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의료계도 ‘미투’ 폭로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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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 “사건 경위 조사 후 엄중 조치할 것”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집단으로 보고서를 내고 동료 교수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정교수 12명으로 구성된 서울대학교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기획및인사위원회는 “같은 과 A 교수가 학생들과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동료 교수들이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열풍과 함께 불고 있는 ‘위드유(#WithYou, 너와 함께)’ 선언인 셈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1월8일 내놓은 ‘정신과학교실 현안에 대한 교실의 입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A 교수의 성희롱 피해자는 학생과 간호사, 연구원, 전공의, 임상강사 등 다양하다. A 교수는 몇 년 동안 업무상 만나는 여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성희롱과 성폭력을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A 교수는 2013년 10월 정신건강의학과 워크숍에서 여러 명의 간호사가 있는 가운데 장시간에 걸친 성희롱 언행으로 논란이 됐다. 특히 이날 집중적인 피해를 받은 간호사는 이날 충격 때문에 보라매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결국 사직했다고 교수들은 밝혔다. 피해 간호사는 아직도 그때의 상황에 대한 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 교수들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당시 피해자와 목격자들이 그 사실을 병원에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무마됐다. 2014년에는 A 교수가 연구원, 간호사, 전공의, 임상강사 등 여러 직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지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투서가 병원과 인권센터에 접수돼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징계나 후속 조치는 없었다. 지난해에도 A 교수는 술에 취해 여학생들에게 성희롱 언행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A 교수는 “명백한 음해이며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성희롱 문제에 대해 의대와 대학본부에서 사건 당시 조사를 했으나 조사 중 피해 당사자가 원치 않아 중단했다”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병원과 대학이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B 교수도 인턴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쳤다는 주장이 나왔다. B 교수 밑에서 인턴 생활을 했던 C씨는 1999년 3월 회식 직후 B 교수가 술에 취한 자신을 데려다주겠다며 택시에 태운 후 근처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교수를 발로 차는 등 완강히 저항했고, B 교수는 포기하고 방을 빠져나갔다고도 했다. 정신적 피해를 받은 C씨는 인턴을 마친 뒤 미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의사로 재직 중이다. B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C씨가 구토를 하고 몸을 가누지 못해 가까운 호텔 방을 잡아 데려다줬다고 해명했다. 병원 측은 “감사실에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고, 사실로 밝혀지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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