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산·국유지 마음대로 사용한 기업 ‘블랙리스트’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8 16:18
  • 호수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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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금호·대림 등 토지 불법 전용 10개 기업 추가 확인

 

농지와 산지 등의 불법 전용은 이미 오래된 논란거리다. 한편으론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효과적인 국토 운용을 위해 토지를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토록 하고 있다.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용부담금을 내고 정상적인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토지가 불법으로 전용되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 그 실태는 시사저널이 앞서 보도한 기사에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제1408호 ‘[단독]농지든 산지든 자기 입맛대로 사용한 기업들’, 제1434호 ‘[단독]아모레·한진·코오롱·오리온·롯데 등 불법 토지 전용 논란’ 참조).

 

이들 기사에는 토지를 불법 전용한 대·중견기업 23곳의 사례가 담겼다. 농지나 산지를 용도 외로 불법 전용해 사용하거나, 심지어 국유지를 무단 점용한 일도 있었다. 토지 불법 전용은 농·산지관리법 등 관련법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앞선 사례에 이어 이번에도 10개 기업의 불법 전용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리스트에는 중견기업들은 물론 내로라할 대기업들도 사명(社名)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 기업 역시 농·산·국유지 등을 용도 외로 무단 사용하다 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 일러스트 정찬동


 

롯데·금호·대림 등 대기업도 토지 불법 전용

 

대기업 중에선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이 눈에 띈다. 진천공장 내 ‘진천군 덕산면 구산리 산43-7·산49번지’ 등 산지를 불법 전용하고 묘지인 ‘구산리 344-3번지’에 각종 자재를 적재해 놓은 것이 문제가 됐다. 다만 롯데알미늄은 1994년 공장을 인수해 그대로 사용해 왔으며 불법 개발은 없었다는 입장을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또 다른 계열사인 롯데푸드의 횡성 파스퇴르 공장도 국유지(구거)인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1732-1번지’ 일부를 주차장 등으로 사용하다 변상금이 부과된 바 있다.

 

한때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사였다가 최근 중국 더블스타타이어에 매각된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이 농·산·국유지를 모두 무단 전·점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광주공장 내 농지인 ‘광주 광산구 송정동 1110-1·1007-1번지’와 국유지인 ‘송정동 1006-7번지’에 건물이 올라가 있었고, ‘송정동 1145-23번지’는 아스팔트로 포장돼 컨테이너 적재소로 사용됐다. 당국은 농·산지의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도록 하는 한편, 국유지 무단 점용에 대해서는 변상금을 징수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앞서 퍼포먼스센터 내 농지 ‘광주 광산구 선암동 1-27번지’를 주차장으로 개발한 사실이 당국에 발견돼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대림가(家) 방계기업인 대림통상은 인천의 도비도스 공장이 문제가 됐다. ‘인천 서구 금곡동 150-4번지’ 일대 6필지 지목이 ‘상답(자연녹지대)’임에도 콘크리트를 타설해 정문 진입로와 주차장 등으로 이용해 온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3필지는 대림통상의 소유였지만, 나머지 3필지는 국유지였다. 당국은 조사 결과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견기업 중에선 식품업체가 가장 많아

 

중견기업 가운데서는 식품업체가 가장 많았다. 특히 이들 업체는 공교롭게도 과거 토지 불법 전용이 적발된 전례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최근 ‘갓뚜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오뚜기그룹이 대표적이다. 앞서 계열사 오뚜기라면의 경우 평택공장 내 ‘평택시 안중읍 용성리 산44-6번지(산지)’ 일대를 훼손하고 건축물을 세운 사실이 밝혀져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계열사인 오뚜기식품 삼남공장이 도마에 올랐다. 공장 내 농지인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방기리 1150-12번지’를 아스팔트로 포장해 물류차량 주차장 등으로 사용하다 적발돼 변상금이 부과된 것이다.

 

샘표식품은 이번에 이천 기술연구원 인근 산지를 용도 외로 사용한 사실이 덜미를 잡히면서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문제가 된 곳은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산16-1·산16-3·산16-1번지’ 등 세 필지다. 샘표식품도 오뚜기와 마찬가지로 과거 농지인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175-9·174-11번지’에 정문과 출입구와 진입로를 조성하고, ‘매곡리 230번지’를 도로와 주차장, 휴게용 컨테이너 적치장으로 사용하다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바 있다.

 

2011년 LG생활건강에 인수된 해태htb(舊 해태음료)도 산지인 ‘천안시 동남구 구룡동 산32-4번지’ 일대를 천안공장의 일부로 개발한 것이 문제가 됐다. 녹지여야 할 이곳은 상당 부분의 나무가 뽑히고 평탄화돼 공장의 뒤뜰로 사용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현장 확인 결과, 불법 사항을 발견하고 현재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태제과식품 역시 앞서 대구공장 부지 상단이 농지인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부호리 124-6번지’ 일부를 침범해 당국의 지적을 받았다. 다만 해태제과식품은 2005년 크라운제과에 인수된 상태다. ‘해태’라는 타이틀을 제외하면, 사실상 서로 무관한 회사인 셈이다.

 

삼표그룹은 이번까지 모두 세 차례의 토지 불법 전용이 불거졌다. 이번엔 주력사이자 레미콘업체인 삼표산업이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리 1145-2번지’를 원주공장 진입로로 이용하다 적발됐다. 당국은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점용료와 변상금을 부과했다. 삼표산업은 앞서 서부공장에서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633-1번지(임야)’를 진입로로 전용해 사용하다 적발돼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또 다른 계열사인 삼표기초소재도 보령공장 내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 305-17번지(목장)’를 아스팔트 포장하는 등 불법 개발이 드러나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사조그룹 계열의 사조산업은 불법 전용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천안공장 내 산지인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판정리 산34-2번지’를 정문 진입로로 개발한 것이 문제였다. 당국은 현장조사 결과, 콘크리트 포장 등 불법 개발행위를 확인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수사기관에 고발했고, 그 결과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서 벌금형을 받았다. 이 밖에 명인제약과 농협목우촌은 각각 KGMP공장(화성시 팔탄면 노하리 1198-1번지)과 김제공장(김제시 금산면 용산리 산141번지) 내 국유지(구거)를 공장 시설 일부로 사용하다 적발돼 변상금을 부과받았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 기본적인 법조차 지키지 않은 기업들의 파행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국 대·중견기업들의 토지 불법 전용 실태를 고발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동안 기사를 준비하면서 확보한 불법 전용 사례가 대·중견기업을 제외하고도 1500여 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토지 불법 전용이 빈번한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일단 전용 허가를 받기 위한 전용부담금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가 1㎡당 5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1㎡당 5만원의 부담금이 매겨지는 식이다. 전용 이후 토지를 매각할 때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상승한 금액의 25% 정도다. 이런 전용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무단으로 토지를 전용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런 불법 전용을 통해 막대한 세수가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본지가 확보한 불법 전용 사례 1500여 건으로만 새어나간 세금이 1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내 농·산·국유지에 건물을 올리는 등 불법개발 행위가 드러나 철거 명령과 함께 변상금이 부과됐고(왼쪽 사진), 사조산업은 천안공장 내 산지를 정문 및 진입로로 사용하다 적발돼 수사기관에 고발을 당했다.

 

당국 미온적 대처에 1000억원대 세액 누수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도 빈번한 토지 불법 전용의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당국은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부 지자체는 집중단속 기간을 정해 놓고 실태 점검을 벌이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상기한 기업들의 토지 불법 전용 실태도 전부 민간 차원의 조사 및 신고에 따라 당국의 조치가 이뤄졌다. 따라서 그동안 농·산지의 불법 전용은 방치돼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시사저널이 확보한 사례 가운데서도 관련법(농·산지관리법 등) 공소시효인 7년을 넘긴 경우가 태반이었다. 공소시효 내라면 당국은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 농·산지관리법 위반 혐의가 입증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반면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 당국이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원상복구 명령이 전부다.

 

토지 불법 전용 단속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지자체는 ‘인력 부족’을 그 원인으로 들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민간의 신고를 이끌어내기 위한 농산지 불법 전용 신고 포상금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농산지 불법 전용 신고를 하면 당국을 통해 수사기관에 고발돼 공소제기·기소중지·기소유예 등이 결정되면 최대 5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되는 식이다. 그러나 불법 전용에 대한 신고가 포상으로 이어진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농지 불법 전용 신고 포상금은 ‘집행사유 미발생’으로 전액 불용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토지의 불법 전용을 미연에 방지할 대책은 물론 이를 적발해 낼 장치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 때문에 토지 불법 전용은 사실상 근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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