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사실상 종속된 북한 경제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1 09:42
  • 호수 149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경제는 사실상 중국에 종속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도 북한 내에서 차지하는 중국 무역 비율은 높았지만,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뒤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북한의 대(對)중국 대외무역 의존도는 역대 최고 수준인 92.5%를 기록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 속에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2017년 국정감사 당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2007년 67.1%에서 2016년 92.5%로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대외무역 의존도가 30% 수준이면 의존형, 60% 이상이면 종속으로 구분한다. 특히 석유·원자재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북한은 중국의 원유 공급에 의존해 왔다. 중국 산둥성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 EPA 연합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 비중은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직후 가속화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원수로 추대된 2012년 4월 이후 병진 노선을 주창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뿐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주목했다는 의미다. 농업에서 포전담당제를 도입했고 기업 자율성을 확대했다. 경제 성장을 이끄는 무역 비중 또한 크게 올라갔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제재였다.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어질 때마다 국제사회의 압박은 거세졌다. 핵을 개발하면서 경제 성장을 추진해야 했던 북한 입장에선 중국이 유일한 우방이었던 셈이다.

 

중국과의 거래는 단순 교역에 그치지 않았다. 김정은 체제 이후 투자협력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광산과 항만 개발은 물론 산업단지, 도로 등 북한 천연자원과 사회간접시설 전반에 투자해 왔다. 외국 기업이 북한과 체결한 투자계약은 총 38건으로, 이 중 33건이 중국 기업이다. 덕분에 북한이 해외로 수출하는 광물의 99%는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독점 상태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담은 USB를 직접 전달했다. 서해와 동해, 남북 접경지역을 아우르는 에이치(H)자 형태로 남북한 경제협력 기반을 조성한다는 게 이 구상의 핵심이다. 반면 중국은 남북 접경지역보단 북·중 접경지역의 집중 개발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자원의 독점권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평화로 가는 길에 중국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민우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