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조위 “외력 충돌 가능성 조사”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8.04.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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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책임자는 국가다”…전 정부 진상규명 방해해 원점 조사 필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년. 참사의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책임자를 가리는 것도 명확하지 않다. 모든 것이 4년 전 그대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목포신항에서, 안산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오늘도 진실규명을 외치고 있다. 세월호가 잊히지 않기 위해 바다 앞에서, 아이들의 사진 앞에서, 길거리에서 싸운다. 유가족 관계자는 지나가는 말로 “이제는 노란 리본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 무관심이 커질수록 진실규명은 더 멀어질 것을 염려한 말이다.  

 

“세월호는 국가의 책임이다.” 정성욱 세월호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故 정동수군의 아버지)가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 듣지 못한 말을 국가가 하길 원한다고 했다. 국가 시스템은 세월호 참사 당일에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방해했다. 그 책임을 4년 동안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을 수습하고 마무리 짓는 것에만 급급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의 본질이 여전히 미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4월16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 화랑공원 내 야외광장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유가족들과 추도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4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과 안산, 목포신항에선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세월호를 잊지 말자”라는 다짐을 외쳤다. 지난 14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지만 세월호와 관련된 형량은 없다”며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는 5000만명의 국민 목숨보다 오로지 한 명의 안위만을 지키기 위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방해, 은폐하고 축소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가장 큰 상처는 왜 구하지 않았느냐에 있다. 유가족 관계자는 “그런 정부가 사고가 일어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세월호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참사의 책임이 있는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 조사를 방해하고 해산하기까지 했다. 진실을 밝히기보다 조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는 정부가 했어야 한 컨트롤타워의 부재 때문이고 구출 작전에서 구하지 않아 참사가 발생했다고 봤다. 그 정부가 세월호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진상규명을 여러 각도로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선조위 “외력 가능성 열어뒀다. 외력 있었다면 잠수함”

 

가족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검찰이 내놓은 사고 원인인 과적, 복원성 불량, 고박 불량, 조타 실수가 진짜 원인이 아니라는 실험들과 보고서들이 4주년에 맞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유가족 관계자는 “세월호를 빨리 덮으려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세월호 진상규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는 세월호 사고 원인과 관련해 외력설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MARIN) 실험, 블랙박스 영상 분석, 선체 조사 등을 통해 외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확신을 주는 증거들을 찾았기 때문이다. 

 

4월13일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외력이다. 다시 말해 세월호 선체에 외력이 가해진 증거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선조위는 외력 충돌설에 대해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밀조사하기로 했다.

 

선조위가 외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놓은 증거는 3가지다. 세월호 좌현에 있는 ‘핀 안정기’(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의 변형과 스크래치, 사고 당일 선체에 있던 차량들의 움직임, 선체의 선수각도 변형과 횡경사(기울기) 속도다. 모두 다 정상 범주를 벗어난 움직임을 보였다. 

 

권영빈 선조위 1소위원장은 이날 “선조위는 외력설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했다”며 “그럼 왜 지금 와서 외력설이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용역 결과들이 최근에 들어왔고 외력설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선조위 확인 결과, 세월호 좌현에 있는 핀 안정기는 최대 작동각인 25도보다 25.9도나 초과해 50.9도로 비틀려 있는 것이 확인됐다. 외력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스크래치도 발견됐다. ‘과도한 외력에 의해서 핀이 축으로부터 원주방향으로 회전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게 선조위의 설명이다. 

 

세월호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분석 결과에서도 비정상적인 차량 움직임이 나타났다. 선조위는 사고 당시 차량들의 움직임은 1G(9.8m/s2)에 해당하는 가속도 충격에 의한 것으로 봤다. 통상적인 배의 선회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속도 0.02G의 50배였다. 선수가 돌아가는 선회 속도(ROT)는 화물 이동이 발생하면 오히려 감소하지만 세월호는 반대로 움직였다. 동시에 횡경사(기울기) 속도는 당시 1초에 12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배라면 선회할 때 1초에 1도도 기울지 않는데 세월호는 1초에 12도까지 기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횡경사를 보인 것이다. 

 

이번 ‘외부 물체와의 충돌설에 관한 논의 건’ 발표를 담당한 선조위 관계자는 “수중에 있는 핀 안전기를 충격해야 하기 때문에 수중 물체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외력을 가할 수 있는 움직이는 물체라면 적어도 세월호 속력보다 빠른 물체라야 가능하다”며, ‘가장 혐의가 높은 것이 잠수함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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