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복심 읽으려면 이들 ‘5인방’을 주목하라!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6 09:24
  • 호수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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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움직이는 ‘핵심 비서관 5인방’ 심층 취재…‘정보 윤건영’ ‘일정 송인배’ ‘적폐청산 백원우’ ‘정책 정태호’ ‘개혁입법 진성준’

 

문재인 정부는 누가 움직일까. 국정 운영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에는 ‘숨은 실세’로 통하는 비서관들이 있다. 여의도 정가와 집권여당 주변에선 청와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등 5인방 역할에 주목한다. 실장·수석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의 ‘통치 코드’를 가장 잘 이해하는 핵심 참모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개혁 성향 갖춘 ‘文 대통령 코드 인사’

 

이들은 지역 및 계파를 안배하는 문 대통령의 탕평 인사 원칙에서 비켜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핵심 비서관 5인방의 면면(面面)을 보면 노무현 정부 출신이거나 개혁 성향의 ‘코드’에 맞춘 인사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한 현역의원은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견지했던 인사 3대 원칙은 능력 위주, 적재적소, 탕평”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진용을 짤 때 상대적으로 탕평이라는 원칙보단 경험과 전체적인 팀워크, 국정철학 공유 등을 더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마디로 원활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코드’가 맞는 참모들을 인선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비슷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때 개혁적 인사들이 한두 명씩 내각이나 청와대에 발탁됐다가 견디지 못하고 물러나오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나는 개혁적 인사들이 일거에 내각과 청와대의 대세를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정권이 힘이 있는 집권 초기에 개혁 과제를 추진해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이를 위해 청와대와 각 부처 사이에서 정책 조율 등 가교 역할을 하는 비서관 인선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실세 비서관 1호’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청와대 안팎에서 공인하는 실세 비서관 1호는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폐지했던 청와대 국정상황실 직제를 복원하고 그 자리에 윤 실장을 앉혔다. 비서관급 중 유일하게 실장 명칭이 붙은 국정상황실장은 전반적인 국정상황을 24시간 점검하는 막강한 역할을 한다.

 

윤 실장의 공식 업무는 검찰과 경찰에서 올라오는 사건·사고, 정보 취합이다. 청와대 안팎의 모든 정보가 윤 실장에게 모인다. 정책 및 인사와 관련된 각종 의견과 제보 등도 윤 실장에게 전달된다. 그렇게 모인 정보를 윤 실장은 매일 아침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대통령에게 직보(直報)한다. 문 대통령과의 접촉 빈도는 청와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청와대 내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참모라는 평가다.

 

윤 실장의 존재감은 청와대 내 각종 회의 때 드러난다고 알려졌다. 정보를 다루는 업무 특성상 각종 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가 많은데 두 번 묻는 일 없게 깔끔하고 명료하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스타일’로 보고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윤 실장”이라며 “회의 때 보니까 왜 복심(腹心)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윤 실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은 각별하다. 2012년 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해 총선에 이어 대선에 도전할 때 일정과 공보, 수행을 도맡아 했던 인물이 바로 그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수석보좌관으로서 ‘의원실 325호’를 진두지휘하며 보좌했다. 문 대통령은 중요한 정치적 국면 때마다 윤 실장을 곁에 뒀다. 2012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배석한 윤 실장에 대한 안 후보 측의 문제제기에 문 대통령이 “윤건영이 배석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 친노(親盧)인 게 이유냐”고 정면 반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윤 실장은 이번 4·27 남북 정상회담 준비 종합상황실장도 맡아 문 대통령 신임을 재차 확인했다.

 

© 사진=연합뉴스


 

‘문고리 권력’ 송인배-‘막강 권한’ 백원우

 

문 대통령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비서관은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이다. 대통령의 수족(手足) 역할을 하는 제1부속실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최측근 인사가 배치됐다. 문 대통령의 고향집이 있는 경남 양산에서 송 비서관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오랫동안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문 대통령이 경남 양산에서 찍힌 사진이 보도될 때마다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인사가 바로 송 비서관이다.

 

송 비서관은 이젠 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출근하는 사진이 찍힐 때마다 그 옆에도 자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은 송 비서관이 짠다. 임종석 비서실장조차 모르는 비공개 일정도 그의 손을 거친다. 송 비서관은 부속비서관으로 공식 임명되기 전부터 문 대통령의 일정을 챙겼다. 대선캠프에서도 일정총괄팀장을 맡았다. 그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거의 모든 회의와 일정에 동행한다. 송 비서관을 거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을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하기도 어렵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각 수석실에서 작성된 각종 문서도 부속비서관실로 모인다. 송 비서관이 ‘문고리 권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다.

 

© 시사저널 포토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적폐청산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검찰 개혁 등 각종 사정기관의 개혁을 조국 민정수석과 함께 백 비서관이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 백 비서관은 다른 비서관보다 ‘한 급’ 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권한이 막강한 민정수석의 바로 아래 선임비서관 자리인 데다 업무 장악력이 세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직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민정수석은 국가정보원·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 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이들 기관에서 나오는 정보는 모두 민정수석실로 모여든다. 또 민정수석은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인사 검증 권한도 갖고 있다. 이 모든 정보의 1차 취합자가 바로 백 비서관이다. 지난 정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민정비서관을 거쳤다. 백 비서관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의원 신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사죄하라”고 외친 인물이다.

 

© 사진=연합뉴스


 

‘정책 조정’ 정태호-‘개혁안 조율’ 진성준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은 청와대와 부처 간 정책과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책기획비서관은 이전 정부 때 없던 직책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사회 정책 전반을 조정하기 위해 신설된 자리다. 장하성 정책실장 산하에 일자리·경제·사회수석들이 있지만 부처 간 업무를 조율·조정하는 실제 업무는 정 비서관 몫이다. 이에 경제·산업계에선 정 비서관을 청와대 내 최고 실세로 친다. 최근엔 개헌 분야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팎에서 정 비서관을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대선 과정에서 관리하던 싱크탱크 ‘국민 성장’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됐기 때문이다. 조윤제 주미대사나 서훈 국정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정 비서관은 정책실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의제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에게 보고 기회가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에선 언제든 수석급 자리로 이동 가능한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이해찬 의원 비서관 출신으로 민주당 내 친노 인사들과 교감이 깊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의 평가도 후하다. 문 대통령은 정 비서관이 총선에 출마했을 때 지원 유세를 하면서 “선거를 하다 모르면 정태호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文 스타일… “모두 묵묵하고 꾸준히”

 

전직 국회의원 출신인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여소야대’ 정치구도 속 국회와의 원활한 관계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청와대가 추진 중인 각종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국회와의 관계 설정이 핵심적이니만큼 진 비서관의 역할도 그만큼 커진다. 특히 최근엔 문 대통령이 개헌과 관련해 드라이브를 세게 걸면서 진 비서관의 역할에 주목하는 시선도 늘었다.

 

진 비서관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국회와 정당에 관한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정세에 대한 판단을 보고서로 작성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2012년 문재인 선대위 대변인을 맡으며 ‘문재인의 호위무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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