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부토건 무자본 인수’ 의혹 핵심은 김태촌씨 양아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8 10:41
  • 호수 148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서방파 행동대장’ ‘회장님’ 타이틀 달고 기업 사냥

 

시사저널은 최근 삼부토건에 대한 무자본 인수 시도 의혹을 제기했다(제1483호 ‘[단독] 삼부토건 돈으로 삼부토건 인수 시도한다’ 참조). 새로운 대주주인 ‘DST로봇 컨소시엄’이 정체불명의 인사들을 앞세워 삼부토건의 유보금으로 인수 자금을 충당하려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삼부토건은 법정관리 졸업을 위한 축배를 들 새도 없이 내홍에 휩싸였다. 그 의혹의 중심에는 ‘김진우’씨가 있다. 최명규 DST로봇 대표가 ‘DST로봇 회장’으로 소개한 인물이다. 김씨는 이후 삼부토건 회장을 자처하며 측근을 경영지원부본부장과 고문 등 요직에 기용하는 등 조직 장악에 나섰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 시사저널 포토

 

 

 

 

 

우량업체 S사 무자본 인수 후 빈껍데기 전락

 

그러나 삼부토건은 김씨의 신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거지나 출신 등 기본 인적사항은 물론 과거 행적도 베일에 가려 있었다. 회장에 정식 취임한 것이 아니어서 그의 인사 관련 서류가 일절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DST로봇 서울지사에 마련된 집무실에 상근하며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DST로봇에서도 김씨의 존재를 아는 이는 없었다. 삼부토건 내부에서는 ‘김진우’가 김씨의 실명이 아닐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김씨의 삼부토건 명함과 DST로봇 명함에 적힌 한자 이름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씨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씨는 범서방파 두목인 고(故) 김태촌씨의 양자(養子)로 알려진 인물로 확인됐다. 김진우 역시 실명이 아니었다. 한때 범서방파에서 행동대장으로 활동한 김씨는 김태촌씨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병수발을 들며 양아들을 자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앞서 기업 사냥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의 행적은 여느 조폭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1999년 폭행죄로, 2002년 특수강도죄로 각각 실형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김씨가 화이트칼라 범죄로 선회한 것은 2010년대 들어서인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피해 업체는 2012년 11월 김씨가 인수한 위조지폐감별기 제조업체 S사다. 수법은 삼부토건에서 진행 중인 것과 다르지 않았다. 김씨는 이때도 ‘김행곤’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 지분 인수 과정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김씨 등은 자본금 1억원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S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했다. 그리고 인수자금 262억원 가운데 10% 정도만 우선 현금으로 지급하고 주식을 넘겨받은 뒤 주요 경영진을 모두 측근으로 교체했다. 이후 명동 사채업자들이 동원됐다. S사가 소유한 234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를 이들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사채를 빌려 잔금을 치렀다. 아무런 자본력 없이 상장사를 고스란히 넘겨받은 것이다.

 

S사는 피인수 직전까지 영업이익률 30% 이상의 고수익 구조를 가진 우량업체였다. 매년 8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현금성 자산도 300억원대에 달했다. 세계 50여 개국과 통하는 글로벌 판로를 확보하고 있어 전체 매출의 99%가 해외에서 나왔다. 이로 인해 2009년 정부로부터 ‘2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지만 강한 기업’의 전형이었다. 그런 S사가 주식시장에서 퇴출되기까지는 불과 7개월여가 걸렸다. 김씨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S사만이 아니었다. 김씨가 인수와 경영에 관여한 발효유제품 원료 제조업체 N사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고, 김씨가 대표이사를 지냈던 K사도 한때 자본잠식 직전까지 몰렸다.

 

삼부토건 노조는 3월13일 무자본 인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아무개씨 등을 자본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삼부토건 노조 제공

 

 

 

 

 

‘전설의 금융브로커’ 박씨와 ‘거물급 마귀’ 최씨

 

김씨의 기업 사냥은 결국 검찰 레이더망에 포착됐고, 2015년 4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였다. 김씨는 재판부에 자신은 인수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M&A 전문 브로커에게 사채업자를 알선해 줬을 뿐이라는 취지의 변론을 했다. 그 결과, 김씨는 2016년 4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현재 김씨는 집행유예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김씨는 다시 한 번 같은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삼부토건 노조가 3월13일 김씨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사건은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삼부토건 내부에서는 김씨 등이 기업 사냥꾼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김씨는 물론, 그의 측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의혹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시사저널은 지난 기사를 통해 “김씨의 고문들 가운데 금융브로커 업계에서 전설로 불리는 박아무개씨가 포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씨는 과거 ‘굿모닝시티 사기분양 사건’ ‘이용호 게이트’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 사건’ 등 굵직한 비리에 깊숙이 연루된 인물이다. 그는 제2금융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정·관계나 법조계 인맥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삼부토건에 박씨를 ‘아는 형님’으로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삼부토건 사옥 내에 박씨의 집무실을 마련해 주고 법인 차량과 기사도 제공해 왔다. 삼부토건 내부에서는 박씨가 과거 비리 사건 때마다 ‘물주’로 활약했다는 점을 들어, 그가 이번에도 인수자금 모집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박씨는 법정관리 중이던 건설사 한양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을 구하던 윤창렬 굿모닝시티 회장에게 수백억원대 대출을 알선한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박씨는 본인뿐 아니라 자신의 외조카라는 홍아무개씨도 삼부토건 고문직에 앉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고문 중에는 이전에 김씨와 함께 활동했던 최아무개씨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사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M&A 전문 브로커’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명동 사채업계에서 ‘거물급 마귀’로 통한다. 마귀는 기업 사냥꾼을 의미하는 사채업계 은어다. 그는 S사 이전에도 S리조트를 무자본 인수해 수백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검찰은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최씨는 그대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후 3년여 동안 도피생활을 해 오던 최씨는 2015년 11월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도 현재 집행유예 기간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인수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부터 삼부토건에 개인 집무실을 두고 상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가 마무리된 10월 이후부터는 고문 직함을 달고 법인차량 및 운전기사와 비서 등 상당한 혜택도 제공받았다. 최씨는 DST로봇 고문도 겸직하고 있으며, 삼부토건에는 스스로를 ‘M&A 전문가’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부토건에서는 S사나 S리조트에서 보여준 최씨의 행적을 감안해 그가 무자본 인수 과정에서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아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부토건 내부에서는 김씨와 최씨, 박씨 등을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한다. 이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발견된다. 앞서 언급했듯 모두 기업 사냥 관련 전과가 있다. 김씨와 최씨는 여전히 집행유예 기간이기도 하다. 또 등기이사 등 공식 직함을 일절 갖지 않는다는 점도 같다. 회장과 고문 등 직함을 달고 활동했지만,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등 정상적인 절차는 모두 생략됐다. 당연히 이들의 인적사항이 담긴 어떤 자료도 삼부토건에 제출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거액의 연봉을 용역계약 체결 등 편법을 동원해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철저히 막후에서 활동하기 위한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측근 중 신용불량자와 코스닥업체 피소자도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삼부토건 노조가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2월23일 이후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다. 김씨를 삼부토건에 소개한 최명규 대표도 3월21일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상태다. 그러나 삼부토건 내부에서는 김씨 등이 여전히 삼부토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잔존한 측근들을 통해서다. 이들 가운데서도 신원이 불분명한 인물이 대다수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유보금 투자계획을 주도하고 있는 이아무개씨와 자문계약을 맺고 부사장 직함을 단 최아무개씨는 신용불량자 신분이고, 특히 최씨는 과거 한 코스닥업체에서 불법을 저질러 피소당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확인된다”며 “이들의 의도에 따라 유보금 등 자산이 유출되면 삼부토건은 한순간에 빈껍데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