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文대통령에게 방북 요청…3차 남북 정상회담 열리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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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청와대 회동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 친서 전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월10일 청와대를 예방한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 대표단인 김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문대통령과의 회동을 위해 오전 10시59분경 청와대를 방문했다.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도 참석했다. 지난 2009년 8월23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 사절단으로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만난 이후 북측 인사가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김일성 일가를 일컫는 이른바 '백두혈통'이다. 백두혈통이 남한을 방문한 것 역시 이번의 최초의 일이다. 김 상임위원장은 북한 헌법상 행정 수반의 지위에 있는 인물로 지금까지 청와대를 방문한 북한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 '백두혈통'으로 남한 최초 방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1층 현관 밖에서 북측 대표단을 맞았고, 문 안쪽에 대기하던 문 대통령에게 안내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과 관련해 김 제1부부장에게 “추운 날씨에 밤늦게까지 고생 많으셨다”고 말을 건넸고 김 제1부부장은 “대통령께서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괜찮았다”고 대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다. ⓒ 사진=연합뉴스

 

접견은 오전 11시께 시작돼 1시간20여분 동안 진행됐고, 북한 대표단의 청와대 방명록 작성을 거친 뒤 낮 12시43분부터 1시간여 동안 오찬 회동이 이뤄졌다.

 

김 제1부부장은 방명록에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고위급대표단 김여정 2018년 2월 10일”이라고 썼다. 김 위원장은 “통일 지향의 단합과 확신의 노력을 기울려 나감이 민족의 념원이다. 김영남 2018. 2. 10”이라고 남겼다.

 

 오찬 음식은 강원도 대표음식인 황태 요리가 메인 메뉴고, 김치는 북한의 대표적인 음식인 백김치, 우리 전통 음식인 여수 갓김치가 나왔다. 후식으로는 천안 호도과자와 상주 곶감이 준비됐다. 건배주는 한라산 소주가 사용됐다.

 

김 제1부부장이 접견실에 들어설 때 파란색 파일이 들려 있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접견 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제1부부장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방북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친서에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며 "편한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했다.

 

 

친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직함 사용

 

 

김정은 위원장은 친서에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며 “​편한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 역시 문 대통령에게 ​ “​이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뵀으면 좋겠다”​며 “​문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답했다.​

 

청와대 회동 하루 전인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북한 김영남 김여정 앞에 앉아 있다. ⓒ 임영무 기자

 

 이 밖에 문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남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어깨가 무겁고, 뜻깊은 자리가 됐으면 한다”​면서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하여”​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금강산과 개성만 가보고 평양은 못 가봤다. 금강산 이산상봉 때 어머니를 모시고 이모를 만나러 간 적이 있고, 개성공단도 가봤다”​며 “​10월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총괄책임을 지고 있었고, 백두산 관광도 합의문에 넣었는데 실현되지는 않았다. 오늘 대화로 평양과 백두산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데 대해 남북이 함께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대표단 방한으로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고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 정착 및 남북관계가 개선됐다”​​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에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답변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군사 훈련 등 여전히 걸림돌

 

역대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 성사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 노무현 전 대통령(2007년) 두 번이다. 특히 이번 경우는 김정은 위원장이 여동생 김 제1부부장이란 메신저를 청와대에 보내 평양 방문을 파격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열릴  한·미 군사훈련을 시작으로 북‧미회담 여부 역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북측은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열릴 경우 모든 대화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북미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 등을 요구하며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월9일 문 대통령 주재로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진행된 리셉션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접촉을 피했다.

 

핵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를 염두해 둔 발언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은 흥정이 대상이 아니다”라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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