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프로야구 열기 주도하는 고졸 신인선수들
  •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3 10:23
  • 호수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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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무대에서 무리하다 부상당할 위험 주의해야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대개 10경기 정도를 치른 4월5일 현재, 시즌 초반이지만 KBO리그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신인답지 않은 고졸 출신 선수들의 등장이다. 지난해 넥센 이정후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을 탔다고 해도, 고졸 신인이 프로 무대를 휘젓고 다니기는 거의 어렵다. 이정후의 신인왕 수상은 2007년 임태훈 이후 10년 만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양상이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에는 이정후 혼자 치고 나갔다면, 올해는 여러 선수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선수는 KT 강백호다. 서울고 시절, 에이스 겸 4번 타자로 활약한 강백호는 프로에서 타자로만 나서면서 타율 0.325, 4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128을 기록 중이다. 수비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타격만 보면 기존의 각 팀 주축 타자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1996년 신인 돌풍을 일으킨 박재홍이나 ‘두목곰’ 김동주와 비교되기도 한다. 실제로 시즌이 시작되기 전, 모 구단 관계자는 “김동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재목이다. 1998년 신인이던 김동주는 홈런 24개를 쳐냈다. 강백호는 잠실구장보다 다소 작은 KT위즈파크를 쓰는 만큼 부상만 없다면 25개 이상 홈런을 때려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강백호는 매섭게 배트를 돌리고 있다.

 

4월5일 프로야구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KT 슈퍼루키 강백호가 대타로 등장해 동점 2루타를 치고 있다. © 사진=뉴스1


 

강백호만큼은 아니지만, 롯데 한동희의 활약도 눈에 띈다.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차며 타율은 0.278을 기록 중이다. 공수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타격의 장인으로 불리는 김용달 KBO 육성위원은 “믿고 꾸준히 기용하면 공수에서 크게 발전할 재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고졸 신인의 활약은 타석뿐만이 아니다. 마운드에서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 양창섭과 두산 곽빈 등이 그 주인공이다. 양창섭은 선발 데뷔전에서 무실점(6이닝) 승리를 거뒀고, 곽빈은 1승과 1홀드를 올리며 ‘믿을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두 선수 다 안정된 제구력과 함께 강심장을 지니고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올해 특별히 고졸 신인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김용달 위원은 “재능 있는 선수가 많은 점”을 꼽았다. 올해 고졸 신인은 이른바 ‘베이징 키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을 보고 야구를 시작한 세대를 뜻한다. 많은 어린 소년들이 야구를 시작한 만큼, 재능 있는 선수도 다른 세대와 비교해 많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은 ‘기술의 대중화’를 언급했다. 과거에는 프로와 아마 지도자 사이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 벽)과 같은 격차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마야구계에 프로 출신 지도자가 많이 진출하면서 프로 지도자와의 수준 차이가 크게 줄었다. 김 위원은 “여기에 유튜브 등을 통해 미국이나 일본의 선진 기술도 쉽게 알 수 있게 돼, 선수 기량은 물론이고 몸 관리 등도 크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타격코치 출신이다. 투수코치는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투수코치도 김 위원의 견해와 다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구단 투수코치는 “올림픽 금메달 후, 야구 지원자가 많았다. 선수 자원이 많다는 것은 재능 있는 선수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선수들이 과거보다는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성장한 게 고졸 신인 돌풍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프로 감독 출신 지도자는 ‘투저 타고’에서 이유를 찾았다. 그는 “지난해 타율 3할을 기록한 선수는 33명이었다. 출장 기회가 꾸준히 주어지고, 웬만큼 재능 있는 선수라면 적어도 2할8푼대는 쉽게 때려낼 수 있는 상황이다. 좋은 투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투수진의 수준이 낮다. 그래서 고졸 신인이라고 해도 충분히 때려낼 수 있는 수준이다. 투수의 경우는 투수진의 수준이 낮은 만큼 출장 기회를 잡기 쉽다. 물론 전제는 있다. 제구나 구위가 좋아야 한다. 양창섭의 제구는 웬만한 1군 투수보다 안정적이다. 곽빈은 구위가 뛰어나다. 그런 점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4월1일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롯데 한동희가 적시타를 치고 있다. © 사진=뉴스1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지도자는 고졸 신인의 활약에 대해 ‘올해만’이 아닌 ‘올해부터’라고 입을 모았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고교에 재능이 뛰어난 선수가 많은 데다, 각 구단이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세대교체의 흐름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투수코치는 ‘버두치 리스트’를 언급했다. 이 리스트는 미국 칼럼니스트인 톰 버두치의 주장을 의미한다. 그는 “만 25세 이하 투수가 지난해와 비교해 30이닝 이상 더 던지면 그 이듬해 다치거나 부진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고교 야구에서는 아무리 혹사한다고 해도 대회별로 경기가 있다. 그런 만큼 짧은 기간에 많이 던지고 한 달 정도 쉬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반면, 프로야구에서는 매일 경기를 치른다. 그렇기에 투수에게 요구되는 체력이 프로와 아마는 다르다. 또 아무리 건장한 고교 신인 투수라고 해도 몸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많은 이닝의 투구는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2016년 NC 박준영이 고졸 신인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팔꿈치를 다쳤다. 물론, 그는 고교 시절 유격수였다는 점에서 올해 좋은 활약을 펼치는 양창섭·곽빈 등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박준영은 더 관리해 줘야 했다. 어쨌든 양창섭과 곽빈 등도 공이 좋다고, 쉼 없이 등판하면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 혹은 그 이후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 점에서 벤치는 몇 이닝으로 올해 투구를 제한할지 미리 정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많은 투수가 그랬듯, 던지는 날보다 부상으로 신음하는 날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베이징올림픽 세대의 두각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롱런’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팀 차원에서 얼마만큼 관리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 그런 점에 관심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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