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위주의 경제 시스템, 지속 가능성 없어”
  • 송주영 시사저널e. 기자 (jy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8.04.02 15:51
  • 호수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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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 주최 ‘스타트업 포럼’ 강연 나선 사이토 유마 딜로이트재팬 대표

 

“성공적인 M&A(인수·합병)는 주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일본 산업의 성향이 바뀌고 있다.” 사이토 유마 딜로이트재팬 벤처지원부문 대표는 3월28일 시사저널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도 회사에 모든 역량을 내재화시키는 추세가 강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기업문화가 비슷했다”면서 “2010년 이후 일본 사회가 변화를 맞았다. 제품과 기술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느꼈고 해답을 스타트업에서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은 현재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대기업은 이들에 투자하고 인수도 하면서 혁신을 수혈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정부 주도 M&A 정책을 실행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3월28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e 스타트업포럼2018’에 참석한 사이토 유마 딜로이트재팬 벤처지원부문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소프트뱅크는 일본의 M&A 문화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M&A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인정받으며 애플·구글·페이스북 등과 함께 거론된다. 일본 3대 통신사로 꼽히는 KDDI는 ‘소라코무’라는 사물인터넷 전문기업을 2억 엔(약 20억원)에 최근 인수했다. 기업을 통째로 인수한 사례가 흔하지 않았던 일본 대기업들이 이같이 변화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이 1억 엔만 투자받았다고 해도 화제가 될 정도였다. 일본은 경제 저변을 확대하고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바꾸자는 위기감 속에 문화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산업 구조가 무너져가던 일본에 불어온 변화였다. 사이토 대표는 “스타트업이 일본 경제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인들의 인식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는 “다수의 스타트업을 키워내야 한다. 대기업 위주 경제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변화 속도가 빠른 기술들이 각광받고 플랫폼 사업이 부상하면서 혁신 속도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플랫폼이란 기반이 되는 기술에 새로운 서비스를 붙여 나가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는 사업을 의미한다. 사이토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일본은 해결방법을 스타트업에서 찾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스타트업 인수 사례는 매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향후의 기술 방향을 예측하고 중장기 관점에서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제품 개발 성공률은 1만 분의 1에 불과하다. 내부에서 1만 개 신약을 개발하면 그중 단 한 개만 성공한다. 기술개발의 위험도가 높다는 의미다. 일본 제약업계는 M&A를 통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효과를 누리려 하고 있다. 사이토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M&A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과거 일본 대기업 내 벤처기업이나 신기술에 투자하는 일을 담당하는 부서는 사회공헌이나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업무를 담당했다. 최근에는 기술 로드맵을 갖고 차근차근 기술을 흡수하고 장기 비전을 마련하는 차원의 투자로 목적이 바뀌었다. 일본 대기업 중에는 아예 신기술 담당 부서장이 회사 대표가 된 사례도 나타났다. M&A 부서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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