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봉침 목사’ 사건, 검찰-시청 ‘폭탄 돌리기’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9 16:06
  • 호수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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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검 “사건 축소·외압 없었다”…전주시청 “의혹 제기한 공지영 작가 고발”

 

지난해 여름 전북 지역 일대를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봉침 목사’ 사건이 전국적으로 재가열되고 있다. 현직 여성목사 이아무개씨가 허위 경력으로 전주 시내 장애인 주간보호센터를 설립해 후원금을 가로채고 센터 직원 등에게 불법 봉침 시술을 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검찰에 기소된 사건이다.

 

지난해 8월 시사저널 최초 보도 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 해당 사건을 조명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한 바 있다. 지난 3월엔 전북 지역 의원 다수가 소속된 민주평화당에서 해당 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서도 봉침 사건은 지역 내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건이 세간에 드러난 지 수개월이 흘렀지만 여성목사 이씨와 전주 지역사회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은 좀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목사를 향한 비호, 사건 축소 수사 등 전주시청과 전주지방검찰청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추가로 불거지는 상황이다. 이 두 곳은 봉침 사건을 꾸준히 쫓아온 공지영 작가와 시민단체에 의해 이 목사와의 유착관계를 의심받아 왔다.

 

봉침 여목사 이아무개씨가 운영 중인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의 한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 시사저널 고성준


 

“전주시청 2년 전부터 문제 알면서도 외면”

 

전주시는 이 목사가 운영하는 시설 설립과 지원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전주시청 관계자는 4월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6월30일 검찰로부터 이 목사에 대한 기소 사실을 통보받은 직후 시설에 대한 직권취소 논의를 시작했다”며 “그해 10월18일 최종 시설 폐쇄 결정이 나기까지 청문 일정 등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막힘없이 밟아나갔다”고 말했다. 공 작가를 비롯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이를 의도적으로 미루거나 사건 보도가 나간 후에야 급히 직권취소 결정을 내린 게 결코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주시가 이 목사 문제를 지난해 6월 기소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주시의 이 목사 비호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가장 앞장서 주장하는 공지영 작가는 2016년 4월 김승수 전주시장을 직접 찾아가 이 목사가 운영하는 시설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현재 재판 중인 이 목사의 허위 경력을 문제제기한 것이다.

 

공 작가에 따르면, 김 시장 역시 해당 시설의 지도점검을 지시하는 등 문제를 인지하는 듯 보였지만 이후 시설 승인 취소를 하지 않고 오히려 그 후로도 1억원이 넘는 예산을 해당 시설에 지원했다. 지난해 검찰 기소 후 이 목사의 허위 경력 문제를 처음 알게 돼 재빠른 조치를 취했다는 전주시의 해명을 뒤집는 것이다. 여기에 2013년 이미 허위 경력서 제출 문제로 전주시로부터 한 차례 폐쇄 결정이 난 해당 시설을 2014년 김 시장이 취임한 후 조속히 재개승인을 해 줬다는 사실도 밝혀져 전주시와 김 시장을 둘러싼 의혹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전주시 측은 "2013년 시에서 먼저 시설 폐쇄결정을 한 사실이 없다"고 적극 반박했다. 이춘배 전주시청 장애인시설 팀장은 "당시 도에서 시설에 대한 감사가 나오자 이 목사가 먼저 폐쇄하겠다 얘길 한 것"이라며 "오래 전부터 시에선 이 목사의 허위경력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는데, 시 역시 지난해 검찰 기소되면서 처음 그 사실을 파악했고 그 후 절차에 따라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전주시는 지난 3월 허위사실을 통해 전주시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공 작가를 고발했다. 이에 공 작가는 4월3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가 자격 없는 사람에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며 김승수 시장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공 작가는 4월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전주시의 고발에 대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속히 내 입을 막으려는 의도이자 책임 회피”라며 “바른말을 하는 개인을 향한 시 차원의 이번 고발은 두고두고 비웃음 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공지영 작가가 4월3일 전북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가 이 목사를 도와준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 사진=연합뉴스


 

檢 “수사 의혹 답답…기소 이후는 市 역할”

 

이처럼 전주시가 강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3월28일 전주KBS에 의해 “전주지검에 수사를 막은 사람이 있었다”는 전주시청 소속 고위 공무원의 음성파일이 공개돼 전주지검의 수사에 대한 의혹도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이 목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처음 검찰에 제보했다는 이 공무원은 해당 음성파일에서 “전주지검 내 보이지 않는 게 많다”며 검찰의 축소 수사가 실제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전주지검은 강하게 부인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한수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4월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근거로 그러한 얘길 했는지가 불명확한 음성을 내보내 기관이 하는 업무에 불신을 초래한 데 대해 당황스럽다”며 “정말 그와 같은 의혹을 갖고 있다면 정식으로 우리 측에 문제제기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 수사와 재판을 거치며 꾸준히 제기돼 온 축소·은폐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반박했다. 이 목사로부터 봉침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들이 다수임에도 공소장에 시설 직원 등 2명의 피해만을 의료법 위반 행위로 명시한 데 대해 김 차장검사는 “수사 단서 중에 봉침 시술과 금품 갈취 관련 내용이 있다고 해서 CCTV와 휴대폰 등을 압수수색해서 확인했지만 시술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봉침을 이용한 아동학대 혐의를 넣지 않은 데 대해서도 김 차장검사는 “봉침을 놓은 아이들 중 이 목사의 친자녀도 있어, 학대가 아닌 치료 의도였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는 최근 이를 입증할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뒤늦게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또한 김 차장검사는 “이 목사에 대한 기소 처분을 곧장 전주시에 통보했다”며 “그 후 시설 직권취소 등에 관한 절차는 시청에서 해야 할 행정 업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 목사에 대한 수사 및 기소 결정과 통보, 현재 재판 진행 등 검찰이 할 수 있는 제 역할엔 충실했다는 것이다. 송인택 전주지검장 역시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소한의 ‘팩트 체크’도 없이 검찰을 권력에 휘둘리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주시와 마찬가지로 전주지검 역시 여전히 풀어야 할 의혹들이 산적해 있다.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은 봉침 피해자들이 증인으로 줄곧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표했음에도 검찰에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부르지 않았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받은 중요 참고인의 진술조서 세 곳에 검사 날인이 누락돼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이 부분에 대해 검찰 측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으로 남는다. 여기에 시청 고위 공무원의 검찰 축소 수사 증언이 보도되면서 검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지역사회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봉침 사건이 드러난 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이 목사와 지역 유력 정치인들의 특수 관계 의혹도 계속 지역사회를 떠돌고 있다. 몇몇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수사를 시작하기에 구체적 물증이 부족하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의혹은 많고 책임지는 이는 하나 없는 가운데, 재판 진행 중인 이 목사가 운영해 온 문제의 시설은 버젓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18일 전주시에 의해 직권취소 조치가 내려져 잠시 운영이 중단됐지만, 이내 이 목사 측에서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 인용되면서 지난 1월 다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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