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총선’ 6·13 재·보선 승부, 여기서 갈린다
  • 김지영 기자·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5 09:30
  • 호수 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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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총선 6·13 재보선] (上) 하반기 정국 분수령…“‘초대형’ 여당 나오나” 주목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이른바 ‘2단계(level two)’ 카오스계다. 1단계 카오스는 자신에 대한 예언에 반응하지 않는 카오스다. 가령 날씨는 1단계 카오스다. 날씨는 무수히 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지만,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요인을 고려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더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다. 2단계 카오스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 그러므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정치도 2단계 카오스계다. 소련 연구가들은 1989년 혁명을 예측하지 못했고, 중동 전문가들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을 예측하지 못했다. 혁명은 그 정의상 예측이 불가능하다.”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학 역사학 교수의 《사피엔스》에 나오는 대목이다.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정치.

 

그 예측 불가능한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미니 총선’ 급으로 판이 커지고 있다. 재보선 결과가 국회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당,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2당인 의회 권력구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재보선 지역은 서울 노원구 병과 송파구 을, 부산 해운대구 을, 울산 북구, 광주 서구 갑, 전남 영암·무안·신안군, 충남 천안시 갑 등 모두 7곳이다. 여기에 5월14일까지 추가로 의원직을 상실하거나 현역의원의 광역단체장 출마 등으로 공석이 생긴다면 재보선의 판이 10석 이상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민주당에선 민병두·박영선·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이개호 의원이 전남지사 후보로 각각 거론된다. 한국당에선 김광림·박명재·이철우 의원이 경북지사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민주평화당에선 박지원 의원, 바른미래당에선 주승용 의원이 전남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경선을 거쳐 당 후보로 출마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여야는 이번 재보선의 중요성을 감안해 지방선거 못지않게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한국당은 원내 제1당 자리를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현재 국회의원 총 의석수는 296석이고 민주당은 121석, 한국당은 117석이다. 1당과 2당의 의석수 차이는 단 4석이다.

 

국회 관례상 1당이 국회의장직을 차지한다. 또한 의석수에 따라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정수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런 까닭에 야권에선 하반기 국회의장단과 상임위를 6월13일 이후 구성하자고 주장한다. 재보선을 통해 한국당이 1당에 올라서면 하반기 국회 구성에 여러모로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국회의장 자리도 가져갈 수 있다. 하반기 국회 구성은 문재인 정부 개혁 추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재보선 결과가 하반기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재보선은 지방선거와 더불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지게 된다.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을 기반으로 ‘1당 굳히기’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꾸준히 60~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월26~28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前週)보다 0.2%포인트 하락한 65.5%였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6월 선거까지 이어지면 야권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권은 1당 탈환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일합(一合)이 불가피해 보인다.

 

 

​ 1. “적폐청산” vs “정치보복” 프레임

 

재보선 승부를 가를 변수는 많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촛불민심이 재연될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이뤄질지다. 이번 선거에선 대북·안보 정책, 적폐청산,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들에 대한 평가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이란 점을 감안해 ‘중간평가’ 프레임을 부각하기보단 여권의 적폐청산에 맞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리 수사가 국민 사이에서 피로감이 역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선 적폐청산을 지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SBS가 여론조사 기관 ‘칸타 퍼블릭’에 의뢰해 2월11~14일 조사한 결과, ‘이명박(MB) 정부의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적폐청산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응답이 73.3%에 달했다. ‘망신 주기 수사’라는 응답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게다가 검찰은 “다스는 MB 것”이라고 사실상 결론지었다. 횡령과 직권남용 등의 의혹을 사고 있는 MB를 ‘뇌물수수 피의자’로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다. MB가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서고, 만약 구속된다면 야권의 정치보복 프레임이 재보선에서 먹혀들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MB 구속’이 보수층 결집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권이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당은 ‘문재인 포퓰리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교육 중단, 최저임금 인상,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급락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6·13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1당 쟁탈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뉴스1

 

■ 2. 보수 야당의 ‘종북 좌파’ 프레임

 

재보선 판세를 좌우할 단골 메뉴도 있다. 보수 야당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프레임은 ‘종북 좌파’다. 보수층을 결집하는 동력이 될 수 있어서다. 한국당은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주최 올림픽 개막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줄인 점에 대한 젊은 층의 반발을 감안한 것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돼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되며 북·미 관계가 악화할 경우 여당엔 악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북풍을 의도적으로 활용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및 예술단, 고위급 대표단을 참가시키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과도하게 끌려간 것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없지 않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보수정권 9년 동안 후퇴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상당수 국민의 정서다. 종북 좌파 프레임도 해묵은 색깔론, 안보 팔이로 치부돼 국민적 외면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물꼬가 트인 남북대화에 이어 북·미 대화를 이끌어낸다면 그동안 한·미 동맹 균열을 비판해 온 한국당이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북·미 대화에 우리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잘할지, 한 발 더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질지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월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ㆍ1절 기념식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 다음 편에 '미니 총선 6·13 재보선 (下)편이 계속 이어집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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