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롯데…비상경영체제 가동에도 경영권 ‘흔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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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중심 한일지배구조 어디로…日 롯데 독자적 움직임 가능성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롯데가 70년 만에 총수 부재 상황에 놓였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진 롯데그룹은 재판 결과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신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다. 다만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백을 틈타 경영권 복귀를 시도해 ‘형제의 난’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법정구속에 ‘비상경영체제’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회장은 2월13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신 회장이 2016년 3월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부정한 묵시적인 청탁을 하고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제공한 혐의(제3자 뇌물공여)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이 2월13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롯데그룹은 70년 만에 총수부재 상황에 놓였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참담하다”면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무죄를 소명했으나 인정되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판결 취지를 검토한 후 변호인 등과 협의해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공백으로 인한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롯데그룹은 “국민들께 약속한 호텔롯데 상장, 지주회사 완성, 투자 및 고용 확대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큰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된다”면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임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안심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빈의 ‘뉴롯데’ 청사진 전면 수정 불가피

 

신 회장의 실형으로 글로벌 롯데를 꿈꾸는 신 회장의 계획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롯데가 발표한 ‘뉴롯데’의 청사진도 다시 그려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일단 롯데가 경영권 정상화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지주회사 체제 완성과 호텔롯데의 상장도 잠정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다름 아닌 일본 롯데홀딩스(19.07%)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99.28%를 장악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 롯데 연결고리 역할을 해 왔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하면서 구주매출을 통해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율을 낮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구속으로 오너 지배력에서 벗어나게 되면 지분구조상 상장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신 회장이 지난해 10월 밝힌 대대적인 투자 계획도 실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 간 인수‧합병(M&A)과 설비투자, 연구‧개발 등에 4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새 정부의 고용정책에 발맞춰 매년 전년 대비 10% 이상 청년 고용을 늘리고 유통, 식품, 금융과 기타 계열사에 소속된 1만여 명 비정규직 근로자도 3년에 걸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최순실 국정농단에 사태에 사실상 신 회장의 홍위병 역할을 했던 비서실, 대외협력단, 운영실, 개선실, 지원실, 인사실, 비전전략실 등 300여 명으로 구성된 그룹 정책본부의 규모도 대폭 축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유고로 롯데의 ‘새 옷 입기’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작년 12월 경영비리 재판에서 실형을 면했을 때만 해도 롯데는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힘든 시기였지만 당시 신 회장의 집행 유예로 다시 해보자는 분위기였다”며 “이번 실형은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롯데에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2월13일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 ‘형제의 난’ 재현 조짐도

 

신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그간 일단락된 듯했던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또한 신 회장의 구속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며 재기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2월14일 ‘신동빈씨(신 회장)에 대한 유죄판결과 징역형의 집행에 대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신 전 부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대표자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횡령 배임 뇌물 등의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이며 극도로 우려되는 사태”라며 “신동빈씨의 즉시 사임·해임은 물론 회사의 근본적인 쇄신과 살리기가 롯데그룹에서 있어서 불가결하고 매우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을 99%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케미칼과 롯데물산 등의 지분을 다량 보유하며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1.4%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일본롯데홀딩스는 광윤사가 28.1%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최대 주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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