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3세 승계 핵심 회사의 직원 달랑 ‘1명’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6 16:58
  • 호수 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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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풍’ 휩쓸린 삼양식품, 3세 편법 승계 밝혀지나

 

‘삼양라면’을 생산하고 있는 삼양식품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한창이다. 신호탄은 2월말 진행된 압수수색이다. 삼양식품 본사와 계열사는 물론이고 거래처까지 표적이 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이 받고 있는 혐의는 업무상 횡령이다. 오너 일가가 지위를 이용해 오너가 3세에게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승계 등 부당행위를 벌였다는 것이 골자다. 수사 대상으로는 SY캠퍼스(舊 비글스)·테라윈프린팅·와이더웨익홀딩스·프루웰·알이알 등이 거론된다.

 

 

3세 회사 주소지 사우나장에서 빈 오피스텔로 옮겨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은 SY캠퍼스다. 3세 승계의 핵심 회사로 지목되는 곳이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 전병우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SY캠퍼스는 현재 그룹 지주사인 삼양내츄럴스(舊 내츄럴삼양)의 대주주다. 이 회사가 설립된 것은 전씨가 13살이던 2007년이다. 업종은 ‘과실·채소 도매’로 등록됐다. 그러나 이 회사는 ‘유령회사’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법인등기상 주소지에서 ‘사우나’가 영업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후 SY캠퍼스는 2012년 3월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로 주소지를 옮겼다. 그러나 유령회사 의혹은 여전했다. 이곳 역시 간판도 없는 빈 사무실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특히 전 회장의 최측근인 심의전씨가 SY캠퍼스의 유일한 직원이라는 점도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심씨는 SY캠퍼스·새아침·삼양내츄럴스·테라윈프린팅 등 계열사 대표를 겸임해 왔으며, 경영권 승계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SY캠퍼스가 수사 대상이 아닐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는 무관한 업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SY캠퍼스는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을 통해 곳간을 채워왔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테라윈프린팅이다. 2007년 삼양식품의 라면 등 포장지 사업을 분리해 만들어진 회사다. 테라윈프린팅은 설립 직후 전 회장의 장남이 대주주인 SY캠퍼스에 넘어갔다. SY캠퍼스와 심씨가 지분을 50%씩 보유했다. 테라윈프린팅은 매년 200억원 안팎의 매출 전량을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넘겨받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삼양식품으로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3세에게 넘겨준 셈이다. SY캠퍼스는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2009년과 2010년 삼양식품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삼양내츄럴스 지분 26.9%를 매입했다. ‘SY캠퍼스→삼양내츄럴스→삼양식품→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게 된 것이다. 다만 테라윈프린팅은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2012년 오너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심 대표 외 2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여전히 삼양식품에 매출을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최근 업무상 횡령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 시사저널 포토


 

이외에 와이더웨익홀딩스·프루웰·알이알 등도 검찰수사 물망에 올라 있다. 여기에 테라윈프린팅을 포함해 4개 회사가 지난해 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은 5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 역시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삼양식품 등에 납품하는 가격이 경쟁업체 대비 20~30%가량 높다는 점이 있다. 삼양식품으로서는 계열사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셈이 된다. 이와 관련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납품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삼양식품의 주문에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 업체는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와이더웨익홀딩스·프루웰·알이알 등은 강원도 원주시의 삼양식품 원주공장에, 테라윈프린팅 역시 원주시 문막읍의 삼양식품 유가공공장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해당 공장의 대표 전화번호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와이더웨익홀딩스나 알이알의 경우 업무를 담당할 직원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와이더웨익홀딩스와 알이알의 경우 업무를 각각 삼양내츄럴스와 프루웰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두 차례 통행세 논란으로 공정위 철퇴

 

무엇보다 이들 업체의 사업영역이 중복된다. 프루웰과 알이알은 삼양식품 라면 박스를 공급하는 업체다. 와이더웨익홀딩스와 삼양내츄럴스도 마찬가지다. 와이더웨익홀딩스가 생야채를, 삼양내츄럴스가 건조야채나 향신료 등을 납품하는 등 취급 품목에만 일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들 업체를 굳이 둘로 나눠놓은 이유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계열사를 거래단계에 넣어 이익을 발생시키는 이른바 ‘통행세’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양식품은 앞서 통행세가 적발된 전례가 있어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삼양식품은 2014년 통행세를 챙긴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6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특정 대형마트에 라면을 납품하는 과정에 계열사 삼양내츄럴스를 넣어 수수료를 챙기도록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양내츄럴스는 삼양식품과 2008년부터 5년 동안 1612억원 규모의 거래를 하면서, 이 가운데 70억원을 수수료로 챙겼다. 공정위는 삼양내츄럴스의 오너 일가 지분율이 90% 이상이라는 점을 들어 이 일을 오너 일가에 대한 부당 지원 사례로 판단했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이후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2015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삼양식품이 계열사 에코그린캠퍼스를 부당 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3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은 것이다. 삼양식품 임직원 13명은 대관령 삼양목장을 운영하는 에코그린캠퍼스에서 근무했고, 삼양식품은 7년간 셔틀버스 450대를 무상으로 대여해 준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지원 금액을 인력(13억원)과 차량(7억원)을 더해 총 20억원으로 판단했다. 이때 역시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이 일었다. 에코그린캠퍼스의 오너 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삼양식품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번에는 재판부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와이더웨익홀딩스와 알이알은 각각 사업 분야를 확장해 나갈 계획으로 설립한 회사였지만 실패한 것”이라며 “이후 이들 회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금은 모두 청산 절차를 밟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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