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월 수출 부진 현상이 우려되는 이유 ‘방심’
  •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1 09:49
  • 호수 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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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적 수출 경쟁력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

 

《손자병법》의 ‘행군(行軍)’편에는 ‘이적자(易敵者) 필금어인(必擒於人)’이라는 어구가 나온다. 적을 얕잡아보면 반드시 포로가 된다는 말이다. 전쟁이나 기업경영에서 연전연승을 하거나 흑자행진이 지속될 때가 가장 위험하다. 병사나 임직원의 자신감이 교만으로 변해, ‘방심’이 깃들고 이 상태에서 상황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큰 위기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파죽지세의 승리를 거두었던 ‘6일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1967년 10월21일 이스라엘 해군은 구축함 ‘아일라트(Eilat)’를 이집트 최대 군항인 포트사이드(Port Said) 앞으로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아일라트는 원래 ‘젤러스(HMS Zealous)’란 이름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영국 함정으로 1955년 이스라엘에 매각돼 새 이름을 부여받고 취역했다. 이 신생국가의 해군에서는 가장 크고 최첨단 전투함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 구축함은 빈번히 이집트 영해를 침범해 왔다. 그러나 이집트 해군은 큰 굴욕을 느끼면서도 패배의 후유증으로 움츠러들어 감히 이 적함을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에 함장 이하 수병들은 한껏 더 ‘기고만장’해져 점점 더 이집트 영해 깊숙이 들어와 이날은 이 항구의 코앞까지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집트 해군은 최신식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투함이 7척이나 있었다. 이스라엘 해군도 이집트 해군이 새 미사일 전투함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 배들도 당시 항구에 꽁꽁 묶여 있던 터라 이를 무시했다. 너무 큰 승리감에 취해 ‘방심’하고 적을 얕본 것이다. 어느 순간 이 구축함으로 항구에서 미사일 한 발이 날아와 전면 갑판에 떨어졌다. 곧이어 두 번째 미사일이 날아와 이 배는 대폭발을 일으키며 침몰했다. 총 199명의 승무원 중 47명이 전사하고 91명이 부상당한 이 전투 결과는 이스라엘 해군 최대의 패배로 기록된다.

 

2017년 10월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9회 반도체대전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초 산업자원부는 지난 4월의 수출이 500억6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8개월 만에 처음 있는 하락세이기는 하나, 작년 4월은 수출이 워낙 호조를 보인 달이어서,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실 선박을 제외한 4월 수출은 10.4% 증가해 전반적인 수출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13대 주력 품목 중 37%가 증가한 반도체와 석유제품, 컴퓨터 등이 큰 호조를 보이는 등 7개의 수출이 증가하긴 했다. 그러나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데다, 기존에 효자 노릇을 했던 품목들 중에서 무선통신기기를 필두로 철강, 자동차, 디스플레이, 가전, 선박 등이 크게 줄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향후 반도체 수출이 주춤해지거나 감소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반도체 가격이 최근 하락하고 있고, 반도체 호황이 끝나간다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그리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더 나아가 4월 수출실적이 구조적인 부진 추세의 시작이라면? 혹시 이는 주요 산업에서 ‘인위적인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수출도 호조를 이어가자, ‘방심’한 나머지 품질·기술 등 비가격 경쟁력 강화를 게을리한 상태에서 수출환경이 크게 변한 결과가 아닐까? MB 정부가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시작한 이후 그간 한국 기업들의 수출은 낮은 원화가치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런데 요즘 대외적으론 미국의 압력 등으로 환율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대내적으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으로 수출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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