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본사, 챙길 것 다 챙기고 정부 지원도 노리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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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경영난으로 공장폐쇄”... “허(虛)인가 실(實)인가” 논란

한국GM이 준중형차 크루즈와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생산하는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최근 3년간 가동률이 20%에 불과한데다 그마저도 계속된 하락세로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해 공장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조치가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GM은 이미 자금 및 세제 지원과 유상증자 참여 등의 내용이 담긴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2월 말까지 지원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지원이 없을 경우 한국시장 철수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협상테이블에 칼과 장미를 동시에 내밀어 놓은 형국이다. 

 

GM은 한국 정부가 지원을 해줄 경우 최대 30만대 양산이 가능한 신차 생산을 한국GM에 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한국GM의 경영 상황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GM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중대한 결정은 사실상 ‘한국시장 철수’ 선언으로 풀이된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2월6일 한국GM과 관련해 “생존 가능한 사업장으로 만들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비효율적 구조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밝힌 것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한국GM은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챙길 것 다 챙긴 GM, 지원 요구 정당한가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한국GM에 대한 정부 지원 요구가 과연 정당한 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GM이 이미 오래전부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려왔다는 점은 사실이다. 2013년부터 업계에서 한국GM의 철수설이 빈번히 회자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GM의 경영성적표에도 암운이 드리워있다. 2012년 최대(15조9497억원)를 기록한 매출은 지난해 12조2342억원까지 감소했다. 최근 3년간 2조원에 달하는 누적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1분기엔 설립 이래 최초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문제는 재무제표에 드러나는 것처럼 GM이 손해를 봤는지는 미지수라는 데 있다. 그동안 GM은 한국GM으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자금을 챙겨갔다. 한국GM에 3조원을 대출해주고 매년 5%의 고금리를 받아갔다. 매년 로열티 명목으로 1000억원 가량을 가져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본사 차원에서 진행한 연구·개발(R&D) 비용 명목으로 2014년에서 2016까지 1조5500억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이 시기 적자인 1조3000억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여기에 본사에서 부품을 매입해오는 과정에서 고가에 매입해 해외에 저가로 수출했다는 의혹도 규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업계에선 GM이 챙길 것은 모두 챙기고 이제는 정부 지원마저 노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가 한국GM의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으리란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대규모 일자리가 볼모로 잡혀 있어서다. 한국GM 직원과 1·2차 협력업체 등 직·간접고용까지 더하면 한국GM의 철수로 고통을 받게 될 인구는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구축한 지역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부평·창원·군산·보령 일대 지역 경제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언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GM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

 

이런 가운데 정부는 2월13일 한국GM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GM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자리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해서다. 다만 정부는 지원에 앞서 한국GM의 경영 상황에 대한 파악을 선행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향후 실사 및 회계감리 등을 벌인 뒤 그에 따른 지원 여부나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GM의 지난 수년간 경영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GM과 협의할 예정”이라며 “GM도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한국 정부 및 이해관계자와 성실히 협의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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