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6개월 선고된 우병우, 국정원 불법사찰 재판 남았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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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징역 8년 구형…재판부, 4개 혐의 유죄 인정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하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2월22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우 전 수석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 최순실씨 등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감찰하지 않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법률적 대응책을 자문해주는 등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국정조사에 불출석한 혐의까지 더해져 모두 9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6년 7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실이 자신의 의혹 관련 감찰에 나서자 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특정 공무원에게 좌천성 인사 조치를 내리도록 문체부를 압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을 검찰에 고발하는 의견을 내라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도 있다.

 

 

국정농단을 방조하고 묵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앞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 권한을 바탕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부처 인사 심사에 개입했고, 민간영역에 특별감찰관을 남용해 국가기능을 심각하게 저해시켰다”며 징역 8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에 우 전 수석은 “이건 누가 봐도 표적 수사”라며 “이제는 저로서도 일련의 상황이 과거 검사로 처리한 사건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9개 혐의 가운데 4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우선 2016년 7월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자신을 감찰하려 하자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안종범 전 수석과 최순실씨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CJ E&M이 고발 대상 요건에 미달함에도 공정위 관계자들을 시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하게 직권을 남용한 혐의, 국회 국정감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으로 나가지 않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016년 상반기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문체부 공무원 7명을 좌천성 인사 조처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는 무죄가 됐다. 재판부는 당시 문체부 내 파벌 문제나 인사 특혜 의혹이 있었던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이 대한체육회와 전국 28개 스포츠클럽에 실태 점검 준비를 하게 한 것 역시 무죄로 봤다.

 

 

재판부, 재판 당시 우 전 수석 태도도 지적


재판부는 우병우 전 수석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외면했다”며 “일말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변명으로 일관하고 반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 전 수석은 수사 과정부터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국민적 반감을 샀다. 불구속 기소된 뒤에도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고, 재판 도중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오자 수 차례 고개를 젓거나 미소를 짓거나 변호인에게 귓속말을 건네는 행동을 보였다. 재판부로부터 “증인신문할 때 액션을 나타내지 말라. 이 부분은 분명히 경고한다”는 내용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정농단을 방조하고 묵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이번 선고가 우 전 수석의 다른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무원과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벌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석수 전 감찰관과 박민권 전 1차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간부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 공직자와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 4일 추가 기소됐다. 또 정부 비판 성향의 과학기술계 인사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동향을 몰래 조사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 측은 "추 전 국장에게 이 전 감찰관의 뒷조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면서 "피고인은 단지 국정원의 정보보고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봤을 뿐이어서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법조계에서는 우 전 수석을 구속시킨 불법사찰 혐의가 직무유기 혐의보다 더 위중하다는 점 때문에 다음 재판에서는 더 무거운 형량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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