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의 회장 선거 후유증…부회장단 구성 못하고 '내홍'
  • 부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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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도 신임 회장, 경쟁 후보 득표율 따른 지분 요구에 "임명권은 고유 권한"

부산상공회의소가 회장 취임 열흘이 넘도록 부회장단을 구성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회장 선거 후유증을 앓고 있다. 전체 업무를 일선에서 사실상 총괄하고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사무처장 인선 작업까지 미뤄지면서 부산상의 안팎 분위기가 흉흉한 상태다. 

 

부산상의 회장단은 명예회장과 고문을 제외하면 모두 23명이다. 지난 3월19일 제23대 허용도 회장 취임과 함께 상근부회장 1명과 감사 3명은 정해졌지만, 부회장 18명은 여태 공석이다. 일반적으로 신임 회장은 취임 전에 부회장을 지명한 뒤 3년 임기를 함께 시작하는 게 지금까지 관례였지만, 제23대 회장단만큼은 회장 후보끼리 특정 인사 인선 여부를 놓고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알력은 허용도 신임 회장(태웅 회장)과 경쟁 후보였던 장인화 동일제강 회장이 예비경선에서 얻은 득표율대로 상공의원들과 부회장단 등을 인선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미 촉발됐다.

 

단조제품 업체인 태웅의 허용도 대표가 지난 1월26일 열린 부산상의 의원간담회에서 차기 상의회장 후보로 추천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제공

 

 

경쟁 후보에 43% 지분 약속한 허용도 회장 "임명권은 고유권한" 

 

지난해 6월 이후 부산상의 회장 선거가 과열양상 속에 정치권 개입설과 투표권 매수 등 갖가지 잡음이 계속된 것과 관련, 지역 경제계 원로 등의 중재로 막판 양자 대결을 벌이던 허용도 신임 회장과 장인화 동일제강 회장은 '제22대 상공의원 임시 간담회'를 통해 투표로 단독 후보를 결정키로 합의했다. 지난 1월26일 치러진 경선에서 허 회장은 57%를, 장 회장은 43%를 득표했다. 

 

문제는 득표율에 대한 쌍방의 해석이 달랐다는 점이다. 장 회장 측이 '상공인 화합' 명분 때문에 예비 경선에 참여했다며 득표율 43%에 해당하는 상공의원과 회장단 배분을 요구한 데 대해 허 회장이 프리미엄을 내세우면서 갑론을박을 계속했다.

 

결국 양측은 지난 2월23일 선거인 명부 확정일을 배수진으로 막판 협상을 벌인 끝에 득표율 비율대로 회장단 등을 구성키로 합의했다. 이 같은 합의를 바탕으로 직능 단체 대표인 특별의원 20명과 상공인 전체 대표인 일반의원 100명 등 모두 120명으로 간신히 상의 의원부를 구성했지만, 부회장단 인선을 놓고 양측은 또다시 재격돌했다.

 

허 회장은 지난 3월16일 제23대 집행부 출범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선출된 직후 5인 전형위원회를 구성해 부회장단 18명과 상임의원 20명을 인선하는 권한을 총회에서 넘겨받았지만, 장 회장측의 반발로 부회장단을 지금까지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허 회장은 부회장 18명 가운데 장 회장의 득표율에 따른 몫 8명의 명단을 전달받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득표율에 따른 인선' 의미가 8명에 대한 추천권을 장 회장에게 준다는 뜻이지, 회장의 고유권한인 임명권까지 넘긴 것은 아니라는 게 허 회장의 입장이다. 장 회장측이 만든 부회장단 리스트에는 회장 후보에 나섰다가 중간 사퇴한 인물도 당초 포함돼, 허 회장은 더욱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번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인사는 부회장단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했으나, 추천권이냐 임명권이냐를 놓고 양측이 첨예한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양 측의 '자기 사람 줄세우기' 현상은 사무처장 인선작업까지 미치고 있다. 현재 후보로 내정된 인물은 허 회장의 선거 캠프를 주도했던 전직 부산상의 간부 출신 이아무개씨로 알려져 있다. 부산상의 안팎에서는 허 회장이 상의 내부의 반발을 감안, 임명을 미루며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돌고 있다. 또한 양측의 '나눠먹기 인선' 과정에서 상공의원 명단에 뇌물 전과의 소유자도 버젓이 ​이름을 올려, 후보로 등록했다가 밀려난 경제인들의 불만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부산상의 현직 상공의원은 "선거과정에서 '상공의원 줄세우기'라는 비난을 받았던 회장 후보들이 부회장단 인선을 두고 또다시 낯 뜨거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민망한 입장"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양 측이 불신의 마음을 거둬내고, 부산상의가 힘든 지역 경제계의 주름살을 펴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16일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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