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으로 결국 '고래' 토해낸 호반, 돌아서선 웃는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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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손실 드러나 대우건설 인수 포기한 호반건설, 얻은 게 더 많은 이유

 

새우가 결국 고래를 토해냈다.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호반건설 얘기다. 호반건설은 2월8일 “오늘 오전 (대우건설 소유주인) 산업은행에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호반건설은 위기 극복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렸지만, 대우건설의 부실 사업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호반건설이 얻은 게 더 많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대외적으로 위기감을 호소해왔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 시사저널에 “호반건설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내부의 반응은 외부와 차이가 있다”면서 “경영진은 2017년 이후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M&A 등을 통해 호반의 미래비전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대우건설 인수 결정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호반건설 본사. © 연합뉴스



“M&A로 미래비전 찾겠다”던 호반의 대우 인수 선언

 

업계에선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체급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3위를 자랑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반면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3위의 중견기업이다. 매출에서도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매출액은 11조 7000억원, 호반건설은 6조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대우건설 인수는 신의 한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우선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품으면 주택건설 외에 플랜트와 토목 등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의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해외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대우의 3000억 손실 드러나며 결국 인수 포기

  

하지만 결국 호반건설은 인수 계획을 접었다. 그 배경에 대해 회사는 ‘대우건설의 대규모 해외 손실’을 꼽았다. 인수를 포기하기 하루 전인 2월7일, 이날 공시된 대우건설 2017년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이 적힌 걸 발견한 것이다. 호반건설이 써낸 인수 금액(1조 6000억원)의 20%에 달한다. 대우건설의 손실분은 모로코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서 기자재를 다시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우건설 손실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처음부터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대우라는 공룡을 앞에 내세워 인지도 상승을 노렸다는 것이다. 우선 잠재 손실 3000억원은 대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4300억원)으로 천천히 메울 수 있었단 분석이 나온다. 또 인수가로 제시한 액수 ‘1조 6000억원’ 자체만으로 회사의 자금력을 널리 알렸다는 관측도 있다. 




1월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7층 회의실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 관련기자간담회에서 전영삼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수 철회에도 웃는 호반, 다시 우는 대우

 

인터넷에선 “공사비 현금결제로 유명한 알짜배기 회사” “재무구조가 탄탄하기로 유명” “지역기반인 광주에서 잘 나간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호반건설이 인수 적격대상자로 뽑힌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올 2월9일까지 약 3개월 동안, ‘호반건설’ 이름은 언론기사에 대략 2000번 등장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호반건설이 인수 포기를 발표한 2월8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날 대비 8.8% 떨어졌다. DB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KB증권 등 증권사도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금호타이어에 이어 대우건설 매각까지 연달아 실패한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불거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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