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월호 직립(直立)과 함께 ‘진실’도 바로 선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2 14:33
  • 호수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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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신항에 누워 있는 세월호 내부 현지 취재…선박 바로 세우기 작업 한창

 

3월28일,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수사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고가 최초로 보고된 시각부터 구조 지시 횟수와 보고 방법, 외부인 방문이 없었다는 주장 모두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월호 사고가 최초 보고된 시각은 오전 10시19분. 구조 가능한 마지막 시간인 ‘골든타임’보다 2분 늦은 시각이었다. 구조 지시 시각은 10시22분. 이 시각, 세월호 선체는 침몰하고 있었다. 이미 구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보고와 지시가 이뤄졌다. 참사 4주기가 돼 가는 이제야 7시간을 둘러싼 의혹이 풀리기 시작했다.

 

바닷속에서 3년, 뭍으로 올라온 지 1년이 지났다. 같은 날, 전남 목포신항만에 놓인 녹슬고 부서진 세월호는 그동안 진실이 침묵하고 있었던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목포신항만 세월호 거치소 주변의 울타리에는 추모의 메시지를 담은 노란 리본들이 나부꼈다. 항만에 누워 있는 배까지 다가가는 동안,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단체로 이곳을 찾은 대학생들도 있었다.

 

3월28일 전남 목포신항만에 거치되어 있는 세월호 © 시사저널 박정훈


남은 숙제는 직립, 지지대 설치 작업 진행 중

 

이곳에서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침몰한 지 1090일째가 돼서야 뭍으로 나온 세월호는 2017년 3월 목포신항만으로 옮겨졌다. 목포신항만에 거치된 지 317일째였던 2월21일, 세월호 선체는 부둣가 쪽으로 이동했다. 부두와 수평을 이루면서 선체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놓인 것이다. 이제 남은 숙제는 직립(直立)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배가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는 수색과 조사 작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조위는 지난 2월 현대삼호중공업을 사업자로 선정해 직립 공사 계약을 맺었다.

 

목포신항만에서는 직립 과정에서 선체가 추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지지대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해상크레인이 세월호를 들어올렸을 때 선체가 찢기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해진 부위에 대한 보강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세월호 내부에서 수거한 고철과 차량이 쌓여 있는 부두를 지나, 공사를 하기 위해 설치된 계단을 통해 세월호 내부로 들어갔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긴 시간을 보낸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이 드러났다. 양쪽으로는 누워 있는 세월호의 녹슨 바닥과 천장이 보였다.

 

세월호의 A데크(Deck)와 B데크는 객실, C데크와 D데크는 화물칸이다. E데크는 화물칸과 기관실로 이뤄져 있다. 화물칸인 C데크에서는 쇠파이프를 이용한 지지대 설치 작업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다. 정성욱 세월호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은 “보강재가 없으면 크레인을 걸었을 때 배가 당겨지면서 손상된다”며 “(크레인을 통해) 끌어올려진 배가 튼튼하게 버틸 수 있게 하기 위해 지지대를 받치는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내부에서는 지지대 설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또 다른 화물칸인 D데크로 진입했다. D데크 역시 약해진 선체를 지지하기 위한 보강재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작은 통로를 통해 D데크에서 E데크로 넘어갔다. 세월호의 가장 아랫부분이다. 통로에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풍겨 나왔다. 화물칸에 실어뒀던 사료들이 3년 동안 물속에서 부패하면서 남긴 흔적이다. 초반에는 이보다 냄새가 심해 접근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E데크의 위쪽에는 닫혀 있어야 하는 문들이 열린 채 방치돼 있었다. 인양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사실이었다. 사고 당시 열린 문들을 통해 물이 급속도로 들어왔다. 안쪽 공간에는 ‘뻘’이 가득 찼다. 이제는 30cm 이상 쌓인, 굳어버린 뻘을 제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E데크 안쪽에는 기관실이 있다. 기관실은 엔진이 작동하는 곳으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장소다. E데크 안쪽에 있는 기관실은 진입이 불가능했다. 입구 자체가 좁은 데다, 배가 옆으로 누워 있기 때문에 사람이 진입할 경우 위쪽에 매달린 구조물들이 낙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붕괴도 발생할 수 있다. 바닥이 옆면이 돼 있는 상황이라 철제 발판들이 머리 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조사관이나 현장 직원들이 기관실에 진입할 경우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상 규명을 위해 필수적으로 조사해야 할 또 다른 공간은 배를 조종하는 조타실의 명령에 따라 실제 타(舵·키)를 동작시키는 장치가 있는 타기실이다. 배 내부에 작업용으로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타기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타기실 안쪽에 있는 솔레노이드 밸브는 선박의 타를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침몰 당시 배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솔레노이드 밸브 장치는 현재는 분리돼 있다. 일본에서 실험을 거친 뒤, 선조위에 결과가 전달된 상태다. 타기실에서 들여다본 배의 내부 역시 부서진 구조물과 낙하물이 위쪽에 매달려 있는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머물던 4층 객실의 무너진 격벽 © 시사저널 박정훈

 

타기실 안쪽에서도 수밀문(침수방지 시설)의 일부가 열려 있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잠그지 않은 이 문을 통해 해수가 들어오는 길이 기관실까지 뚫려 있었던 셈이다. 정 분과장은 “수밀문은 다 잠그게 돼 있는데 기관실까지 문이 다 열려 있었다. (타기실을) 확인하고 나가서 다시 잠가야 하는데 하나도 잠그지 않았다”며 “이 문들이 닫혀만 있었더라도 세월호는 더 오랜 시간 떠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 세월호는 인양 과정에서 많이 손상됐다. 인양시험 실패로 선수 갑판 두 곳이 찢어지기도 했다. 상하이샐비지가 에어백 설치를 위해 수많은 구멍을 뚫었지만, 미수습자 유해 유실 가능성만 남기고 실패했다. 인양 방식이 바뀌면서 천공들은 선체 훼손으로만 남았다. 해수부는 인양 작업에 방해가 된다며 좌현에 있는 배의 균형 장치인 스태빌라이저와 닻(앵커)을 제거했다. 인양 중간에는 차량출입문인 램프가 절단됐다. 이 부분에 이상이 있었다는 증언이 재판에서 여러 번 나왔음에도 램프를 절단해 버리는 바람에 원인 규명은 더 어렵게 됐다. 현장 관계자는 “세월호를 직립시킨 뒤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선체 손상은 없어야 한다. 손상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머물고 있던 선수 쪽 4층 객실 역시 처참한 모습이었다. 단원고 7반과 8반 학생들이 머물고 있던 곳은 격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 뒤로는 7~8인 객실과 4인용 객실이 위치해 있다. 현재로서는 옆면으로 누워 있는 바닥을 절단할 수 없어 내부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바닥에는 참사의 잔해들과 여러 장의 옷가지들이 깔려 있었다. 정 분과장은 “결국 직립을 시켜야만 절개를 해 내부를 살필 수 있다. 이 구역에서 추가적으로 미수습자가 발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5명의 미수습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현재 진입이 불가능한 기관실은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핵심 장소다. © 시사저널 박정훈

 

격벽 무너진 객실…미수습자 발견 가능성 높아

 

세월호가 바로 서게 되면, 진상 규명에 필수적인 기관실뿐 아니라 협착된 객실까지 살필 수 있어 미수습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좌현도 드러나게 된다. 외부 충돌설도 제기된 만큼, 선조위는 좌현의 충돌 흔적도 조사해 의혹을 해소할 예정이다.

 

삼호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되지 않은 구역에서 미수습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기관실 등은 낙하물이 너무 많아 현재로서는 우리도 진입할 수 없다”며 “협착된 객실을 비롯해 (배를) 바로 세워야만 정상적으로 조사가 가능한 구간이 많은 상황”이라며 직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월호가 바로 서면 또 다른 진실, 잃어버린 가족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직립을 위한 보강 작업을 마치면, 배에 설치한 철제 빔들을 해상크레인에 연결해 세월호를 들어올려 바로 세우게 된다. ‘직립 디데이(D-day)’는 5월3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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