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얼음 물고 반신욕 하기
  •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1 11:06
  • 호수 149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제의 불로장생] 동서양 건강비법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배는 비우기’

 

네덜란드 화학자이면서 의사인 헤르만 부르하페(Herman Boerhaave·1668~1738)는 생리학의 아버지, 네덜란드의 히포크라테스로 불린다. 생전에 의학의 모든 비밀을 밝혔다며 가죽 양장의 두꺼운 책을 밀봉해 남겼다. 죽은 뒤에 그 책이 공개됐는데 전부 빈 페이지이고 마지막 페이지에 한마디가 씌어 있었다. “Keep your head cool, your feet warm, and your bowels open.” 머리는 시원하고, 발은 따뜻하게, 배를 비우라는 뜻이다. 대가의 마지막다운 유머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은 기원전 동양의 명의 편작(扁鵲)이 했던 말과 같다. 두한족열복불만(頭寒足熱腹不滿)이 원래 그 출처다.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하고, 배를 가득 채우지 말라는 의미로 같은 뜻인데 동양에서 서양으로 넘어간 것인지, 우연의 일치로 동서양의 대가들이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머리를 시원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느낄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생각을 많이 할 때 머리를 만져보면 분명 뜨끈해져 있다. 온종일 컴퓨터를 켜놓으면 뜨거워지는 것처럼 두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시원한 물수건을 머리에 올려주거나 잠시 냉찜질팩을 뒷머리에 대보자. 찬물로 머리를 감는 것도 기분전환에 좋다. 예전에 야구선수가 한여름에 더위를 식히려고 머리에 양배추를 올려놓은 사례도 있었다.

 

족욕이나 반신욕이 도움이 된다. 반신욕은 하루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39~40도의 물에 배꼽 아래까지만 담그고 있는 것이다. 손은 상체에 속하기 때문에 반드시 물 밖에 내놓아야 한다. 위아래의 기가 통하기 위해서는 혀를 입천장에 붙여 연결하는 게 좋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얼음 하나를 입에 물고 있으면 좋다. 입안의 얼음이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을 연결해 준다. 필자는 이를 ‘황제 반신욕’이라고 부른다. 하체는 탕에 있어 따뜻하고 얼굴은 얼음을 물어 시원하니 황제가 누리는 호사라 할 수 있다. 얼음이 입에서 다 녹으면 삼키면 된다.

 

경북 영주에 있는 한 건강증진센터에서 반신욕을 체험하는 방문객들 © 연합뉴스


 

20년 두통도 15분 반신욕으로 해결

 

금융권에서 손꼽는 CEO가 늘 고질적인 두통으로 고생하다가 필자를 찾아온 적이 있다. 첫 번째, 스트레스로 목덜미 근육 긴장으로 인한 두통이었고 두 번째, 턱관절 불균형으로 유발된 것이었다. 그래서 턱관절 교정을 위해 재활클리닉을 소개해 줬고, 뒷목 긴장을 풀기 위해 근육완화 마사지를 잘하는 곳을 알려줬다. 그리고 머리를 맑게 하는 총명탕 처방과 함께 매일 15분 반신욕을 하라고 했다. 나중에 그는 필자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왜 이 통증을 20년이나 겪었을까? 불과 일주일도 안 돼서 두통이 사라졌다.” 역시 머리가 시원해지면 만사형통이다. 반신욕은 수승화강(水升火降)하는 비법이다. 수승화강은 수증기는 올라가고 불기운이 내려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하체는 따뜻해지고 상체는 시원해진다.

 

저녁에 소식하거나 아예 굶는 방법을 실천해 보라. 저녁을 가볍게 누룽지 정도로 먹거나 굶어보면 다음 날 아침까지 거의 12시간 이상 배 속이 쉬게 되어 몸이 가벼워지고 기의 흐름이 활발해진다. 하루만 해 보면 깜짝 놀랄 정도의 효과가 있다. 반대로 밤늦게 야식을 먹으면 다음 날 얼굴도 붓고 피로도 쌓인다. 저녁 굶기는 장수 비법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