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D-3일…STX조선, 법정관리 피할까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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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인력 구조조정 두고 협상 난항

 

STX조선해양이 4월9일 법정관리 여부의 갈림길에 섰지만 노사가 팽팽히 맞서며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을 합의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로 사측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계획에 대해 노조는 생산직 인력 구조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반면 생산직 근로자 감축 등을 통해 STX조선해양의 경영을 정상화하려던 정부와 채권단은 자구계획에 노조가 동의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4월 5일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 사진=연합뉴스

정부 “4월9일까지 합의 없으면 법정관리 불가피”

 

정부의 일관된 구조조정 원칙은 4월5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확인됐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에 대해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날 “STX조선해양은 4월9일 이전까지 자구계획에 의한 노사합의를 이끌어 달라”며 “자구계획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소중한 일자리가 없어지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파국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3월8일 성동조선의 법정관리 결정과 달리 인력·비용 감축을 통해 STX조선해양을 조건부 회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STX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인력의 40%를 감축하는 등 고강도 자구계획 실행과 사업재편을 추진하되, 이에 대한 분명한 노사확약이 없는 경우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했다. 

 

특히 4월9일까지 고정비용 감축과 자산매각 및 유동성 부담 해소 등 컨설팅에서 제시된 수준 이상의 자구계획과 사업재편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STX조선해양이 마련한 자구안에는 직원 1400여 명 중 500여 명을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이미 희망퇴직을 신청한 115명을 제외하고 400여 명에 달하는 근로자를 더 줄이고 남은 인력들에 대한 임금삭감도 포함됐다. 

 

 

노조 “8600명→1400명으로 감축…추가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

 

하지만 STX조선해양 노사는 여전히 인력 감축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4월2일부터 자구계획을 두고 협상 테이블을 꾸렸지만,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없이 고용이 보장된다면 어떤 안도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체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하지 않으면 노사확약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노조 제시안으론 컨설팅 결과를 수용할 자구계획을 내놓을 수 없다며 맞섰다. 인적 구조조정이 추가로 이뤄지지 않으면 회사를 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26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을 비판하고 나섰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당사까지 점거한 노조는 인적 구조조정이 포함된 자구계획 철회에 여당이 책임 있게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2013년 인력감축을 단행해 8600여 명이던 직원을 현재 1400여 명으로 줄인 마당에 추가 인력감축은 부당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STX조선해양 한 노조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외친 정부가 말 그대로 양질의 일자리를 버리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법정관리에 앞서 고용이 우선이다”며 “노조와 조합원들은 설령 법정관리가 진행되더라도 고용이 담보되지 않으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당사 앞에서 농성중인 STX조선해양 노조 ⓒ 이상욱 기자

사측 “희망퇴직·아웃소싱 추가 진행…노조 결단 촉구” 

 

하지만 사측은 인적 구조조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노조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장윤근 대표이사는 4월8일 담화문을 통해 “계속 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해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자구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 부서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아웃소싱을 4월8일까지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회사의 자구계획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노조의 마지막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노조가 조합원의 고용보장을 전제로 무급휴직 등을 제시한 안을 사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이사는 노조 제시안이 컨설팅 결과에서 요구된 자구계획과 맞지 않고, 생산직 인건비 이행계획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조 요구대로 580명 기준으로 인건비를 맞추려면 통상임금 20% 삭감, 상여금 300% 삭감, 무급휴직 5개월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 수준으로는 회사 운영이 불가하다고 호소했다.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산업은행 성주영 부행장은 4월4일부터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에서 협상을 벌이며 노사 양측을 압박하고 있다. 또 정부도 진해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며 채권단의 압박에 가세했다. 

 

결국 꼬인 실타래를 푸는 것은 노조 몫이다. 노조가 인적 구조조정을 포함해 자구계획에 전적으로 동의하면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행을 피할 수 있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채권단은 노조의 동의 없이 대대적인 정리해고 등이 포함된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원지역 한 상공인은 “노사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데다 정부 역시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며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STX조선해양은 현재 수주잔량이 17척으로, 내년 3~4분기까지는 일감이 남아 있다. STX조선해양은 이 가운데 4척에 대해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발급을 기다리고 있으며, 만약 RG가 발급될 경우 추가로 2척의 선박 수주 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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