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5.5명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좋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2 16:55
  • 호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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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의뢰 칸타퍼블릭 여론조사' 결과 (下)…‘5년 단임제’ 유지도 28%

 

우리 법률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현실화된다면 30년 만의 일이다. 현행 헌법은 그동안 새로운 사회상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등 개정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논의 단계에서 번번이 무위에 그쳤다. 더군다나 헌법 개정은 권력구조 개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정치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30년 만의 헌법 개정을 놓고 정치권은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우리 국민은 헌법 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국민이 생각하는 권력구조와 헌법 개정 내용은 어떤 것일까. 시사저널은 여론조사 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개헌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3월4일 듀얼 RDD(유·무선 조사 동시 실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4.4%포인트(95% 신뢰수준)다. 

※ '시사저널 의뢰 칸타퍼블릭 여론조사' 결과 (上)편에 이어서... 

 

1987년 10월27일 대통령 중심 직선제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전국 각 투표구에서 실시됐다. 이번에 헌법이 고쳐진다면 30년 만의 일이다. © 사진=연합뉴스



​ 개헌 위한 국민투표 시기·방식

 

최근 정치권에선 개헌과 관련해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개헌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는지를 물은 결과, ‘대선공약이었던 만큼 국회 합의보다는 국민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67.0%)가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시하고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14.4%)와 ‘먼저 국회 합의를 기다려야 한다’(14.0%)는 의견을 앞섰다. 4.6%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선공약 이행과 국민 설득 우선’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의 개헌 주장 근거다. 이 의견을 선택한 계층이 ‘개헌 찬성’과 ‘국정운영 긍정 평가’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 이견은 30대(76.6%) 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먼저 국회 합의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주장하는 의견이다. 그래서인지 자유한국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23.1%)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현재 개헌은 대통령, 국회, 여기에 한국헌법학회 등 관련 기관이 서로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형국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적극적인 개헌 추진 의사를 보이면서 주도권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북특사단 활동을 설명하고자 3월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도 개헌은 뜨거운 쟁점이었다.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국회가 개헌을 안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국회가 필요한 시기까지 않으면 정부가 발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꾸 그 이야기를 가져오면 밥(오찬) 먹지 않고 그냥 가겠다”고 말해 잠시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개헌 주도 세력은 누가 돼야 할까. 응답자의 35.0%는 ‘국회’라고 대답했다. 그다음으로  ‘학계 등 자문기구’(32.1%), ‘대통령’(25.4%) 순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은 7.4%였다. 세부항목별로 보면 ‘국회’는 60세 이상(44.7%), 대구·경북(51.8%), 월 소득 100만원 이하(50.7%)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학계 등 자문기구’는 50대(43.8%), 월 소득 301만~400만원(42.6%) 계층에서, ‘대통령’이라는 의견은 20대(35.0%), 30대(39.7%), 40대(38.2%)에서, 직업군으로는 학생(37.0%) 계층에서 많았다.

 

 


국민투표 시기를 놓고도 정치권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응답자의 37.9%는 ‘올해 6월 지방선거에 반드시 실시’를 꼽았다. 6·13 지방선거 때 하자는 의견은 정부·여당의 생각과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40대(49.2%)와 호남권(60.4%)에서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올해 10월 등 연내 실시’는 전체 응답의 26.8%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10명 중 6명(64.7%)이 연내 국민투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앞서 개헌에 찬성한다는 의견(68.2%)과 거의 비슷하다.

 

‘현 정부가 추진하되 내년 이후에 실시하자’는 20.0%,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9.6%를 기록했다. 개헌이 필요하지 않다는 계층에서는 34.0%가 ‘차기 정부가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대통령이 개헌 추진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견 중에서는 국민투표 시기로 ‘6·13 지방선거 동시 실시’(34.2%)가 가장 많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문 대통령 지지층으로 파악된다. 국회 주도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 중에서 가장 많은 41.3%가 ‘차기 정부 실시’, 37.5%는 ‘현 정부 임기 중 실시’, 36.1%는 ‘연내 실시’라고 답해 지방선거 동시 실시(33.7%)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 희망하는 권력구조·국회의원 선거구제

 

이번 개헌에서 시급하게 다룰 것으로 가장 많은 29.7%가 ‘권력구조 개편’을 꼽았다. 그다음을 ‘경제 민주주의 강화’(19.8%)가 이었다. ‘기본권 신설 및 확대’(9.7%), ‘헌법 전문 수정’(8.7%), ‘사법부 독립 확대’(8.4%), ‘지방분권 강화’(8.4%)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현재 여야 간 개헌 협상의 최대 쟁점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이는 국내 정치지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여야 양측이 개헌과 관련해 팽팽한 샅바싸움을 이어가는 중심에도 ‘권력구조’가 있다. 우리 국민들이 희망하는 권력구조는 어떤 것일까.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5.0%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꼽았다. 이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방안이다. 문 대통령 역시 여러 행사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차기 권력구조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는 대부분의 계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특히 남성(63.7%), 호남권(63.9%), 화이트칼라(63.2%) 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택한 이들 중 63.4%는 개헌 관련 국민투표를 올 지방선거에 맞춰 실시하자는 의견이다. 이들은 사실상 현 집권층의 지지층이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희망한다고 답한 의견은 28.0%로 뒤를 이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30대(36.4%)와 대구·경북(36.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반면, 자유한국당이 대통령제 폐해라며 권력 분산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원집정부제(혼합정부제)는 1.7%만이 선택해 순수 의원내각제(7.9%)보다도 낮았다. ‘잘 모르겠다’는 7.4%를 기록했다.

 

국회의원 선거구제와 관련해서는 현행 소선거구제(30.8%)와 중대선거구제(28.0%)를 희망하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으며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선택한 의견(20.2%)도 많았다. 하지만 응답자 5명 중 1명(20.9%)은 선호하는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개헌안에 포함돼야 할 내용

 

헌법 전문에 5·18, 촛불정신을 넣는 것에 대해선 응답자 10명 중 6명(60.1%)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는 33.9%, ‘잘 모르겠다’는 6.0%였다. 이는 자칫 이념논쟁으로 흐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대부분의 응답층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30대(75.2%)와 호남권(89.6%), 화이트칼라(73.6%), 국정운영 긍정 평가층(76.1%)에서 특히 많았다. 반대로 ‘반대한다’는 의견은 60세 이상(55.9%), 대구·경북(48.0%), 가정주부(49.5%), 중졸 이하(54.6%), 국정운영 부정 평가층(72.8%)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이들은 이념적으로 보수층으로 분류된다.

 

세종시로 국회를 이전하는 등 헌법에 행정수도를 명문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4.1%)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찬성 의견은 40대(64.4%)와 충청권(68.2%), 호남권(67.7%)과 국정운영 긍정 평가층(64.9%)에서 많이 나왔다. 반면, ‘반대한다’는 60세 이상(52.4%)과 월 소득 100만원 이하(55.5%), 국정운영 부정 평가층(60.0%)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삼는 것을 놓고 여당 지지층과 반대층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권력구조에 밀려 관심도는 다소 낮지만 이번 개헌에서 지방분권은 중요한 의제 중 하나다.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지방경찰제 등 지방분권 강화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10명 중 7명(71.6%)이 ‘찬성한다’고 답해 ‘반대한다’(21.8%)를 크게 앞섰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안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대중의 관심과 동떨어진 개헌 논의는 자칫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2%는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안에 대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매우 잘 알고 있다’는 3.7%, ‘대체로 알고 있다’는 47.5%였다.

 

반대로 ‘모르고 있다’(47.8%)도 결코 적지 않았다. ‘대체로 잘 모르는 편’은 41.7%, ‘전혀 모르고 있다’는 6.1%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알고 있다’는 의견은 남성(62.2%), 자영업(60.2%) 계층에서, ‘모르고 있다’는 여성(58.3%), 20대(61.5%), 중졸 이하(62.5%)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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