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X》 제작자 ‘자로’ “진실은 밝혀질 수 있다”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8.04.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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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감독의 《그날바다》는 사실과 다르다”…선체 조사로 수중 물체 충돌 가능성 높아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진실을 은폐하고 방해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제서야 세월호는 인양될 수 있었다. 이후 네덜란드 현지서 모형실험이 진행됐고, 누락해선 안 되는 국내 세월호 보고서도 공개됐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이 흘러서야 모두 가능했다. 과적, 복원성 불량, 고박 불량, 조타 실수를 세월호 사고 원인이라고 말한 것이 오히려 음모론에 가깝고,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의심을 하게 됐다. 세월호는 일반 사고가 아니었다. 

 

애초부터 검찰의 사고 원인 발표가 잘못됐고 세월호 참사는 외력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세월X》 제작자 ‘자로’. 그는 2012년에 국정원 직원의 비밀 트위터 계정과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찾아내 국정원 댓글사건을 밝혀냈다. 4월19일 대법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징역 4년을 확정했다. 자로는 더욱 자신의 신분을 감춰야하는 신세가 됐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가 최근 잠수함 등 외부 물체와의 충돌설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정밀조사하기로 하면서 자로가 만든 8시간49분03초 분량의 《세월X》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로는 선체인양, 네덜란드 실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보고서 등이 나오기 전부터 외력을 주장했다. 영화 《그날바다》의 앵커설과 AIS 항적 조작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냈다. 22일 자로를 만나 2시간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체가 인양된 후 네티즌 수사대 자로로 거의 활동이 없었다. 어떻게 지냈나. 

 

“(선체가 인양된 후) 세월호에 아무런 흔적이 없다며 보수나 진보 가리지 않고 나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밝혔던 나에게 심지어 국정원 직원이냐는 조롱도 있었다. 괴로웠다. 세월호 선체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외관상 흔적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SNS에 글을 올리고 싶었지만 이미 나를 매장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세월호는 좌현으로 누워 있었다. 많은 부분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언론을 보면서 2014년 사고 당시 ‘전원구조 오보’가 생각났다. 세월호가 인양됐으니 조사하고 결론을 내자라는 분위기가 아니라,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선조위가 외력의 흔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잠수함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선체에 외력의 흔적과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에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 선조위 초청으로 침몰 원인 조사위원 30여 명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때도 외력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침몰 원인이 수중 미상의 물체라는 점으로 밝혀진다면 모든 것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과연 국정원이 이 사실을 몰랐는지, 사고 원인을 감춰야하는 이유가 있었는지, 외교적이나 군사적 문제로 인해서 숨겨야 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 지금은 감춰져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세월X》를 만들게 된 계기는? 

 

“모든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무엇이라도 하고 싶고, 유가족을 위해 도움도 되고 싶었을 것이다. 저 역시 같았다. 《세월X》에도 남겨놨지만 하늘에 있는 제 아이의 기일이 4월15일이다. 매번 4월만 되면 기운이 없고 우울했다. 아무것도 해준 게 없고 지켜주지 못했다. 미안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아이의 기일 다음날 터진 것이다. 그때 유가족들 보니까 미치겠더라. 세월호에 대해 파고들다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미쳤던 것 같다. 미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결과를 단정하고 연구하지 않았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했다. 모든 가능성을 다 살펴봤다고 보면 된다. 과적, 복원성 불량, 조타 실수, 기계적 고장 관점도 다 봤다. 고의 침몰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력한 의심을 가지고 추적했다. AIS·CCTV가 정말로 조작됐는지 팠다. 외력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연구하고 검증한 결과 다다른 종착역이 외력이었다.” 

 

 

김지영 감독의 《그날바다》가 개봉했다. 앵커설과 항적 조작을 말한다. 

 

“《세월X》 다큐를 보면 한 가지 팩트를 증명하기 위해 여러 연관 자료를 한꺼번에 제시한다. 내 팩트가 깨지기 위해선 이 연관 팩트들도 모두 깨져야 한다. 《세월X》에는 추정이 많지 않다. 관련 자료, 전문가 의견, 과학적 계산에 의해 나온 값을 토대로 외력을 말했다. 진실은 가장 단순한 곳에 있다. 스모킹건은 세월호 레이더 영상과 AIS 항적이다. 외국의 경우도 해양 사고가 나면 AIS와 레이더를 같이 조사한다. 둘 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보완이 가능하다. 상식이다. 지금은 이 자료 자체가 조작됐다고 한다.” 

 

 

《그날바다》에선 항적이 조작됐다고 한다. 

 

“나도 《세월X》에서 하나하나 다 팩트 체크를 했다. 그 결과 조작이 아니라 그 기계에 대한 이해부족, 시스템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계적으로도 설명 안 되는 데이터가 있지만 그런 데이터는 극미하다. 오히려 그런 데이터가 없다면 이상한 것이다. 세월호가 인천에서 내려오는 동안에도 누락된 구간이 나타난다. 사고 구간만이 아니다. AIS 시스템 자체가 기본적으로 누락과 오류도 많다. 배를 모는 사람의 상식적인 이야기다. 세월호 사고 해역에 있었던 모든 배에도 일어나는 평범한 현상이다. 둘라에이스도, 드라곤에이스도 등 사고 당시에 있었던 배의 항적을 보면 누락 구간이 있고, 속도가 빨라진 것처럼 보이는 구간이 나온다. 그런데도 세월호만 조작됐다고 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월호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려면 다른 배의 항적들도 조사해서 세월호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비교해야 한다. 세월호의 과거 AIS 항적까지 조사해서 비교검토 해야 한다. 《그날바다》에는 그런 것이 없다. 《세월X》선 그 조사를 했다. 다른 배에도 몇 퍼센트가 누락됐고, 이상 구간이 있었고, 심지어는 그 내용과 관련한 학술자료, 세미나 자료도 다 찾았다. 각 VTS 기지국마다 몇 퍼센트 누락이 있는지.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이것을 조작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개봉한 영화 《그날, 바다》의 한 장면 © ㈜엣나인필름 제공

 

닻을 내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그날바다》는 기존 앵커설과 조작 주장에서 더 나아간 내용이 없다. 《세월X》서 제기한 반론에 제대로 응답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닻이라는 점에 엄청난 공감을 받고 있다. 선조위 조사관들도 닻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닻을 내렸다고 말하는 선조위 관계자나 전문가들을 만난 적이 없다. 닻으로 세월호를 끌어당겼다면 닻 토출구(닻이 드나드는 선체구멍)는 손상되거나 변형이 있어야 하는데 녹슨 흔적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닻도 너무 멀쩡했다. 닻을 이용했다면 내리고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봤다는 증언도 없었다.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닻을 내려서 L자 항적이 있다고 하는데 세월호 CCTV를 보면 당시 아무 일도 없다. 블랙박스도 똑같다.” 

 

 

영화에서는 세월호의 급격한 우회전을 이야기하지 않더라. 

 

“닻으로 이야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왼쪽 닻을 내렸다고 하면 세월호는 왼쪽으로 가게 되는데 세월호는 사고 지점에서 우현 급선회를 했다. 닻을 바다에서 쓰고 들어 올리면 더러운 해저 부유물들이 묻어있어야 한다. 사고 당시 닻은 깨끗했다. 세월호가 쓰러지는 순간 발전기는 블랙아웃 된다. 발전기 자체가 고가이기 때문에 발전기를 보호하기 위해 배가 기울어지는 순간 주발전기는 꺼진다. 이후 비상발전기가 켜진다. 그럼 배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써야하는 전기 설비 외에는 전기 출력 자체가 작아지기 때문에 그 출력 가지고는 그 무거운 닻을 끌어올릴 수 없다.” 

 

 

선조위가 외력과 잠수함을 언급했다. 핀 안정기의 변형과 스크래치·블랙박스를 분석해 외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세월호 외력이 음모론 취급 받다가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선조위와 언론이 이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렇게 했어야 한다. 당시엔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을 음모론 취급했다. 잠수함이라면 잠수함의 페인트가 세월호에 남아있어야겠지만 일단 물속에 너무 오래 있었다. 인양 후 고압호수로 선체를 모두 씻어냈다. 페인트가 남아있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나도 처음엔 외력을 믿지 않았다. 외력을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자다. 그 분이 뭐가 아쉬워서 세월호를 팠겠나. 나는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만, 과학적 논거만 봤다. AIS 항적과 복원력 계산에선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끝까지 함께 하겠다. 거창한 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함께 하겠다. 저보다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분들이 선조위 분들과 2기 특조위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배를 아는 전문 인력이 특조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그럼 쓸데없는 인물들은 다 나와야 한다. 최근 진상규명 방해로 논란을 일으킨 책임자들은 사퇴해야 한다. 진실규명에 반대한 사람들은 나가야 한다. 조사를 방해한 만큼 조사 기간도 늘려줘야 한다. 세월호 진실은 밝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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