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파문' 안희정, 평소 "여성 인권" 수시로 강조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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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활동 중단'서 그치지 않고, 형사 처벌 가능성도

안희정 충남지사가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안 지사는 수행비서 성폭행 보도가 나온 지 5시간여 만인 3월6일 새벽1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로 도지사 직을 내려놓겠다"며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3월5일 밤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지난 8개월 간 안 지사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미투' 폭로가 이어지던 2월25일 안 지사가 불러 '미투를 보며 너에게 상처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미안하다'라고 묻고는 그날도 성폭행을 시도해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3월5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관 김지은씨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성폭행 폭로되던 날까지도 "미투 지지"

 

안 지사의 성폭행 혐의가 드러나면서 여론은 그 어느때보다 큰 충격을 받는 분위기다. 안 지사는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의 성폭행이 폭로되기 전 수차례 성폭력 근절, 여성의 사회적 역량 등을 언급해오며 친여성적 발언을 해왔다. ​이런 언행들 탓에 안 지사의 성폭행 혐의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실제로, 김지은 정무비서관의 폭로가 있었던 3월5일 오전에도 안 지사는 공식석상에서 미투 운동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행복한 만남의 날' 행사에 참석해 "최근 확산 중인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민주주의의 마지막 과제​이며, 모두가 인권 실현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연에서 또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중심의 권력질서 속에서 살아왔다"면서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 역설했다.

 

안 지사의 친여성적 행보는 이전부터 자주 있었다. 안 지사는 2013년 충남도청 정기회의에서 CCTV 설치 등 치안 인프라 확충에 노력하겠다며 성폭행·학교폭력·​가정폭력·​부정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 근절을 강조했다. 같은 해에 그는 또 도내 여성단체 회원 등 850여명이 참석한 여성대회를 개최하고 여성의 행복과 인권을 부르짖기도 했다. 2013년 개최한 여성대회에서 그는 "여성이 행복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며 "도는 4대악 근절을 위해 노력하면서 가정·성폭력 예방교육 강화와 안전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지사의 '여성 파워' 강조는 일종의 레퍼토리였다. 그는 공공연히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강조했다. 2013년 한 강연에선 "21세기는 여성성이 주목받는 ‘소프트파워’ 시대"라며 "여성의 참여와 기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끄는 신성장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고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5년에도 송년 기자회견에서도 여성 인권에 대한 강조는 빠지지 않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2016년 초 안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 페미니즘 도서 사진을 올리고 "양성평등은 인류사의 과제"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2016년 허핑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신은 여성주의자인가'란 질문에 "여성주의를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인간주의가 반쪽짜리 남자 중심의 인간주의였구나하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라며 "젠더라는 와이드 브라운관으로 세상을 보는 지금, 훨씬 더 사람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이해하는 폭이 예전보다 훨씬 넓어졌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실 확인되면 형사 처벌 가능성도 높아

 

안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결국 이중적 모습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정무비서관에게 그가 행한 성폭력은 그간 그가 보여온 모습에 '위선'이란 가면을 씌울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 지사 측은 문제가 불거지자 처음에는 성폭력 가해자들의 단골멘트인 "합의된 관계"라는 궁색한 변명도 늘어놔 더 큰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결국 안 지사 스스로 '정치 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에서 정계 은퇴는 물론 자칫 형사 처벌까지 받을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은 김씨의 인터뷰가 방송에 나간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안 지사의 출당 및 제명조치를 결정했다. 경찰은 ​안 지사 성폭행 혐의에 대해 담당서를 지정하고 수사에 돌입했다. ​​김씨가 폭로한 성폭행 피해는 모두 최근 1년 이내 벌어진 일이어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안 지사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안 지사 성폭행 피해를 폭로한 김지은씨는 오늘(6일) 중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안 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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