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국민 연하남?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수줍어”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8.05.11 18:13
  • 호수 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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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정해인 “23살에 첫사랑, 지속적이고 깊은 사랑 꿈꾼다”

 

여심은 갈대다. 유아인·공유·송중기·박보검에 이어 지금은 ‘밥 잘 먹는 남자’ 정해인의 나날이다. 그를 두 번 만났다. 드라마가 공개되기 직전, 그리고 ‘대세’가 된 이후. 그러니까 불과 한 달 만에 그는 ‘국민 연하남’이 됐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그는 행복해 보였고, 동시에 진중했다. 

 

 

그 사이 수식어가 생겼다. ‘국민 연하남’ ‘대세’….

 

“연기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두 달 이상 쉬어본 적이 없어요. 묵묵히 연기를 해 왔고, 조바심 내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그동안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지만 크지 않은 역할이라 부각되진 않았어요. 제겐 너무나 소중한 과정인데, 자칫 시청자분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세’ ‘국민 연하남’ 등의 얘기를 들으면 너무 감사하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에요.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요(웃음).”

 

© 우먼센스 제공


 

데뷔 5년 차, 그의 과거를 짚어보자. 2013년, 현재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AOA 블랙’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다음 해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브라운관에, 2017년 《역모-반란의 시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영화는 2015년 크랭크인했지만 개봉이 늦어졌다. 이후 그는 굵직한 드라마에서 첫사랑 전문 배우로 두각을 나타냈다. tvN 《응답하라 1988》(2015)에서는 ‘덕선(혜리 분)’의 첫사랑으로, 1년 뒤 tvN 《도깨비》(2016)에서는 ‘지은탁(김고은 분)’의 첫사랑 ‘최태희’ 역으로 출연했다. ‘김신(공유 분)’이 질투한 ‘태희 오빠’가 바로 정해인이었다. 그런 그가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직진밖에 모르는 연하남 ‘서준희’ 역을 맡아 단 1회 방송 이후 본격적으로 누나들의 마음을 뒤흔든 것이다. 준희의 직진 본능을 일깨워준 누나 ‘윤진아’ 역은 ‘멜로 퀸’으로 통하는 손예진이 열연 중이다.

 

 

대본을 받아 보고 어떤 부분에 끌렸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짜 연애 이야기’라는 것에 끌렸어요. 컴퓨터 게임 회사 기획 겸 캐릭터 디자이너인 서준희는 자유분방하지만 사랑 앞에선 누구보다 진지한 인물이에요. 전작인 《슬기로운 깜빵 생활》에서는 맡은 역할이 군인이라 연기에 제한이 있었거든요. 준희는 평범한 남자니까 현실적인 연애를 그려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주인공이라 부담도 느꼈지만 제 방식대로 준비를 했어요. 대본을 말이 아닌 눈으로 집중해 계속 읽었어요. 대사를 말로 내뱉으면 저도 모르게 그 프레임에 갇히더라고요. 상대방의 대사를 숙지하면서, 상황을 열어놓고 생각했어요. 읽을수록 대사가 다르게 다가왔고, 자극이 됐어요. 대본의 힘이겠죠?”

 

 

멜로극의 주인공은 자칫 뻔한 캐릭터일 수도 있다. 어떻게 준비했나.

 

“제가 저를 관찰했어요. 정해인이라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을 때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미소 짓고 어떻게 걷지? 저와 준희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동시에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멜로라는 장르는 그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관계나 모습이 어색하면 감정 이입이 안 되잖아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한 장면 © 우먼센스 제공


 

그를 캐스팅한 건 안판석 감독이다. 안 감독은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아내의 자격》까지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작품마다 화제를 몰고 온 연출가다. 안 감독은 드라마를 촬영할 때 주변 관계자들에게 배우를 추천받는다. 예리한 눈으로 솔직하게 추천해 주는 몇몇 지인이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손예진의 동생 역’으로 정해인을 추천했고, 인터넷에서 정해인의 연기 클립을 3개 본 뒤 주저 없이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인터넷을 뒤져 연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제가 오만한지 모르겠지만 1분만 봐도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아요. 잘하는 배우는 멜로·스릴러·코미디 다 잘해요. 잘하는 사람은 다 잘하죠.”(안판석 감독)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주변에서 ‘왜 하필 윤진아야?’라고 물었을 때, ‘윤진아라서. 다른 이유는 없어’라는 대사가 있어요. 남자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죠. 준희는 그런 남자 같아요.”

 

 

대선배 손예진과의 호흡은 어떤가.

 

“꿈만 같죠(웃음)! 첫 멜로 연기를 ‘멜로퀸’인 예진 누나와 하게 됐잖아요. 멜로 연기가 처음이라서 투박하고 어설픈 부분이 있는데 누나가 도움을 많이 줘요. 사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누나를 쳐다보지 못했어요. 준희와 진아가 포장마차에서 첫 스킨십을 하는 장면을 촬영할 땐 정말 떨렸어요. 이제는 관계가 서로 편해져서 무방비에 들어오는 애드리브도 자연스레 받아칠 정도가 됐어요. 촬영장 밖에서 누나는 더 좋은 사람이에요. 웃는 게 예뻐서인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어요.”

 

 

‘국민 연하남’과 연애 중인 ‘유일무이 누나’ 손예진의 소감도 궁금하다.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과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어요(웃음). 주변 반응이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없었어요. 애초엔 해인씨와 친하지 않아 어색한 모습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주옥같은 음악으로 잘 덮어주셨더라고요. 해인씨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손예진)

 

 

손예진의 말처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음악이 주는 감성이 크다. 두 사람의 달달한 장면은 음악과 함께 슬로 모션으로 영상화돼 더 아련하게,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는 안판석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다. 젊은 시절의 사랑은 결국 음악과 결부돼 있다는 것이다. 라디오를 들을 때 우연히 행동을 멈추게 하는 음악,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음악이 누구나에게 하나씩은 있다. 10년 뒤 진아와 준희도 마찬가지다. 길을 걷다 그 음악이 흘러나오면 두 사람은 분명 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게 안 감독의 말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한 장면 © 우먼센스 제공


 

애정신이 무척 자연스럽다. 비결이 있나.

 

“대본에 집중하는 거죠(웃음). 그럼에도 결국 정해인이라는 사람이 연기를 하는 것이라 제가 불편하고 어색하면 결국 대본의 분위기가 전달이 안 돼요. 초반엔 어색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오히려 극 중에서 누나와 동생의 미묘한 감정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동생이 능수능란하면 이상하잖아요.”

 

 

준희는 달달하기만 하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다른 매력은 없나(웃음)?

 

“초반부엔 달달함과 사랑스러움이 부각됐다면 후반부엔 준희가 성장해 나가고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사랑하는 동안 성숙해지잖아요. 살아온 환경과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는 건 기적 같은 일이지만 또 미숙한 한 사람이 완성돼 가는 과정이기도 하죠. 후반부에는 두 사람의 관계에 애절함이 묻어나올 거예요. 더불어 31살 준희가 성숙돼 가는 과정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애정신 중 공감이 됐다거나 실제로 해 보고 싶었던 장면은 없었나.

 

“준희 집에서 누나를 비행기 태워주며 뽀뽀했던 장면이오. 실제로 사귀는 커플의 영상을 누나와 보고 누나가 제안을 해서 나온 장면인데, 연기하면서도 신선했어요. 드라마가 끝나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진짜 정해인이라는 남자의 연애도 궁금하다.

 

“군대를 제대하고 23살에 처음으로 연애를 했어요. 그 친구를 꽤 오래 만났지만 격정적으로 사랑한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인지 제 경우는 연애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진 않더라고요. 요즘 ‘연애’에 대해 자주 고민하게 되는데, 인간 정해인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사랑을 꿈꿔요. 연애를 하면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사계절은 만나 봐야 온전히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죠.”

 

 

‘얼굴 폭격기’라는 별명도 있다. 본인의 외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얼굴 폭격기’는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 촬영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은 배우 이종석이 그의 얼굴을 보고 지은 별명이다).

 

“아, 저 잘생기지 않았어요. 조금 밋밋한 인상이라 얼굴이 부었을 때 거울을 보면 달팽이처럼 보일 때도 있어요. 달팽이와 닮은 것 같지 않아요(웃음)?”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일 것 같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진지하게 접근하면, 저는 매일 꿈을 꾸고, 매일 그 꿈을 체크해요. 제 꿈이 뭐냐면, ‘행복’이에요.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행복했나를 되돌아봐요.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이렇게 좋은 드라마를 만나는 기회도 얻었잖아요.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지금 당장,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행복을 미루지 마세요.” 그가 말했다. 행복에 관한 얘기를 그에게 들을 줄은 몰랐다. 31살 정해인의 빛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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