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꽃》 박세영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9 17:00
  • 호수 148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주말극 《돈꽃》 여주인공 '나모현' 역 맡아 열연한 박세영

 

박세영은 평범하다. 생각과 사고, 행동 그 모든 게 평범해서 특별하다. 박세영은 따뜻하다. 툭 던진 질문에 눈을 마주하고 정성껏 답한다. 박세영은 매사에 진중하고 또 그것을 드러내는 방법에 포장이 없다. 고백하건대 그래서 이 인터뷰는 조금 지루하다. 그래서 그녀가 좋기도 하다. 추위가 한풀 꺾인 어느 날, 강남의 한 카페테라스에서 그녀를 만났다.

 

© 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돈꽃》이 최근 종영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뭔가.

 

“일단 자고 싶어요. 잠을 너무 못 잤거든요. 그리고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거예요. 제가 조카바보거든요. 쉬면서 여행도 다닐 계획이에요. 너무 별게 없죠(웃음)? 한데 일상적인 것들을 누리지 못해 쉬는 동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바람이 있어요. 아, 몸도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드라마를 끝낸 소감은.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요.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스타일인데, 이번 작품은 그 한계를 넘었어요. 제가 아무리 밤새워 준비해도 이순재·이미숙·선우재덕 등 함께하는 선생님들의 분석력 깊이와는 차원이 다른 걸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할까요. 리허설을 하는 날은 어떻고요. 시청자 입장에서 입 벌리고 구경하게 돼요. 당연한 일이지만, 한계를 맛보았죠.”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는, 잘해 줬다.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모여, 돈을 받고 일하잖아요. 매일매일 스스로 채찍질했어요. 그런 제 성격이 연기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저를 갉아먹기도 했죠. 그걸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했고 이번 작품이 그 계기가 됐어요.” 

 

 

그녀는 MBC 드라마 《돈꽃》에서 여주인공 ‘나모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시청률 23.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좋은 성적을 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세영은 극 중 ‘태어나길 맑은 영혼’이었으나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겪으며 변해 가는 과정을 감정적으로 연기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 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상대역 장혁이 인터뷰에서 “박세영은 학구적인 배우”라고 칭찬했다.

 

“데뷔한 지 6년째예요. 열심히 하고 잘 해내고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누구에게 인정받을 만큼은 아니에요. 《돈꽃》은 함께 출연한 선배들이 대부분 경력 20년 이상인 분들이었어요. 학구열을 낼 수밖에 없죠(웃음). 스스로 재능이 뛰어난 배우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노력은 당연한 거고 연기를 잘해야죠, 배우는.”

 

 

이미숙과의 호흡은 어땠나. 군기 잡는 무서운 선배 아닌가.

 

“오히려 제가 이미숙 선배님을 졸졸 쫓아다녔어요. ‘선배님, 대사 한 번만 맞춰주세요’ 하면서요. 매번 너무 흔쾌히 맞춰주셨어요. 한번은 회식 자리에 갔다가 화장실 입구에서 마주쳤는데, 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 제가 다가갈 수 있도록 많이 열어주셨어요.”

 

 

장혁이라는 배우는 어땠나.

 

“한마디로 표현하면, 배려의 아이콘! 저는 6년 차이고, 선배님은 20년 차예요. 선배님이 저를 무시해도 그럴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경력이나 내공에서 큰 차이가 나죠. 그럼에도 선배님은 제게 ‘우린 선후배 이전에 파트너야. 동료 배우야’라고 인식시켜줬어요.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직까지도 제게 존댓말을 쓰세요. 존중의 의미도 있지만, 말을 놓으면 위계가 생기고 그게 오히려 연기하는 데 지장을 준다는 게 선배님의 생각이에요.”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결국 빠지게 되는, 드라마의 바람직한 프로세스를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요일마다 전체 배우들과 리딩을 했어요. 그때마다 모든 연기자가 입 모아 하는 말이, ‘새롭다’ ‘신선하다’ ‘이런 신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등이었어요. 예를 들어 이 대사 뒤에는 분명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을 법도 한데, 한 번도 뺨을 때린 적이 없었어요. 미드 같은 느낌이랄까요. 마지막까지 이 작품은 제가 상상한 것 그 이상이었고, 그것을 표현하기에 너무 즐거운 작품이었어요.”

 

 

극 중에서 남편의 혼외자가 등장하는데, ‘나모현’은 그 상황에서도 침착하다. 실제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죽여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그 상황을 많이 상상했어요. 그럴 때마다 머리가 너무 아픈 거예요. 게다가 아빠까지 나를 배신했다? 어떻게 얼굴을 보고 살아요. 실제라면 엄마를 지키기 바빴을 거예요. 나중엔 극 중 아빠가 왜 자살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고요. 마지막 부분에서는 연기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데뷔하고 한 3년간은 스트레스를 안 풀었어요.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라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푸는 방법을 몰라 그대로 쌓아뒀죠. 그땐 잠을 많이 잤어요. 잠든 순간만큼은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어렸을 때는 친구에게 고민을 토로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결국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방법을 바꿨어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되, 다른 얘기를 하는 걸로요.”

 

 

다이어트는 어떻게 하나.

 

“아시죠? 마른 스타일 아닌 거(웃음). 평생 마른 체형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요. 수다보다 먹는 걸 더 좋아하는데 어쩌겠어요, 참아야지. 작품 하기 전에 이 악물고 다이어트를 해요. 이제 작품이 끝났으니 2주간은 원없이 먹을 거예요. 쉬면서 몸도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운동요? 집에서 하는 맨손 운동이죠. 친구들은 홈 트레이닝이야말로 의지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해야 되면 하는 거죠 뭐.”

 

 

예능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예능 애청자고, 재미있는 걸 너무 좋아해요. 근데 전 ‘노잼’ 캐릭터예요. 제가 나오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릴 것 같아 함부로 못 나가겠어요. 얼마 전 큰맘 먹고 《아는 형님》에 출연해 노잼 매력을 발산하고 왔지요(웃음). 사실 예능도 예능인데,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부쩍 해요. 최근 이순재 선생님과 박소님씨가 출연하는 연극을 보고 왔는데, 자극을 많이 받고 왔지요. 기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