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산시당 '성희롱' 은폐 의혹…중앙당 '현장 조사'
  • 부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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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원로 여성 당직자, 추가 폭로 이어져

민주당 부산시당이 패닉에 빠졌다. 50여 년을 평당원으로 지내다 지난해 대선 캠프 당시 부산시당 고문단의 일원으로도 활동한 70대 후반 한 여성 원로 당직자의 '성희롱' 폭로 때문이다. 

 

윤아무개씨는 지난 1950년대 후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에 입당한 뒤 60년 가까이 민주당 후신 정당의 부산시당에 당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평생을 정당 발전에 헌신해 온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대선 직후인 5월께 한참 동생뻘인 부산시당 고문단의 한 남성 고문으로부터 '능멸'에 가까운 모욕을 당했다. 

 

윤씨는 성희롱을 당한 뒤 부산시당의 적절한 조치가 나오지 않자, 가해자가 참석한 고문단 회의에서 해당 사건을 폭로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이로부터 9개월이 지난 2월21일 윤씨는 민주당 중앙당사 여성국의 요청을 받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2월22일 오전에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의 별도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재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진상조사팀은 이날 오후 바로 부산시당에 들이닥쳤다. 

 

민주당 부산시당 당직자들이 올해 초 부산역 앞에서 신년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민주당 부산시당 제공


피해자, "고문단 2명에게 같은 날 잇달아 성희롱 당해"

 

무엇보다 중요한 조사내용은 사건 당시 조직적 은폐 여부다. 피해자 윤씨는 지난 20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대선 직후인 5월12일 부산시당 고문단 월례회 직후 오찬장으로 가던 길에 당했던 성희롱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사무실 인근 한정식집 2층과 3층을 잇는 계단을 올라가던 중 열살이나 더 어린 고문 한명이 허벅지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이리저리 휘저었다는 게 윤씨의 주장이다. 윤씨는 "벌벌 떨리면서 부끄럽고 창피해 소리치지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씨는 22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도 "어제(21일) 이같은 사실을 중앙당 여성국 조사에서 그대로 얘기했다. 당시 가해자 출당이나 제명을 요구했지만, 묵살된 과정을 낱낱이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당은 지난 19일과 20일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시당은 사건을 인지한 지난해 9월6일 가해자를 윤리심판원에 제소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해 피해여성과 고문단으로부터 사건 발생 경위와 당시 상황 등을 청취했다"며 "윤리심판원은 9월16일 회의를 개최해 피해자 본인이 가해자의 사과와 고문단 해체 외에 어떠한 처벌이나 공론화를 원치 않아 불문 종결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씨는 22일 "당시 부산시당에서 나의 요구를 듣지도 않고, 사건을 무조건 덮으려 했다"며 "최근 가해자가 구의원 선거에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의 화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고 반박했다.

 

윤씨는 또다른 성희롱 사실도 추가로 폭로했다. 그는 "성추행을 당한 그날 식당 계단 입구에서 혼자 올라가기 힘들어 옆에 있던 고문에게 팔을 부축해 달라고 부탁해 같이 가는 도중에 '다른 사람들은 3만원에도 자고, 2만원에도 잔다고 하더라'며 뜬금없는 얘기를 해서 놀랐다"고 털어놨다. 피해자 윤씨는 "그때는 '이상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가해자) 두사람이 친한 사이로 나를 일부러 곤욕을 치르게 한 것같다"고 전했다. 이들 두 사람은 대통령 선거 직전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으로 옮긴 인물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당, 피해자 진술 곡해 '거짓 보도자료 배포' 의혹 

 

또다른 문제는 최근 문제가 다시 불거진 이후 부산시당의 대응방법이다.

 

민주당은 세계일보의 첫 보도와 관련, '허위사실 기사 관련 정정보도를 요구한다'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당은 "해당 기사가 나간 이후 피해 여성에게 확인한 결과 보도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며, 기자가 피해 당사자에게 사건 처리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같은 해명은 윤씨의 말에 따르면 거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보도 이후 부산시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사건 이후 '가해자를 형사고소하면 기사화되니, 당에서 가해자를 (제명이나 출당으로) 처벌해달라'고 그때도 얘기했고, 지금도 그런 입장이라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이 다른 매체들의 후속보도를 막는 데 급급해 윽박질에 가까운 보도자료를 발표했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윤씨는 "가해자들은 대선 직전에 새누리당에서 당적을 옮긴 인물로, (사건 한달 전 식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용서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을 내가 맞받아쳤던 게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다"며 "당에서 가해자를 출당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지금도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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