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검찰에 소환된다. 3월14일 오전8시 현재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현관은 오전9시30분으로 예정된 이 전 대통령 소환시간에 맞춰 포토라인이 설치돼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헌정 사상 다섯번째 전직 대통령이 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친형에 이어 아들까지 소환하며 수사망을 좁혀오자 변호인단을 꾸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이번 소환조사에는 판사 출신으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와 피영현 변호사가 입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대검찰청 차장검사·민정수석비서관 출신인 정동기 변호사가 포함됐으나, 과거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의혹 등을 조사하던 당시 대검찰청 차장검사였던 정 변호사의 수임이 정당하지 않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결정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MB 주요 혐의에 '모르쇠' 기존 입장 고수할듯
그간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문제,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의혹, 각종 민간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해왔다.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몸통 아니냐'는 의심을 사온 사건들이다. 지금까지 이 전 대통령 측이 일관되게 '관계없다''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사안들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핵심은 60억원에 달하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이다. 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선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임이 분명히 돼야 한다. 때문에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확인할 사안은 다스 실소유 여부일 것으로 보인다. 이후 소송비 대납, 비자금 조성, BBK 투자금 회수 등 다스 관련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선 전후 이팔성, 김소남씨 등으로부터 자금을 수수한 의혹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조사도 그 뒤를 이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
지금까지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딱 한 차례 공식적 입장 표명을 했다. 그의 최측근 김백준 전 기획관이 구속된 직후 '표적수사'라는 첫 입장을 내고 본인 책임을 거론했다. 하지만 언론에 제기돼온 혐의점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을 거듭해왔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MB측의 전략은 역시 '모르쇠'인 것으로 보인다. MB측은 일단 혐의 대부분을 전면 부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에게 부과된 혐의의 법률적 문제 뿐 만 아니라 사실관계 자체도 전부 부인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수사의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다스 소유권'에 대해선 형인 이상은 회장의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도곡동 땅의 매각자금 일부가 아들 이시형씨에 흘러들어간 부분에 대해선 '형제 간의 돈 거래'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은 '전혀 모르는 일'로 소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이나 청와대 문건 유출 등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한 검찰측 카드가 무엇일지 주목되고 있다.이 전 대통령 측은 일단 이번 소환 조사에서 검찰 측 카드를 파악한 뒤에, 향후 법정대응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뇌물수수 여부 두고 MB측과 법리다툼 벌일듯
이 전 대통령이 받고있는 혐의가 방대한만큼 이 전 대통령측은 이 전 대통령 논현동 자택에 머물며 전날까지 주요 혐의와 쟁점을 정리하며 대응논리를 마련해왔다. 또 검찰 신문 과정에서 돌발 질문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변호인과 함께 신문 예행 연습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는 13일 "신문 준비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검찰의 소환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3월6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에 조사를 위한 출석을 통보했다. 검찰은 다스 문제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내부 결론을 마친 상태이고, 국정원 특수활동비도 이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지시해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뇌물수수는 이 전 대통령이 받는 여러 혐의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무겁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17억5000만원에 달하는 국가정보원의 청와대 상납금 대부분을 이 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뇌물로 보고 있다. 뇌물 수수 인정 여부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물론 기소 이후 양형에까지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치열한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특활비를 받은 쪽과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자금을 건넨 쪽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거나 최소한 사후 보고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만큼 이 전 대통령이 궁극적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친 뒤에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소환됐다가 조사 닷새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검찰은 혐의가 인정되면 중형이 불가피하고 공범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박 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를 사유로 들었다.
거액 뇌물 수수 의혹 + 꾸준한 혐의 부인 = 구속으로 이어질수도
이런 점에서 이 전 대통령 역시 구속을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의 뇌물로 김백준 전 기획관이, 차명재산 의혹으로 이병모·이영배씨가 구속된 만큼 형평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단 지적도 나온다. 수수 의혹을 받는 뇌물의 규모도 상당하다. 100억원대에 육박해,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는 기준액을 넘어섰다.
검찰의 태도도 그렇다. 검찰은 이번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 있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다하지만 통상 사건과 같은 절차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보여온 바 있다. 결국 최종 결정은 조사내용과 조사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의 태도를 종합해 이뤄질 것이란 게 법조계 관측이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인 신분 등을 감안해 이 전 대통령을 한차례 소환하는 것으로 조사를 마칠 방침임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면 관련 의혹을 조사해온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를 모두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