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일 지방선거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군 정밀 분석
2018년 최대 이벤트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입니다. 지금 한창인 ‘평창 열기’가 이후 잦아들면 지방선거 뉴스가 그 자릴 메울 겁니다. 광역·기초 단체장과 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뽑아야 합니다. 기본 투표용지는 7장입니다. 만약 3월20일까지 개헌안이 나오면, 국민투표도 해야 합니다. 여기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 유권자라면 투표용지를 한 장 더 받아야 합니다. 최대 9장까지 투표함에 넣어야 합니다.
본지는 설 합병호 커버스토리로 6·13 지방선거를 담았습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후보로 누가 출사표를 던졌으며 누가 던질 건지 취재했습니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부산과 광주, 충남 등 3곳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지역 민심을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의 6·13 선택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경기도의 정치색은 보수 색채다. 역대 경기지사 선거 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민선 지사를 선출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새정치국민회의(현 더불어민주당) 임창열 지사만 중도 성향을 띠었다. 임 지사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역임했다. 임 지사 외 이인제(민주자유당), 손학규(한나라당), 김문수(한나라당) 지사 모두 보수색이 짙었다. 남경필 현 지사 역시 마찬가지다. 오는 6·13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16년 만에 경기지사직을 탈환하는 셈이다.
‘보수 텃밭’ 경기도가 지난해 5월 대선 땐 ‘반란’을 일으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무려 168만 표차로 따돌렸다. 그렇다고 정치 성향이 확 바뀐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중진의원은 “휴전선과 군사도시가 있는 경기도는 역대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다. 지난해 대선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민심이 반영돼 치러졌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경기 도민의 보수색은 언제든 표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18년 2월 현재는 보수 색채가 옅다. “내일 당장 지방선거를 치르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여야를 떠나 지역 인사들은 말한다. 지난 1월초 각종 여론조사도 이재명 성남시장-남경필 경기지사-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그런데 이 시장과 남 지사의 격차가 최대 4배 이상 벌어진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 핵심 측근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전 의원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3철’로 불린다. 양기대 광명시장도 민주당 공천을 따내기 위해 연일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남 지사가 여권 후보들에게 둘러싸인 형국이다.
후보들이 속속 고개를 내밀자 민주당 중앙당도 선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은 2월7일 6·13에 출마하는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를 반영하기로 했다. 당원과 비(非)당원 여론을 절반씩 반영해 후보를 최종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선 권리당원 여론은 전해철 의원이 단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권리당원이 아닌 유권자 여론은 이재명 시장이 앞서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기도당 위원장을 역임한 전 의원은 경기 지역 국회의원들과 원외위원장 상당수를 이미 ‘포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력 면에서 이 시장을 앞선다는 얘기다. 반면 이 시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대선을 거치면서 ‘전국적인 정치스타’ 반열에 올랐다. 2022년 차기 대선주자로도 꼽힌다. 조직력 면에선 전 의원에 밀리지만 인지도 면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 현재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민주당 깃발을 들고 출정할지 주목된다.
정의당, 창당 후 처음 지사 후보 배출할까
민주당에 비하면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진영은 빈약하다. 그나마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남경필 현 지사가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남 지사가 1월15일 복당할 때까지만 해도 전략공천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한국당 안팎에선 “홍준표 대표가 남 지사에게 전략공천을 주는 조건으로 복당을 요청했다”는 관측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략공천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다. 우선 남 지사의 지지율이 이재명 시장에 한참 뒤처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내 경쟁자들도 속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재선 의원 출신인 박종희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 전 의원은 남 지사를 겨냥해 “이재명 시장 지지율의 3분의 1밖에 안 나오는 현직 도지사는 경쟁력을 이미 상실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홍문종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갈수록 한국당 후보군도 두터워지는 형국이다. 남 지사 지지율이 여권 후보에 근접하지 못하면 그만큼 당내 경선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남 지사가 현재까지 가장 유리한 입장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지율 면에서 민주당 후보와 겨룰 수 있는 주자는 현재 남 지사뿐이다. 남 지사의 독주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바른미래당도 전열이 정비되는 설 연휴 이후 후보군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인사로는 5선의 정병국 의원, 3선 이찬열 의원과 재선 이언주 의원 등이 있다. 통합에 반대하며 창당한 민주평화당도 부좌현 전 의원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경기도당 위원장으로 선출된 부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민주당 호남 표’가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주자급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2010년 창당 이후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후보를 못 냈던 정의당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의당이 경기도에 적합한 후보를 세우기 위해 내부 발굴은 물론 외부인재 영입까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후보를 배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