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나온다는 ‘한국 3대 흉가’는 조작됐다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6 08:58
  • 호수 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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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병원·평범한 식당이 ‘귀신의 집’으로 소문나

 

3월18일 개봉한 공포영화 《곤지암》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공포영화 중 관객 300만 명을 동원한 것은 2003년 《장화, 홍련》(314만)이 마지막이다. 영화 《곤지암》은 순 제작비 11억원의 저예산으로 유명 배우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손익분기점(60만~70만 명)은 개봉 첫 주에 이미 돌파했다. 영화 평론가들은 “흥행에 귀신이 붙었다”며 의외의 반응에 놀라고 있다.

 

이 영화는 7인의 공포 체험단이 정신병원에서 겪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을 그리고 있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인근의 폐가를 찾아 공포 체험을 하려는 청소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소음이나 소란 등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나 폐가라 해도 엄연한 사유지다. 이 때문에 허가받지 않은 불법 무단 침입은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

 

영화 《곤지암》의 모티브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곤지암 남양신경정신과병원’(곤지암 정신병원)이다. 이곳은 미국 뉴스 전문채널 CNN이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 중 한 곳으로 선정하면서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현재는 경북 영덕 ‘영덕횟집’, 충북 제천 ‘늘봄가든’과 함께 ‘한국 3대 흉가’ 중 하나로 불린다. 이곳은 ‘귀신이 나오는 집’으로 소문이 나 있다. 그런데 이 흉가들은 알려진 사실과는 완전히 다르다.

 

3월18일 개봉한 공포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 (주)쇼박스 제공


 

원장이 자살했다는 ‘곤지암 정신병원’

 

지금은 폐업한 곤지암 정신병원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길에 위치해 있다. 이 병원은 1996년 7월 폐업 이후 온갖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병원 원장이 정신병을 앓다 자살했다. 그 뒤 이 병원에서 이유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겁을 먹은 병원 직원들이 하나둘 떠났다. 입원하면 사람이 죽는다는 말에 환자들도 기피했다. 결국 병원은 폐쇄되고 건물주는 행방불명 상태다. 그리고 병원이 있던 자리는 원래 사람이 많이 죽어 나갔던 형무소였다’는 것이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병원 원장은 자살이 아니라 지병으로 사망했다. 원장인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자식들이 병원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병원 운영 의지도 약했고, 주변 여건도 좋지 않았다. 여기다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상류 지역인 이곳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건물주와 원장 자식들이 하수처리 시설 설치비용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원장 자식들은 병원 운영을 포기하고 폐업을 선택했다. 건물주는 행방불명된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병원이 폐업하면서 환자들은 용인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폐업한 건물이 인적이 드문 산속에 있고, 관리가 제대로 안 돼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해 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흉흉한 소문이 사실처럼 나돌았다.

 

현재 이 병원 건물은 공포 체험을 하는 젊은이들의 단골 명소가 됐다. 매년 여름이면 공포 체험단으로 인해 몸살을 앓는다. 1년에 약 1000명이 찾는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곤지암 정신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사진을 올려놓고 있다. 오랫동안 폐쇄된 데다 괴기스러운 소문까지 무성하다 보니 사진 한 장 한 장이 음산하다. 지역주민들은 이래저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주민들은 “흉물스러운 병원 건물보다 떼 지어 다니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고 말할 정도다. 곤지암 정신병원은 사유지여서 출입이 금지돼 있다. 입구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판까지 걸려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무시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공포 체험을 하고 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 곤지암 정신병원 소유주는 “‘세상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대한민국 3대 흉가’ 등 문구로 영화를 홍보해 사유 재산에 대한 피해가 막심하다”며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등을 상대로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경북 영덕의 ‘영덕횟집’ © 인터넷 캡처


 

원귀들이 출몰한다는 ‘영덕횟집’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해수욕장 인근 언덕에는 한 슬래브 지붕 건물이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이곳은 원래 바닷가에 있는 평범한 횟집이었다. 1980년대 중반 주인이 횟집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흉가처럼 방치되기 시작했다. 가게 앞 도로가 확장되면서 차량 진입이 어려워지자 가게 주인이 장사를 접었다고 한다. 관리인도 두지 않았다. 가장 먼저 고물상에서 창틀이나 문짝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떼어갔다. 관리하지 않고 방치되다 보니 집 안에는 풀이 무성하고, 건물 페인트 도색이 벗겨지는 등 흉물처럼 변해 갔다. 멀리서 보면 정말 귀신이 살 것 같은,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모습이 된 것이다. 대로변에 있어 사람 눈에도 잘 띄었다.

 

이때부터 각종 흉흉한 소문이 퍼졌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그럴듯하게 각색하거나 온갖 상상력이 동원됐다. 먼저 학도병들의 시신을 묻은 곳이라는 설이 있다. 원한 때문에 저승으로 가지 못한 학도병들의 원혼들이 이승에 남아 귀신으로 출몰한다는 것이다. 실제 1950년 9월14~15일 이 지역에서는 ‘작전명 174고지’라고 명명된 장사상륙작전이 벌어졌다. 대규모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북한군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후방 교란작전이었다. 여기에는 학도병으로 구성된 772명이 참가했다. 이 중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을 입고 나머지는 행방불명됐다. 소문에는 이때 전사한 학도병들을 묻은 곳이 바로 영덕횟집 자리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한국전쟁 때 ‘주민 원귀설’이다. 영덕횟집 건물 지하실에 주민들이 숨어 있었는데 폭격으로 몰살당해 원귀가 됐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앞의 것과 비교하면 모순이다. 학도병들을 묻었다는 것은 당시에 건물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건물 지하실에 사람들이 숨었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민들도 이런 것을 부정하고 있다. 한때 이곳에 무속인 두 명이 살았는데, 한 명은 실종되고 한 명은 미쳐서 뛰쳐나왔을 정도로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도 있다. 무속인들이 이 집에 한동안 기거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들이 집을 떠난 것은 귀신 때문이 아니라 무단 거주자여서 쫓겨났다고 한다.

 

횟집 주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것도 귀신과 연결 짓고 있다. 어느 날 새벽 횟집 여주인이 2층에서 머리를 풀고 내려오는 여자 귀신을 보고 혼절했는데 그 후 미국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것으로는 이곳에 왔다가 환각 및 환청을 겪는 사람도 많고 기계가 망가지는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런 현상이 실제로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집 뒤쪽 산에 큰 레이더 기지가 있어서 강렬한 전자파와 자기장이 나오기 때문에 환각을 보거나 전자기계가 망가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온라인에서 확대 재생산되면서 영덕횟집은 귀신이 나오는 집이 된 것이다. 이 집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흉가 체험 동호인들의 단골 답사코스로 부상했다. 영덕 흉가에서 귀신이 나온 장면이 디카에 찍혔다는 소문도 퍼졌다. 일부 방송 매체가 퇴마사와 무속인까지 동원해 이 집을 소개하다 보니 떠도는 소문이 마치 진실처럼 알려지게 된 것이다.

 

충북 제천의 ‘늘봄가든’ © 인터넷 캡처


 

의문의 여인 출몰 괴담 ‘늘봄가든’

 

충북 제천의 ‘늘봄가든’은 의문의 여인이 출몰한다는 괴담 때문에 유명해졌다. 단체 회식을 간 회사원들이 여종업원에게 음식을 주문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지 않아 주인을 불러 “주문한 지가 언제인데 음식이 왜 안 나오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주인은 “우리 집에는 여종업원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출처 불명의 이 괴담은 입소문과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갔다. 여기에 또 다른 괴담들이 만들어지면서 별의별 괴소문이 돌았다. ‘동네 청년들에 따르면 가든 안에 남자 시체가 한동안 방치돼 있었다’거나 ‘주방장이 귀찮아서 설거지를 미루고 퇴근해 아침에 출근해 보면 깨끗하게 정리돼 있다’ 또는 ‘손님이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누군가 뒤통수를 때린다’ ‘멀쩡하던 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한다’는 등의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집에서 잠을 잤다는 한 트럭운전사가 여자 귀신을 보고 혼비백산해 도망쳤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여기에다 귀신이 자주 출몰하다 보니 마을 사람들조차 밤에는 건물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덧붙여졌다.

 

늘봄가든이 한국의 대표 흉가가 된 데는 방송이 한몫했다. 방송사들이 TV 카메라를 들고 며칠씩 잠복하면서 귀신을 찍으려고 했고, 이런 것이 전파를 탔다. 2012년 7월에 방송된 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서는 제작진이 퇴마사를 대동해 이곳을 찾았다. 퇴마사는 “여기는 폐가가 아니고 흉가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망자가 목매서 자결한 것 같다. 목을 조른다”고 말해 괴담을 사실로 믿게 만들었다. 한 여행사에서는 “귀신이 나온다는 폐가에서 귀신과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 등 증거물을 찍어 제시하면 상금 3억원을 준다”며 상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 여행사는 ‘고스트 헌터’를 모집해 1박2일간 흉가 체험을 하는 등 마케팅에 이용하기도 했다.

  

늘봄가든에는 정말 귀신이 사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은 헛소문이다. 원래 늘봄가든은 친구들끼리 투자해 운영했었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많아 장사도 잘됐으나 가게 앞에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손님도 줄고, 매출도 뚝 떨어졌다. 그러자 운영을 포기하고 폐업했다. 한동안 채권·채무관계가 해소되지 않아 방치됐다. 이 기회를 틈타 고철업자들이 쇠를 비롯한 돈 되는 것들은 다 뜯어가고 건물은 흉물처럼 변했다. 이때부터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현재 늘봄가든은 새 주인을 만나 ‘늘봄힐링카페’로 변신했다. 예전의 흉물스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주변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렇듯 한국의 3대 흉가는 그저 평범한 정신병원이었고, 횟집이었으며 고깃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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