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나온 평양공연…역대 아이돌 방북 공연 반응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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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이돌그룹 젝스키스·핑클·베이비복스의 북한 공연 어땠나

 

 

4월 초 평양에서 열리는 우리 예술단 공연이 다가오면서 가수들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공연에 참여하는 가수들은 이미 선곡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2월25일 가수들은 자신의 히트곡을 비롯한 예상 선곡표를 실무단에 전달했다. 전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남한예술단 공연 사전점검단이 북한과 협의를 마치고 돌아온 만큼, 조만간 세트리스트 구성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3월31일부터 4월3일까지 방북하는 예술단은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을 펼친다. 가수들은 적게는 2~3곡, 많게는 4~5곡을 들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평양 공연을 펼치는 '가왕' 조용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애창곡인 '그 겨울의 찻집'과, 2005년 당시 감동적 무대를 연출한 '친구여'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발머리',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 등을 다양하게 공연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평양 공연이자 네 번째 방북공연을 앞둔 최진희는 북한에서 국빈급 대접을 받는 인기 가수로, '사랑의 미로'와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미련 때문에' 등 4~5곡을 부를 예정이다.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역시 북한에서 잘 알려진 노래다.

 

 

2005년 8월2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국민가수' 조용필의 콘서트가 펼쳐지고 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03년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 무대에 올랐던 이선희는 당시 선보인 'J에게'와 '아름다운 강산'을 포함해 선곡을 한 것으로 보인다. 'J에게'는 지난 2월 삼지연관현악단이 남한 공연에서 부르기도 했다. 2002년 평양 공연 이후 16년 만에 평양 무대에 오르는 YB는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곡을 부르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거리(1178km)를 뜻하는 '1178'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백지영과 정인, 알리는 평양 첫 공연에 나선다. 백지영은 몇 년 동안 북한 젊은 층에서 가장 많이 불린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평양 공연 "정적인 분위기"…의상 제지도

 

특히 K팝 아이돌 그룹 중 유일하게 이번 남한예술단에 포함된 레드벨벳이 주목된다. 레드벨벳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빨간 맛'을 공연한 바 있다. 이번에도 역시 히트곡 중심의 공연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레드벨벳이 어떻게 무대 구성을 할 것이며, 북한 관람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가장 먼저 평양에서 공연을 펼친 것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와 핑클이다. 이들은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무대'에 올랐다. 당시 남북공동공연을 기획한 오기현 SBS PD는 저서 《평양걸그룹 모란봉악단》을 통해 "북한은 교류 초기만 해도 남한 가수들의 댄스는 물론 노출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핑클은 팔을 제외한 신체 전부를 가린 검은색 의상을 입고 공연을 진행했다. 핑클은 '나의 왕자님께'라는 발라드를 불렀고, 젝스키스는 어두운 톤의 의상을 입고 '예감'을 불렀다. 당시 젝스키스는 안무 중 일부를 수정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관중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걸그룹 레드벨벳은 아이돌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번 평양 공연 무대에 오른다. ⓒ 연합포토


핑클은 당시 "처음에는 정적인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성원해주는 북측 관객의 모습이 반가워 헤어질 때는 눈시울을 붉혔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핑클과 젝스키스는 평양 공연을 앞두고 북한 주민과 만날 때 삼가야 할 발언과 가져가서는 안 되는 물건 등 북한 방문과 관련한 안내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화와 베이비복스는 2003년 평양에서 열린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 통일음악회' 무대에 올랐다. 신화는 '퍼펙트 맨(Perfect Man)'을, 베이비복스는 '우연'을 공연했다. 당시 언론 매체를 통해 "아주 재밌게 잘 봤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춤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북한 관람객의 반응이 소개되기도 했다. 노래 가사가 나오지 않아 불편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베이비복스는 빨간색 상의에 꽃이 그려진 화이트 톤의 스커트와 바지를 입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당시 베이비복스는 북한의 요청으로 배꼽티 의상을 입지 못한 것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베이비복스는 공연 전 합동리허설에서 배꼽티를 입고 무대에 올랐으나, 리허설 후 배꼽을 노출시키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다른 의상으로 갈아입은 뒤 무대에 섰다. 공연장을 찾은 북한 관람객들은 적지 않은 문화적 충격 앞에서도 표정변화 없이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신화는 3월2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데뷔 20주년 기념 팬 파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2003년 평양 공연) 당시 파워풀한 댄스곡을 불렀는데 아무런 호응을 해주시지 않았다"며 "눈에서 레이저만 쏘면서 바라보는데 분위기를 업(up)시켜야할지 다운(down)시켜야할지 난감했다. 북한 관객들의 반응을 미리 알고 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양 공연에 갈 후배 가수들에게 조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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