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이면 댓글 달 수 있는 아이디 무한생성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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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하나가 일주일에 댓글 787개 달아…포털 댓글의 현주소

“더불어 민주당 ---☞추악안 더불어 섹스당 그래서 탁현민은?” (원문 그대로)

네이버 뉴스에서 볼 수 있는 댓글 중 하나다. 이 같은 댓글은 연합뉴스의 ‘정부 개헌 초안 완성…5·18 반영하고 대선 결선투표 도입’ 등 기사 수십 건에 총 797건 달렸다. 3월10일 11시4분부터 3월18일 오후 8시32분까지 게재됐다. 9일 동안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같은 댓글이 800건 가까이 달린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정봉주 의원의 성추문이 불거졌을 시기지만, 댓글은 성희롱과 전혀 관련 없는 뉴스에도 달렸다. 아이디는 ‘pant****’였다.

 

 

워드미터 개발자가 2월7일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댓글을 지목하고 있다. ⓒ시사저널 취준필


 

네티즌 ‘pant****’는 3월30일 오후 7시12분부터 4월14일 오후 8시14분까지 “오르지 보여주기쇼와 북한 그리고 정치보복밖에 모르는 무능 문재앙^^ 그리고 추악한 참여연대 좌빨 쓰레기 김기식!!!!”이란 댓글을 229건 달기도 했다.

 

 

‘​pant****'가 남긴 뉴스 댓글 캡쳐 ⓒ시사저널 조문희



네이버 뉴스 댓글 수집 사이트 ‘워드미터’에서 찾아본 결과다. 워드미터에서는 네이버 뉴스와 ‘MLB파크’ ‘클리앙’ 등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을 작성자별로 확인할 수 있다. ‘pant****’는 워드미터에서 제공하는 네이버 댓글 사용자 순위 중 1위를 차지한 아이디다. 집계가 시작된 지난해 11월부터 총 4199건의 댓글을 달았다. 2위는 ‘nall****로, 3197건을 달았다.

 

검찰이 파워블로거 ‘드루킹’을 정부 비판 성격 댓글의 추천 수를 높여 여론을 조작하려 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기소한 가운데, 포털사이트의 댓글 조작 세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 조작은 어떻게 이뤄지고, 얼마나 만연한 걸까.

 

 

같은 아이디가 같은 댓글 수백건씩 달아

 

앞선 네티즌 ‘pant****’는 4월1일부터 4월17일까지 총 259건의 댓글을 달았지만, 겹치는 내용을 제외하면 6개에 불과하다. 6개의 같은 댓글을 수십 개씩 붙여 넣은 것이다. 아이디 ‘nall****’도 마찬가지다. ‘nall****’은 3월1일부터 지금껏 총 1263개의 댓글을 달았지만, 모두 ‘문재앙’·‘무상복지’​·​‘​사탕’​·​‘​주체사상’​·​‘​주사파정부’​ 등의 키워드가 포함됐다. 그중 “문재앙이 무상복지라는 사탕 배급으로 국민의 치아를 썩게 하고”로 시작하는 글은 1023번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당원 댓글조작에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4월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김경수 의원 사무실 앞은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네이버 측은 “약관에 위반하지 않으면 따로 모니터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표현의 자유도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함부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 네이버 규정에 따르면, 한 아이디는 24시간 동안 댓글 20개만 남길 수 있다. 아이디를 만들 땐 핸드폰 번호 인증이 필요한데, 한 번호 당 아이디는 세 개까지 등록할 수 있다.

 

네이버 측은 워드미터에 집계되는 사용자별 정보에 대해 “모두 동일한 아이디로 볼 순 없다”고 했다. 앞 네 자리가 똑같아도 뒷자리는 다를 수 있어서다. 가령 pant1, pant2, pant3은 모두 다른 아이디란 얘기다. 때문에 하루에 pant1·2·​3이 똑같은 댓글을 각각 20개씩 달아도 약관에 반하진 않는다. 기자는 ‘pant****’의 신상을 확인하고자 네이버 측에 문의했지만, “개인정보라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아이디 무한생성 50만원…처벌 조항도 없어

 

하루에 달 수 있는 댓글 수가 제한돼 있다 보니, 아이디 개수를 늘리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구글에 ‘네이버 아이디 판매’를 검색하면 수십만 건이 나온다. 한 아이디당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에 거래한다는 광고물이다.

 

아이디 무한생성 프로그램 판매자와 카카오톡 대화 내용 ⓒ시사저널 조문희


 

아이디를 무한으로 생성하는 프로그램을 파는 경우도 있다. 가입할 때 필요한 인증번호를 무제한으로 만들어 아이디를 계속 등록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인터넷에 ‘네이버 아이디 무한 생성’을 검색하면 해당 영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한 판매자에게 연락해보니, 프로그램 가격은 50만원이었다.

 

판매자는 “정확한 규모를 밝히긴 어렵지만, 프로그램 구입 문의가 상당하고 구매하는 사람도 꽤 된다”고 말했다. 판매자는 불법 소지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명 아이디를 해킹해서 거래하면 불법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비실명을 생성하는 거여서 불법이 아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업무방해죄 소지는 있지만, 정보통신망법에는 마땅한 조항이 없어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망법 48조에서 금지 행위를 명시하고 있지만, 댓글을 여러 건 다는 행위나 아이디를 사고파는 행위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 처벌한 판례도 지금껏 없다. 김 변호사는 “댓글 조작을 규제하려면 인터넷 실명제가 필요한데, 실명제는 이미 위헌 판결이 났다. 법적 공방이 치열할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는 매크로 프로그램를 활용해 댓글작업을 하거나, 댓글에 대한 추천 수를 조작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내게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발의되기도 했다. 법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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