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잃은' 전남 동부권의 표심이 전남지사 향배 좌우한다
  • 전남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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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관규, 전남지사 불출마…전남지사 선거에서 동부권 대표주자 부재로 표심 향배 '촉각'

 

역대 전남도지사 선거는 전통적으로 동부권과 서부권 간 세(勢) 대결 양상을 보였다. 민선 자치시대에 들어 1·2기 도지사를 역임한 순천 출신 허경만 전 지사를 제외하곤, 3기부터 6기까지 16년간 모두 서부권에서 전남지사를 배출했다. 특히 영광출신 이낙연 후보와 여수가 지역구인 주승용 의원이 맞대결을 펼친 6기(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정치권은 주 의원의 우세를 점쳤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끝나면서 동부권 도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따라서 올 6월 지방선거에서 전남 동부권 출신 도지사를 배출할지 여부가 중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전남 동부권 지역의 대표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전 순천시장도 3월20일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16년 만의 동부권 지역 출신 전남지사 배출의 여망은 무산됐다. 노 전 시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민주당 경선 판도와 동부권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노 전 시장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전남 동부권에서 강했다는 점에서 그가 특정 후보를 측면 지원할 경우 경선레이스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인 2016년 4월12일 오전 전남 순천시 아랫장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노관규 후보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경선 중서부권 주자간 3파전 압축···동부권 도지사 배출 여망 '무산'

 

노 전 시장은 이날 입장문과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전남발전에 더 적합한 후보가 생겼음을 인정하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의 어려운 건강 상황에 출마는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생태가 경제를 이끄는 전남의 산업구조 재편에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시장의 불참 결정으로 민주당 전남지사 경선은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신정훈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최근 입당을 신청한 장만채 전 전남교육감의 3자 대결 구도로 사실상 압축됐다. 유력 주자였던 이개호 의원은 원내 1당 사수에 힘쓰는 당 사정을 고려해 출마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노 전 시장 등도 나란히 출마 뜻을 접었다. 

 

당장 관심사는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어느 후보와 연대할지 여부다. 노 전 시장은 벌써부터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영입 대상 1호'로 급부상했다. 그가 '동부권 표심'을 흡수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소속 전남지사 예비후보 중 순천대 총장을 지낸 장만채 전 교육감을 제외하곤 대부분 동부권 지지기반이 열악하다.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다 해도 '정치 9단'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동부권 '우군(友軍)' 확보가 절실하다. 

 

 

민주 경선후보들 노 전 시장 영입에 안간힘···동부권 표심 잡기 '창구역할' 기대

 

향후 노관규 전 시장 영입에 따라 전남지사 선거 결과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수·순천·​광양 등 전남동부권은 전남 유권자의 40%에 육박해 동부권 표심이 선거에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 경선 후보 중 완도출신인 김영록 전 장관은 서부권을 지지기반으로 두고 있고, 신정훈 전 비서관은 중부권인 나주·화순이 사실상 텃밭이나 다름없다. 장만채 전 교육감은 순천대 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순천에 기반을 갖췄지만 영암이 고향이다. 

 

지난해 10월 SNS를 통해 일찌감치 전남지사 출마를 공식화한 노관규 전 시장이 유일하게 전남 동부권 출신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각 후보 진영에서 노 전 시장을 '영입 1순위'로 놓고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노 전 시장을 영입 할 경우 민주당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 평화당의 목포 출신 박지원 의원이 출마할 경우 역시 노 전 시장의 카드는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 전 시장 역시 이 날 입장문에서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는 "단순히 아무 의미없이 불출마로 가는 것보다 도지사 후보 중 한명과 정책연대를 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어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히면서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로선 같은 386세대인 신정훈 전 비서관 측이 가장 적극적이다. 일단 그가 불출마 선언문에서 "청와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한다"고 표현한데다 같은 386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신 전 비서관과의 연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노 전 시장 불출마로 신 전 비서관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반면에 동부권 주자의 부재로 순천대 교수부터 시작해 순천대 총장에 이르기까지 25년 동안 순천에서 살아왔던 장만채 교육감이 지역적 연고에 따른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연말부터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전남 동부권에서 장 전 교육감이 다른 후보들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여론조사와 권리당원 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하기로 한만큼 특정후보의 유·불리를 속단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노관규 불출마, 최대 수혜자는 누구?···'진공 상태' 동부권 표심 향배 주목

 

사실상 '무주공산'격인 전남 동부권 표심의 향배도 주목된다. 여수출신의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과 노관규 전 시장 등 유력 주자의 출마 중도 포기로 동부권 표심은 잠시나마 방향성을 잃게 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전남지사 경선 후보들은 동부권 표심 공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반영하듯 모두 전남 중·서부권 출신인 이들은 도시가 밀집하고 인구가 많은 여수·순천·광양의 행정중심지인 순천에 앞다퉈 캠프를 꾸리고 있다.

 

신정훈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순천시 덕암동 메가박스 건물 2층에 100평 규모의 선거캠프를 차리고 동부권 공략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신 비서관은 19일 순천대 7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순천에 제2도청 사무소를 두겠다"고 밝힌 뒤, 광양만권 발전 비전 등 동부권 공약을 앞세워 표심을 자극했다.

 

장만채 전 교육감도 순천시 조례동의 한 건물을 선거캠프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교육감은 이미 허정인 전 전남도생활체육회장을 영입, 동부권 표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허 전 회장은 전남도의원(순천)과 순천시장 후보로 나선 바 있으며, 6기 지방선거에 이낙연 전남지사 후보캠프에서 선거를 도와 당선을 시킨 인물로 통한다. 

 

김영록 전 장관도 21일 출마선언 후 본격적인 전남 동부권 표심 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21일 오전 전남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인 김 전 장관은 순천에 경선사무실을 준비 중이다. 김 전 장관은 완도가 고향으로 강진과 완도, 목포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전남도 행정부지사 이후에는 해남·완도·진도 국회의원을 재선해 역시 동부권과는 인연이 많지 않다. 김 전 장관 캠프는 순천시 연향동에 80평 규모로 꾸릴 예정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후보들 대부분이 중서부권에 지지기반을 뒀기에 노 전시장과 연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노 전 시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할지라도 유권자들의 응집력이나 파괴력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진공상태를 겪고 있는 동부권 표심을 누가 설득력 있는 이슈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이번 민주당 경선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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