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는 홍종학 중기부 장관, ‘봇짐’을 들다
  • 차여경 시사저널e. 기자 (chacha@sisajournal-e.com)
  • 승인 2018.02.08 13:45
  • 호수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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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취임 석 달간 현장 찾아 스킨십…다음 행보는 ‘민간 벤처 생태계’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지 60여 일이 지났다. 지난해 11월21일 홍종학 장관(59)은 우여곡절 끝에 중기부를 이끌 첫 번째 수장으로 임명됐다. 마침내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다. 홍 장관뿐 아니라 중기부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중소기업청에서 승격한 중기부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요즘 관가에서는 홍 장관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를 만나려면 시장으로 가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는 취임 후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부르는 현장이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장과 전통시장 등 업종도 다양했다. 지금까지 홍 장관은 수도권 외에 충청과 경남 지역 등을 방문했다. 최근엔 벤처 유관단체 행사나 코이카(KOICA) 스타트업 지원 설명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코드인 ‘일자리’와 ‘최저임금’에 맞춰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평가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홍 장관의 첫 번째 공식 현장방문은 새해 첫날이었다. 그는 1월1일부터 서울 신원시장을 방문해 전통시장 안전점검에 나섰다. 이어 11일에는 서울 창신동을 방문해 의류제조 소공인을 만났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토론회를 나눴고, 화재가 일어난 청량리 전통시장을 찾았다. 주말이던 21일엔 인천 수출 중소기업을 방문한 데 이어,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대기업 협력사와 대전 정동 인쇄소공인 집적지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홍종학 장관(왼쪽)이 1월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중소상공인위원회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새해부터 전통시장 방문해 현장 목소리 청취

 

그가 기꺼이 봇짐을 들고 현장에 나선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과 맞물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였다. 2018년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오른 7530원. 최저임금대로라면 근로자들은 월급 157만3770원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정부가 30인 미만 업체 사업주에게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다만 근로자들은 고용보험 가입이 필수로 돼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에 올해 예산 2조9708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일자리안정자금 제도의 엇박자를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근로자 30인 이상을 두고 있는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부담이 그대로지만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월급 190만원 이상을 주고 있던 사업주도 마찬가지다. 상여금이나 숙식수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사업장은 1만2169곳에 그쳤다. 당초 정부 예상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홍 장관이 선택한 해결책은 ‘현장 돌파’였다. 홍 장관은 현장을 방문하며 누누이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을 강조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우려하는 것을 직접 듣고 해결책과 개선안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정책도 독려했다. 홍 장관은 “현장을 방문해 보면 대부분 사업주와 상인들이 일자리안정자금이나 중기부의 지원책을 잘 모르고 있다. 홍보를 위해 장관이 직접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관의 행보는 중기부 공무원 모두에게 현장 스킨십을 늘리는 효과도 발휘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유관단체가 요청하면 찾아가는 지원사업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일자리안정자금 홍보주간을 정해 매주 현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새로 도입했다. 중기부의 한 관계자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엔 홍 장관이 직접 중소기업이나 영세 상인을 만나는 일정이 잡혀 있다”며 “정책이 자리 잡기 전까진 (현장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기업과 소통하겠다’는 洪의 다음 행보는?

 

중기부의 다음 과제는 창업과 벤처기업이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쏠린 관심을 창업과 벤처기업에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공유경제 진입장벽, 신산업 규제 문제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운수교통법, 식품법, 숙박법 등 켜켜이 쌓인 규제들이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심지어 법적 소송까지 간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혁신성장을 위한 엔진에 시동을 걸어야 할 시기라는 것은 중기부도 동의하고 있다. 석종훈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56)가 새롭게 창업벤처혁신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중기부 전열이 재정비됐다. 1월31일 중기부는 ‘민간주도 벤처생태계대책’을 발표했다. 사행성이나 도박을 빼고는 벤처기업확인제도 금지업종을 없애고, 벤처투자법도 새롭게 개정해 일원화했다.

 

이날 홍 장관은 “중기부는 계속해서 달려가겠다. 정부에서도 강한 의지를 갖고 규제 완화를 해 나가려고 하는데 여러 문제들과 마주친다. 정부의 기본적인 방침은 벤처기업을 위해 새로운 것을 일단 허용해 주자는 것”이라며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채널이 많이 부족하다. 대화를 할 수 있는 마당을 연다고 해서 대화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모임을 만들면 중기부는 늘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벤처업계는 홍 장관의 행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19대 국회의원 시절, 홍 장관은 주세법을 개정해 이른바 ‘중소기업 맥주활성화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맥주 제조시설 허가 기준이 완화되고 중소기업에 한해 주세율이 30% 이하로 낮춰졌다. 이미 규제를 완화해 본 경험이 있는 홍 장관에게 벤처업계가 거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앞으로도 홍 장관의 현장행보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홍 장관에게 “언제까지 현장을 다닐 거냐”고 묻자 그는 “1년 내내 다닐 거다”고 답했다. 이어 홍 장관은 “매주 중기부에서 일자리안정자금 홍보주간을 만들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홍보 외에도 (장관을) 부르는 중기벤처 현장이라면 찾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을 누비는 홍 장관의 ‘봇짐’은 아직까지도 무겁지만 그의 발걸음은 점차 가벼워지는 분위기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싸늘했던 눈빛이 조금씩 사라지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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