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단일팀 입장에 문 대통령과 김여정 함께 박수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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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동계올림픽…17일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무대는 역시 기대했던 대로 화려하고 성대했다. ​오후 7시부터 2018 평창올림픽 개막식 식전 공연에서 북한 태권도단이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 가운데, ​8시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개막식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이어 전 세계인을 맞이하는 한국의 종소리가 울려퍼지며 개막식 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강원도에 사는 5명의 어린이가 한국의 고대 신화에서 출발해 과거와 미래를 탐험하며 평화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동화 같은 과정이 이어졌다. 뒤이어 등장한 3000여 명의 출연진은 오랜 연습 끝에 아름다운 판타지를 그려냈다. 

 

2월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개막을 알리는 불꽃이 평창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개막식 공연 이후 ​참가국 선수단 입장이 이어졌다. 남북 공동선수단은 92개 참가국 선수단 입장 때 마지막인 91번째로 등장했다.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단의 입장은 관중들로부터 커다란 환호를 이끌어내며 대미를 장식했다. ​이후 평창 조직위원장 연설과 바흐 IOC 위원장 연설 뒤 문재인 대통령의 개회 선언이 이어졌다. 평창 올림픽은 오는 25일까지 앞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평화 올림픽' 될까 기대감도

 

평창 올림픽의 슬로건은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 개막식의 주제는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올림픽인만큼 이번 올림픽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는 특별하다. 북한의 핵도발을 둘러싼 북-미 간 갈등은 올림픽 직전, 최고조에 이른 상태였다. 한반도에 전쟁을 포함한 긴장감이 고조되자 급기야 일부 국가에서 평창 올림픽에 자국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참가국으로 나서고, 남·북한 선수단은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기로 하는 등 남·​북 간 평화무드가 조성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서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해 이번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

 

2월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자리에 앉아 있다. 뒤로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앉았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개막식에 맞춰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며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한과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방한할 고위급 인사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포함되며 북한이 평화적 대화를 위한 제스처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측에서도 폐막식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자 '백악관 실세'로 불리는 이방카를 파견하기로 했단 소식이 전해졌다. 이 둘의 방한이 북미 간 대화국면에 물꼬를 틀 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은 삼지연관현악단을 보내와 2002년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15년 반 만​에 남한에서 북 예술단의 무대가 성사되기도 했다.

 

때문에 평창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란 기대감도 상당하다. 정부는 이런 기대감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9일 오전 ​강릉에서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오찬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에서 열린 남북 간 교류가 다양한 대화로 확대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88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서 개최되는 올림픽

 

평창 올림픽은 ​​한국에서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개최되는 올림픽이자 최초의 동계올림픽이다. 한국은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동계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70년 만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강원도 평창군은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평창으로선 세 번의 도전 끝에 ​거둔 결실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동계올림픽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총 92개국에서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참가 국가와 선수 수에서 모두 동계올림픽 역대 최다인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의 기록을 넘어섰다. 소치 올림픽은 88개국에서 285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참가 선수가 늘어난만큼 메달 수도 늘어났다. 평창 올림픽에 걸린 금메달의 수는 소치 대회보다 4개 늘어난 총 102개다. 동계올림픽 역사상 100개 이상 금메달이 걸린 최초의 대회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행사 관계자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날씨였다. 특히 해가 떨어진 뒤 시작되는 개막식에 한파까지 덮칠 경우 흥행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는 관람객들에게 방한 세트를 나눠주는 등 한파 대비책에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행히 개막식 당일 한파가 한결 누그러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오후 8시께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다. 추위는 여전하지만 한파특보까지 예보됐던 이전에 비하면 추위가 한층 누그러진 셈이다. 평년과 비교해도 다소 높은 기온이다. 기상청은 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스마트기상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개막식의 하이라이트 최종 성화 점화의 주인공은 한국의 스포츠 스타 김연아 선수였다. 올림픽 성화는 개막식 100일 전​인 지난해 11월1일 우리나라에 도착했다.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이라는 슬로건으로 전국 17개 시·도를 밝힌 성화는 최종적으로 평창 올림픽플라자에 마련된 성화대에 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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