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은 유대인 혐오주의자인가
  • 강성운 독일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2 10:59
  • 호수 148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 아랍계 이민자에 의한 유대인 혐오 범죄 논란

 

지난 4월17일 저녁, 독일 베를린에서 수의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아담 아르무쉬는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친구와 길을 걷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세 명의 청년이 험한 말로 시비를 걸었다. 그중 한 명이 아르무쉬를 가리키며 “야후디!”라고 외쳤다. 야후디는 아랍어로 유대인을 뜻한다. 이스라엘에서 나고 자란 아르무쉬는 아랍계이며 유대교도가 아니지만, 텔아비브의 친구가 선물한 키파를 쓰고 있었다.

 

동행이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라”고 하자 무리 중 한 명이 흥분해 길을 건너왔다. 그는 욕설을 하며 다짜고짜 허리띠로 아르무쉬를 때리기 시작했다. 동행은 겁에 질려 도망쳤고 아르무쉬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청년을 촬영했다. 그 장면을 목격한 한 여성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경고하자 청년들은 도망쳤다. 하지만 아르무쉬가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가해자는 이틀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이 사건은 세계 각국에 전해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독일과 유대인 혐오 범죄라는 키워드의 조합이 자연히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2차대전 당시 국가의 주도 아래 600여만 명의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살해했으며 대다수의 독일 국민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

 

4월26일 베를린에서 수천 명이 유대교 전통모자인 키파를 쓰고 반(反)유대주의를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 사진=AP연합


 

“유대인 혐오, 특정 집단만의 문제 아냐”

 

독일에선 이 사건을 ‘아랍계 이민자에 의한 유대인 혐오 범죄’로 봐야 하는지 논쟁이 진행 중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 난민이나 아랍계 사람들이 (독일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반(反)유대주의를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니엘 보트만 독일 유대인 중앙협의회장은 “(아랍계 이민자들에 의한 유대인 혐오 범죄는) 언론의 과대 선전이 아니다. 곧 드러날 일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독일 경찰은 지난 한 해 동안 1453건의 반유대주의 범죄가 발생했으며, 그중 94.7%에 해당하는 1377건이 극우파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대계 거주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4월 반유대주의 전문가 집단이 독일 연방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폭언의 62%, 폭행의 81%가 아랍계 가해자에 의해 자행됐다고 대답했다. 보고서는 “경찰은 가해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으면 ‘극우파’로 분류하기 때문에 범행 동기와 범행 집단에서 극우파가 차지하는 역할이 실제보다 더 크게 나타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선 지난해 4월 베를린의 한 학교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으로 아랍계 거주자의 반유대주의 논란이 공론화됐다. 터키계와 아랍계 학생들이 14세 소년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수개월에 걸쳐 협박하고 구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후 1년간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계속 보고됐다.

 

프라이부르크 사범대학에서 이슬람학을 가르치는 압델-하킴 우르기는 올해 초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지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무슬림 사회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쿠란이 유대인들을 미워하도록 가르친다고 꼬집었다. 쿠란은 유대인이 “돌보다 딱딱한 심장을 지녔고” “신과 맺은 약속을 깼으며”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는 등 당대의 편견이 그대로 실려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무슬림 신도들의 롤 모델인 예언자 모함마드가 유대인을 무찌르는 내용도 있어 모방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독일 유대인 중앙복지처에서 상담을 맡고 있는 마리나 체르니프스키는 무슬림에 대한 일반화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독일의 주간지 ‘디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반유대주의적인 사고방식은 (독일) 사회에 깊이 뿌리내려 있고, 정치 성향과 사회 계층을 막론하고 나타난다”며 독일 사회 전반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했다.

 

신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안트예 슈룹 또한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무슬림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무슬림에 대한 낙인찍기가 오히려 청소년들의 반유대주의적 언행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소년들이 ‘진짜 무슬림이 되려면 여성과 유대인을 혐오해야 한다’는 왜곡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베를린의 대표적 무슬림 거주지인 노이쾰른에서 시민운동가들이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인간띠 만들기 플래시몹(살람-샬롬 운동)을 하고 있다. © Omer Sefa Baysal 제공


 

“무슬림에 대한 일반화 자제해야”

 

유대인 단체들은 유대인 혐오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을 요구 중이다. 요제프 슈스터 독일 유대인중앙회장은 지난해 4월 연방정부에 반유대주의 문제 위원을 설치하고, 아랍계 망명 신청자들이 의무적으로 홀로코스트 추모 시설을 방문할 것을 요구했다. 아르무쉬 폭행 사건 직후에는 모두가 키파를 쓰고 유대인 혐오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의 바람대로 4월26일 베를린에서는 2500명이, 쾰른에선 5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 중 상당수가 키파를 쓰고 있었다.

 

반면 저술가이자 사회활동가인 아르민 랑어는 이러한 대책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문제의 근본 원인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무슬림과 유대교인 활동가가 함께 독일 곳곳을 방문해 사람들과 편견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살람-샬롬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그의 목적은 세상엔 다양한 유대인과 무슬림이 있으며 이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랑어는 뉴스 사이트인 ‘차이트 온라인’의 기고문을 통해 최근 “모든 유대인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지지한다”는 편견이 반유대주의 감정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편견은 ‘인종차별 없는 학교’라는 슬로건을 내거는 대신 차별 방지 프로젝트, 교육 자료, 교사 연수에 지속적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고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랑어는 독일의 유대인 단체 역시 인종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더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키파를 시위 도구로 쓰는 것은 유대교의 종교적 상징성을 지우고, 독일인의 관용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삼는 전형적인 문화 전용(cultural appropriation)이라고 비판했다. “그냥 평소대로 입고 시위에 참여하라. 키파, 머리 수건, 야구모자, 혹은 아무것도 안 써도 된다.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구원받아야 하지 않나”라는 그의 말은, 한 집단에 대한 혐오 문제를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로 ‘돌려 막고’ 있는 지금 독일 주류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충고라 여겨진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