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세먼지가 자기네 탓이란 것 절대 인정 안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9 16: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원영재 중국 환경 전문가 “중국이 원하는 우리 기술 이용해 협상해야”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으로 치솟으면서 중국을 향한 우리 국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미세먼지는 엄연히 중국 탓, 정부가 중국에 강력하게 항의하라”는 내용의 글이 3월29일 오후 4시 기준 20만2500명의 서명을 받았다. 20만명이 넘었기 때문에 정부는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정작 중국은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15년간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환경 분야를 연구한 원영재 박사는 3월2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선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란 걸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천지닝 중국 베이징시장이 3월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서울-베이징 통합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원영재 박사는 중국에서 환경에너지 분야 박사 학위를 딴 뒤 중국 환경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맑은하늘 만들기 시민운동본부’ 정책위원도 맡고 있다. 현재 환경연구소 ‘클린아시아’를 운영하며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中 기자 “미세먼지​, 우리가 파악하기론 한국 자체 요인이 80%”

 

원영재 박사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서 얘기를 꺼냈다. 그가 최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주최한 한‧중 연구단 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그 자리엔 베이징시 환보부 관계자, 베이징환경보호과학원 부원장 등 중국 측 관계자 일부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 측 연구진이 발표를 하는데 중국 측이 갑자기 시끄러워졌습니다. 중국에서 날아온 먼지가 한국을 향하는 방향으로 화살표가 그려진 지도를 본 건데. 중국 측에서는 ‘검증되지도 않은 것을 왜 공식 자료에 넣었냐’며 따지는 거예요. 그대로 통역하면 우리 연구진도 기분이 상할테니까 부드럽게 바꿔 전했더니, 누구 들으란 건지 바로 영어로 쏘아 붙이더라고요. 중국 관료들은 미세먼지가 자기네 탓이란 걸 절대 인정하지 않는 거죠.”

 

3년 전에도 원 박사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귀띔했다. 2015년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교류협력 행사 때였다. 당시 원 박사는 환경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우수 기술을 발표했다. 

 

3월28일 오후 클린아시아 원영재 박사가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행사가 끝나고 중국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한국에선 미세먼지의 50%, 많게는 70%가 중국에서 온 거라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냐.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한국 자체 요인이 80%다. 한국의 기술이 우수하다면 한국에서 나오는 먼지는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 원 박사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황당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中, 국제 분쟁 번질 위험 있어 책임 회피하는 것”

 

중국이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가 뭘까. 원 박사는 ‘책임 회피’를 꼽았다. 

 

“국내에서 중국 정부를 향한 소송도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지난해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안경재 변호사는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에서도 중국의 영향을 50% 정도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심각해지면 국가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문제인 거예요. 그러니 쉽게 인정하지 않는 거죠. 다 책임져야 되니까.”

 

원 박사는 “중국 사람은 특성상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럴수록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영재 박사가 "중국이 원하는 건 VOC(휘발성유기화합물) 저감 기술이다"라며 관련 자료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그에 따르면, 중국 연구진이 이번 방한에서 관심을 보인 건 한국의 우수한 오염물질 저감 기술이라고 한다. 원 박사는 “중국에도 먼지나 유해 물질을 줄이는 기술이 있지만 한국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며 “중국의 효율이 70%라면 한국은 90%정도 된다. 중국이 관심 있는 건 한국의 선진 기술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연구진이 오염 저감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정부의 강력한 환경 규제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원 박사는 “정부에서 강화한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기업들은 퇴출되거나 구속되기도 한다”며 “살아남으려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의 관심사가 명확하지만 타협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원 박사는 “우리 측은 중국과 기술 공유에 대해 논하기보다는, 예보 정확도를 높일 목적으로 중국에게 위성 정보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위성 정보를 제공하면 자신들의 책임이 드러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꺼릴 것”이라며 “한·​중이 평행선을 그리는 이상 환경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대처 더 적극적이어야”

 

원영재 박사는 “정부의 대처가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중 간에 환경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하자고 했는데, 그건 몇 년 전부터 있던 거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통할지도 의문이다. 우선 언어가 안 통하는데 실시간으로 소통하기가 힘들다. 우리가 영어로 공문을 보내면 거기서 답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이래선 협력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아가 미세먼지에 관한 국내 요인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 박사는 “한국 도시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도 무시 못 한다”며 “국내에서도 중국 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자체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들부터 찾아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