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내 ‘미투’ 유독 잠잠한 데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 구민주·유지만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6 15:38
  • 호수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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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조직·낮은 처벌 수위로 피해 신고 주저

 

시사저널은 1484호 기사([단독] 軍 첫 미투 폭로‘성폭행 피해’ 女장교 인터뷰)를 통해 군 내부 성폭행 피해자를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한 피해자 김하나(가명·여) 대위는 2010년 두 명의 상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군 내부의 성폭력 문제는 늘 제기돼 왔지만 좀처럼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장막 뒤에 있는 군 내부의 성폭력은 왜 드러나기 힘든 것일까.  

 

 

“짓밟힌 제 명예로서 저는 살아갈 용기가 없습니다…정의가 있다면 저를 명예로이 해 주십시오.” 2013년 봄, 직속상관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에 시달리던 오혜란 육군 대위는 이 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명예회복을 외치며 떠났지만, 가해자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여론은 말도 안 되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강하게 들썩였다.

 

4년이 흐른 2017년 또다시 봄, 이번엔 해군에서 여성 대위 A씨가 상관에게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해 공분을 샀다. 이후 군은 급히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대적인 조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국방부 장관에게 군 내 성범죄 가중처벌을 권고하기도 했다. 온갖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도 정작 처벌이 약하면 백약이 무효하다는 것이다.

 

2016년 2월 대전의 한 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여군들 © 사진=연합뉴스


 

가해자 中 신분 박탈 징계 10% 미만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군 내 성범죄 가해자 189명 처벌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9명이었다. 같은 기간 군 징계위원회가 성폭력 가해자에게 자체적으로 내린 징계 역시 파면·해임 등 신분을 박탈하는 중징계가 내려진 건 전체 273건 중 단 20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정직이나 감봉 이하의 조치에 머물렀다.

 

이러한 처벌마저도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고 대응한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다. 실상은 군 역시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피해를 보고도 침묵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오히려 수사마저 헌병이나 군 검찰에 의해 이뤄지고, 일반 회사와 달리 이직이 불가한 폐쇄적인 조직 구조로 인해 군 내 피해자들은 더욱 입을 굳게 다문다. 사회 각계가 미투 운동(#MeToo)에 열을 가하는 상황에서, 군대가 유독 이 흐름에서 한발 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다.

 

이에 대해 방혜린 군인권센터 간사는 “미투는 자신이 사건을 공론화했을 때 내부의 보호와 외부의 조력을 받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군에선 사건이 대부분 조용히 마무리됐기 때문에 내부 피해자들에겐 그러한 믿음이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2014년 군인권센터가 여군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군대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대응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90%에 달했다.

 

군인 신분상 미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간헐적으로 군 내 상담을 통해 문제가 드러나 사건화하는 일은 있었지만, 이런 제도적 틀을 거치지 않고 군인이 개인 자격으로 지금 미투처럼 밝히는 건 신분상 금지돼 있다”며 이러한 제약 모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동성 간 성범죄도 해마다 증가

 

남성 군인이 다수인 군대 특성상 성범죄는 동성 간에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단순 건수로만 따지면 이성 간 범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치다. 대개 직무상 위계에 의한 이성 간 성폭력과 달리, 동성 간은 상대에게 성적 모멸감을 주기 위한 가혹 행위의 일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동성애자로 낙인찍힐 우려 등으로 여성 피해자에 비해 더욱 신고나 대응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고 후에도 실형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역시 여군에 비해 매우 낮다.

 

사회적으로는 여성 피해자가 대부분이지만, 성폭력 문제에 대해 이성과 동성을 나눠 달리 보거나 경중을 따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남군 중심의 특수한 군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해선 더욱 이 같은 시각이 강조된다. 김종대 의원은 “군 내 동성애 자체를 문제 삼아선 안 되지만, 만일 그것이 폭력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궁극적으로 성폭력 문제는 이성, 동성의 문제가 아니라 강제성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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