그 의견에 동의한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후에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내용이 주된 것이었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에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고 보는 것 아니겠는가? 나 개인적으로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약간 생각을 달리한다. 개헌은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바다. 떨어진 후보야 부담이 없겠지만, 문 대통령에게 개헌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국민적 요구가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고치라’라는 것이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그 정도 언급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4년 대통령 중임제’까지 말한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기를 강조한 것도 특위 위원장 입장에서는 좀 아쉽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관제 개헌’ 주장과는 좀 견해가 다른 것인가.

 

“문 대통령의 개헌 발의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원내 1, 2당은 다 100석 이상 의석을 갖고 있다. 상대방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두 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안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안 될 걸 뻔히 알면서 문 대통령이 한 번만 쓸 수 있는 개헌 카드를 뽑을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본다. 국회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통령발(發) 개헌은 가능하지 않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가는데.

 

“여당 입장에서야 반개혁 세력으로 프레임을 짜고 낙인을 찍고 싶겠지만 실체에 부합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까? 자유한국당도 기본적으로 개헌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내용에 있어서 합의를 하고 누가 주체가 돼 개헌을 추진할 것인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을 하지 않고 왜 가이드라인을 던지느냐, 그것에 대한 공세라고 봐야 한다.”

 

 

두 번째 개헌특위다. 6개월 안에 합의점을 마련할 수 있을까.

 

“개헌특위의 운명은 두 가지다. 만약에 문 대통령이 헌법 카드를 뽑는 순간, 이 특위는 식물특위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6월이 마지노선일 수는 없겠지만 개헌 성사의 촉매제 역할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뒷문이 어느 정도 닫혀 있다면 국민들이 보는 눈도 있고 열망도 알고 있으니 정부 여당이 원하는 6월까지는 안 될지 몰라도 판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당은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지방선거 때 동시에 개헌 관련 국민투표를 하자고 한다.

 

“그건 ‘마이너’한 문제 같다. 이해관계자가 워낙 많아서 어떤 국가예산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없겠지만 과연 1200억원이나 드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인가.

 

“문 대통령이 시한을 못 박은 걸 꼭 그때까지 해야 한다는 걸 전제로 말한 거라고 보지 않는다. 문 대통령도 그런 유연함을 갖고 이 문제를 풀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는 6월이냐 연말이냐 등 시기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연말까지 시기를 늦추면 합의안이 나올 수 있으리라 보는가.

 

“가령 10월에 합의안이 나온다면 누가 6월을 고집하겠는가. 내 생각에는 6월쯤 가면 상당히 윤곽이 나올 것이다.”

 

 

자유한국당도 청와대가 6월이라는 시점만 고수하지 않는다면 개헌 추진에 적극 나서리라고 보는가.

 

“우리는 6월이라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합의만 된다면 6월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걸 여당에서 받아준다면 안 될 게 뭐가 있겠는가.”

 

 

일부에서는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개헌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우리 당에서 개헌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내용과 폭에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개헌은 모두 원하는 바다.”

 

 

지방분권, 권력구조 등과 관련해 여야 간 시각 차이가 있는 것인가.

 

“다른 건 몰라도 정부 여당이 지방분권에 지나치게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쉽다. 정치권이 원하는 것은 중앙에 집중돼 있는 이 권력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나누느냐 아닌가. 그런데 최근 논의되는 것을 보면 지방권력 대 중앙권력 이런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지방권력을 강화하고 나눠줘야 할 정도로 큰 나라인지 모르겠다.”

 

 

차제에 권력구조 개편 말고 다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너무 이념적인 것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실용적이고 규범적인 것을 다뤘으면 좋겠다. 이념적으로 가느니, 전문에 무슨 사건을 넣고 무슨 사건을 빼야 한다며 갈등한다. 우리나라 질서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도 말이다. 하다 안 되면 그런 건 싹 빼고, 실제 나라를 운영하는 데 기준이 될 수 있는 규정을 넣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이상적인 권력구조는 뭐라고 보는가.

 

“4년 중임제가 외형적인 틀에서 맞다고 본다. 내면적인 면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는 것이 좋다. 큰 골격은 내·외치를 구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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