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4강전 때 정현 선수의 기권은 ‘옳은 판단’이었다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2 09:12
  • 호수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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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의 생활건강] 물집에는 두꺼운 양말보다 맞춤 운동화와 깔창 필요

 

정현 선수는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4강, 세계랭킹 2위 로저 페더러 선수와의 시합에서 선전했으나 발바닥 부상으로 인해 기권했다. 그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응원한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정작 본인의 심적 고통이 가장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 재활의학과 의사가 볼 때, 정현 선수의 힘든 결정은 미래를 위해 현명한 판단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정현의 발 사진을 보면 대한민국 청년이 거기까지 올라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큰 무대에 나가면 각성상태가 되기 때문에 통증을 잘 못 느낀다. 그럼에도 진통제의 효과가 없을 정도로 통증이 컸다는 것은 상처가 매우 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증은 그만 멈추라는 몸의 경고다. 몸의 경고를 무시하고 통증을 극복하려 들면 돌아오는 것은 부상뿐이다. 정현 선수는 소피아오픈과 뉴욕오픈에 참가하기 힘들다고 한다. 5월 프랑스오픈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가 만약 지난번 호주오픈 4강전에서 욕심을 부리고 경기를 지속했다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쉬었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 선수 수명이 짧아질 가능성도 있다. 프로일수록 조금이라도 무리가 간다고 생각되면 경기를 기권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이유다.

 

발의 물집은 좌측, 우측으로 코트를 누비면서 순간적인 방향전환을 하기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현 선수의 스트로크 위주로 많이 뛰는 플레이 스타일과도 관련이 있다. 남보다 많이 뛰기 때문에 발에 미치는 충격은 더 많아지고, 물집에 취약할 수 있는 것이다. 정현 선수는 인터뷰에서 더 훈련을 많이 해서 발의 물집이 안 잡히게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조금 염려스러운 이야기다. 이런 문제는 훈련을 더 많이 하기보다는 발을 보호하기 위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는 발에 물집이 생기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양말을 두 개 겹쳐 신으라고 조언했다.

 

지난 1월 호주오픈 4강전 경기 도중 기권한 정현 선수가 발바닥 상처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다. © 사진=EPA연합


 

발을 보호하기 위한 대비 필요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나는 정현 선수에게 맞춤 테니스화와 깔창을 준비하길 권한다. 표준과학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인은 발의 좌우가 평균 6mm 차이가 난다. 누구나 신발의 한쪽은 좀 작고 반대쪽은 좀 헐겁다. 본인 발에 딱 맞는 운동화는 정현 선수처럼 극한까지 뛰어야 하는 프로선수들에게는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은 축구경기장의 잔디 길이와 땅의 상태에 따라 깔창을 맞춰 신고 뛰었다고 한다. 테니스도 US오픈과 호주오픈처럼 하드코트인지, 프랑스오픈처럼 클레이코트인지, 윔블던처럼 잔디코트인지에 따라 코트 바닥의 탄력성에 맞는 맞춤 깔창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푹신한 깔창을 신는 경우 순발력이 떨어져 순간적인 이동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선수들이 꺼리는 경우가 있었으나, 요즘은 다양한 소재로 충격을 흡수해 부상은 예방하면서도 순발력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깔창들이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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