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오거돈-서병수, '부동산 투기 논란' 네거티브전
  • 부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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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후보측, 오 후보 일가 부동산 의혹 제기…오 후보측 "가짜뉴스" 검찰 고발

 

6.13 지방선거일이 3주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부산시장 유력 후보끼리 '리턴 매치'가 정책 홍보보다 흑색선전 양상으로 급속히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와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 캠프는 서 후보의 예비후보 및 선거사무실 개소 이후 연일 상대 후보를 자극하는 내용을 담은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상대 후보의 인격을 헐뜯는 표현과 의혹 제기가 공표되자마자 서로 경쟁적으로 고발장을 들고 검찰청을 찾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지난 4년 전 선거와 똑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4년 선거에서 서로 우위를 예측할 수 없던 양 캠프는 선거일 며칠 전까지 '논문 표절 의혹'(오거돈), '보좌관 비리-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개발'(서병수) 등과 관련, 갑론을박을 벌이다가 고소·고발장을 들고 검찰청을 찾기에 바빴다. 

 

달라진 상황은 4년 전 당시 서병수·오거돈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직전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8%로 동률을 기록할 정도로 박빙 게임을 했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서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처져있다는 점이다. (당시 여론조사는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14년 5월19~21일에 실시한 것으로,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지난 5월15일 부산일보사 소강당에서 열린 부산일보 지방선거 보도자문단 초청 시장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 오거돈 예비후보(오른쪽)와 한국당 서병수 예비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가덕도신공항' 이슈…吳 "거짓말 시장" vs 徐 "재산증식 목적" 

 

흥미로운 점은 이번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먼저 자극하고 나선 쪽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앞선 것으로 조사된 오 후보 캠프라는 부분이다. 지난 2월28일 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이라는 핫 이슈를 던진 오 후보는 지난 5월10일 서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개소일을 기다렸다는 듯 '서병수 시장의 4년 시정 평가와 비판'이란 제목의 논평을 시리즈로 내보냈다. 

 

오 후보 캠프는 서 후보의 시장 재임시절 주변 인사들의 비리 연루와 관련, "서 시장은 '범죄 소굴의 수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등 맹공을 퍼부었다. 또한 서 후보의 '신공항 유치 실패 때 시장직 사퇴'란 4년 전 공약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거짓말 시장'으로 몰아붙였다.   

 

이같은 공격에 대해 서 후보 측은 지난 15일 '범죄 소굴의 수장'이란 표현을 문제 삼아 오 후보 캠프 관계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발했다. 서 후보가 직접 오 후보를 고발한 것은 아니지만, 양쪽 캠프가 꾸려진 뒤 첫 번째 고발이었다. 

 

이후 '가덕도신공항 끝장토론'을 놓고 공방을 벌이던 양 캠프는 서 후보 측이 오 후보 일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마치 드잡이 싸움하듯 또다시 맞붙었다. 서 후보 캠프의 김범준 선대위대변인은 5월20일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오 후보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배경에는 오씨 가족기업인 대한제강 일가의 재산 증식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2일에는 대한제강의 주식거래 과정에서 오 후보가 미공개 내부자 정보를 이용, 대차거래로 개미투자자에게 피해를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서 후보 캠프에 따르면, 부산지역 대표 철강업체로 꼽히는 대한제강은 오 후보를 포함한 오씨 일가가 주식의 49.25%에 해당하는 1213만9239주를 소유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9일 기준 약 1445억57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오 후보는 2.47%(60만9777주), 약 72억56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오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가덕도와 인접한 대한제강 녹산공장 부지(부산 강서구 송정동 2만721평)는 공시지가 438억원, 실거래가는 약 1300억원에 이른다. 오 후보의 조카인 오치훈 대한제강 대표이사는 2005년 6월 가덕도 내 대항동 8번지 땅 450평을 취득했다. 이 땅은 지난 2017년 1월 기준 공시지가 약 5억3000만원이며, 현 시가는 2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거가대교 건설 당시 대한제강이 대규모의 철강을 납품한 전례를 제시하며, 가덕신공항 건설 과정에서 대한제강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오 후보 캠프는 '가짜뉴스'라며 발끈했다. 오 후보 캠프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동산 등과 관련한 문제는 과거 3번의 선거 과정에서 이미 소명된 사항임에도 또다시 관련 내용을 의혹인 양 제기한 것은 상대 후보를 흠집내려는 악의적인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는 4년 전 선거에서 오 후보의 땅값을 올려주기 위해 시장직을 걸고 가덕신공항 공약을 내걸었다는 말인가"라고 맞받았다.

 

이어 21일 부산지검에 서 후보와 김범준 대변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오 후보 캠프는 고발장을 낸 직후 선거대책위원회 명의로  "서 후보 측에서 흑색선전과 비방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는 부산시민을 우롱하고 선거문화를 더럽히는 데 대해 엄중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고발 조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 측은 불법 주식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대차거래에 대한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다. 오 후보가 주식거래를 하지 않으니, 증권사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차거래한 것”이라며 “향토기업인 대한제강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매도하고 끼워 맞추기식 의혹제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향후 선거 과정 더욱 혼탁해질 듯" 

 

서 후보 캠프가 오 후보 측 일가의 재산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과 관련, 지역 정가에서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후보 가운데 손에 꼽을 만큼 재력가인 양 후보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흠집내기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이란 섣부른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2014년 선거 당시 오 후보는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개발의 배후에 서병수 후보가 있다"고 발언, 서 후보 측으로부터 고발을 당했으나 서 후보 개인의 재산문제에 대해서는 공격하지 않았다. 지난 선거 당시 오 후보는 재산을 75억8984만원, 서 후보는 40억8082만원이라고 각각 신고했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기업가는 "오 후보 캠프 입장에서는 현재 여러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지지율 차이가 좁아질 경우 보수층 결집 현상을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뒤처진 서 후보 캠프의 경우 더욱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슈 파이팅'에 골몰할 것으로 예상돼 선거는 더욱 혼탁해질 것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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