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은 '결렬'이 아니라, '교착' 상황이다
  • 박상기 한국협상학회 부회장(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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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전문가 박상기의 '북・미 정상회담 관전법'

협상학에서 결렬을 ‘Dead lock’이라고 한다. 협상 말기에 모든 협상 사안에 대한 장시간의 협의를 거치면서, 양측이 줄 수 있는 모든 양보카드를 다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때 협상이 결렬되었다라고 한다.

최근 전세계 뉴스는 북미 정상회담 소식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한을 긴급 타진하며 미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미 협상이 얼마나 진행 되었는가? 시작도 하지 않았다. 협상 결렬이라니 말도 안 된다.

 

미국 측 언론에선 협상 결렬이란 뜻의 Dead lock이란 용어 자체를 쓰지 않는다. 왜일까? 협상 결렬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북미 협상은 Dead lock 상황이 아니라, Impasse(교착) 상황이라고 한다. , 협상 초기에 협상의 판세를 유리하게 세팅하기 위해 특정 협상의제나 조건에 대해 의도적으로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거나,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과도한 조건을 요구하며, 이에 대해 당연히 수용 거부를 표시하는 상대의 비타협적 협상 태도를 문제 삼아 협상 진행을 무산시키는 Avoiding(회피적) 협상전략의 하나이다.

 

 

5월25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미 정상회담 무산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 박정훈 기자)

 

트럼프가 6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취소한다고 하면서 타이밍이 맞지 않다라고 얘기한 부분이라든지, 백악관 관계자가 로이터통신에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인내의 한계였으며 정상회담을 취소하게끔 했다고 언급한 것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협상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며, 취소 이유가 한마디로 기분 나빠 못하겠다인데, 이러한 상황은 결코 협상 결렬의 충족조건이 되지 못한다. 즉 협상 결렬이 아닌 것이다. 또한 마음 바뀌면 연락하라라는 트럼프의 마지막 코멘트를 보더라도 협상의 결렬로 볼 수 없다.

 

공격적 협상경향(Competing Style)이 극도로 강한 미국의 트럼프와 북한의 김정은이 협상초기 서로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결렬불사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번 한 방송사 인터뷰 때 얘기한 것처럼, 트럼프로선 미국이 질질 끌려가는, 즉 밀리는 상황이라 한번은 결렬 선언을 통한 Power Balance 확보를 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상호 물밑 조정과정을 거친 후 북미는 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을 반복해 갈 것이다.

 

아직까지는 612일 북미 회담 성사는 여전히 가능하다. 하지만 약간 지연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시설을 파괴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북미 회담 무산을 어떻게든 돌파하여 회담을 성사시키려 할 것이다. 즉 미국으로선 유리한 고지를 탈환했기 때문에 회담에 임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아직 각자의 협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김정은은 핵미사일을 폐기하지 않고 갖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트럼프는 아직까지 김정은의 협상목표인 체제인정 및 안정, 경제지원 을 약속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미 협상은 결렬되지도 않았고 무산된 것도 아니다. 재개 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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