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에 발목 잡힌 폴크스바겐 어쩌나
  • 김성진 시사저널e. 기자 (star@sisajournal-e.com)
  • 승인 2018.05.02 15:32
  • 호수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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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검찰, 폴크스바겐그룹 임원으로 수사 확대…국내 판매에 악영향 미칠지 주목

 

폴크스바겐그룹이 고민에 휩싸였다. 전기차 개발 투자를 크게 늘리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과거 발생한 디젤게이트에 현실을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젤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던 그룹 임원들이 차례로 검찰에 구속됐고, 새로운 배출가스 조작 사실도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독일 검찰은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폴크스바겐 계열사인 포르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4월20일에는 독일 경찰이 외르크 케어너 포르쉐 동력계(파워트레인) 책임자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긴급 체포했다. 지오바니 파미오 전 아우디 디젤엔지니어가 케어너에게 배출가스 조작 책임을 돌렸다고도 알려졌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 경영이사회의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가르시아 산스 이사가 2017년 1월 배출가스 조작과 시험성적서 조작 등에 대해 사과했다. © 연합뉴스


 

폴크스바겐그룹 임원 교체는 꼬리 자르기?

 

독일 검찰은 2015년 말 디젤게이트가 터진 이후 폴크스바겐그룹뿐 아니라 다임러, BMW 등 독일 완성차업체들의 배출가스 조작 여부에 대해 수사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보쉬 또한 포함됐다. 보쉬는 현재 폴크스바겐·아우디·다임러 등과 함께 배출가스 조작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디젤게이트는 지난 2015년 미국에서 4기통 디젤엔진 차량에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와 희박질소촉매장치(LNT) 조작이 드러나며 발생했다. 이후 6기통 디젤엔진 차량에서 요소수 분사를 조작하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 조작으로 수사가 확대됐다. 작년 여름부터 독일에서 요소수 탱크 크기를 줄이면서 SCR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해, 현재 계속 확산하는 모양새다.

 

독일 검찰이 배출가스 조작 수사망을 좁혀갈수록 보쉬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보쉬가 2006년과 2007년 폴크스바겐·아우디 등과 주고받은 내부 문서와 이메일이 공개돼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됐다. 보쉬는 지난해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 혐의가 드러나 약 3780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물기도 했다. 또 독일 슈투트가르트 검찰은 올 1월 보쉬를 상대로 세 번째 조사를 개시했다.

 

최근 독일 검찰은 요소수 분사량 조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 완성차업체들은 SCR에 투입되는 애드블루(Adblue)라는 요소수를 사용하는데, 관계 당국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요소수 분사량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조작된 차량들은 시험모드에서는 요소수가 정상 분사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특정 조건에서 분사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폴크스바겐그룹은 대대적으로 임원을 교체했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독일 검찰의 수사 발표가 임박함에 따라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4월12일 마티아스 뮐러 회장을 경질하고 헤르베르트 디이스를 후임으로 선임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의 임원 교체 일주일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검찰과 뮌헨 검찰은 190명을 동원해 포르쉐와 아우디를 압수수색했다. 케어너 포르쉐 동력계 책임자가 이 과정에서 긴급 체포됐다.

 

앞서 뮌헨 검찰은 지난해 9월 볼프강 하츠 포르쉐 기술개발담당자를 체포한 바 있다. 포르쉐는 자체적으로 디젤 엔진을 생산하지 않고 아우디로부터 공급받는데, 아우디의 6기통 디젤 엔진이 조작된 사실을 알면서도 사용했다는 혐의다. 케어너와 하츠는 마티아스 뮐러 전 회장이 아우디에 있을 당시 그를 기술적으로 보좌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뮐러 회장 경질이 케어너 체포와 관련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번에 뮌헨 검찰에 체포된 케르너는 뮐러 전 회장의 오른팔 격인 인물”이라며 “뮐러 회장은 케르너를 배출가스 조작 진상조사단장으로 임명했었다. 만약 케르너가 구속되면 범인에게 수사를 맡겼던 꼴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출가스 조작 혐의에 대한 독일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부품업체인 보쉬도 유탄을 맞았다. © 연합뉴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진상조사 될지 주목

 

환경부는 4월4일 국내 수입·판매된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추가 적발하며 “유로(EURO)6 기준의 아우디 A7 차량과 포르쉐 카이엔 차량 등에는 질소산화물 환원장치가 추가로 장착돼 있기 때문에 실제 운행 조건에서는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유로6 차량에 대해서는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향후 SCR 조작 사실이 법적으로 밝혀질 경우, 현재 판매되는 유로 6차량에 대해 두 번째 인증취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SCR 조작에 대한 조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독일에서 리콜 조치된 폴크스바겐 투아렉의 경우 요소수가 불규칙하게 분사됐을 뿐만 아니라, 분출 한계치가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환경부 리콜 조치에 포함된 투아렉은 독일에서 적발된 것과 같은 모델이다. 요소수 분사 조작은 법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미 기술적 조작 사실이 모두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은 폴크스바겐 투아렉 3.0L 유로(EURO)6 차량을 리콜하며 “해당 차량에서 요소수 분사량이 일정치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슈테판 크렙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은 4월1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요소수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 이 자리에서 뚜렷한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의 2차 인증취소 사태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물론 독일 검찰이 당장 다음 달에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폴크스바겐그룹에 대한 소송이 추가되는 등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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