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한반도에 지방선거 판세 반전에 또 반전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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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문 대통령 또 쇼 시작했다”…‘깜짝’ 남북 정상회담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24일)과 번복(25일),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26일) 소식과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27일). 한반도 정세가 연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자, 여야의 표정 또한 계속해서 엇갈리며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특히 이 모든 상황이 6·13 지방선거를 불과 3주도 안남기고 벌어진 터라, 정치권은 선거에 가져올 파장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27일 오전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여야 각 당에선 즉각 환영과 지지 입장을 담은 공식 논평을 내놓았다. 특히 한때 트럼프발(發) 돌발 악재를 만나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더불어민주당은 환영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북핵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된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표를 행사할 것이라는 판단에 한껏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에서도 문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의 중재 외교에 공세를 가했던 바른미래당 역시 일단은 남북 정상 만남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셈법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자칫 한반도 평화 국면에 발목을 잡는다는 역공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한반도 정세 변화에 롤러코스터

 

문 대통령의 회견 직후 유일하게 어떠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자유한국당은 취재진들에 오후 4시 홍준표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 것이라는 사실만 전달했다. 홍 대표는 4시 간담회를 열기 전 서울 노원구 강연재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어제 갑자기 문 대통령이 또 쇼를 시작했다”며 “30년 이상 내려온 북핵을 한바탕 쇼로 정리하려는 것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하는 오로지 지방선거용”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여의도 당사에서 예정대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당의 입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홍 대표는 "저와 한국당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남북 정상의 만남을 환영한다"며 남북 정상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말로 운을 뗐다. 그러나 이내 "남북 정상이 얼싸안은 감상적인 겉모습만으로 냉혹한 한반도의 현실을 덮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이처럼 다급하게 남북 회담에 나선 건 북핵 폐기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의지와 중국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그는 “어제(26일)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모호한 표현의 반복 외에 북핵 폐기와 관련된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실의 순간이 드러날 것이고, 우리가 요청한 7대원칙에 따라 완전하고 영구적인 북핵 폐기가 이뤄지도록 미국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지켜줄 것을 다시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2차 남북 정상회담 설명을 위한 기자회견이 생방송으로 중계되자 시민들이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한국당, 사전투표 독려가 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6월12일로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에 따라 전 접전 지역의 판세가 다소 달라질 수 있을 거란 분석과, 여당이 우세한 현 상황에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엇갈려왔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선 24일 밤 미국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며 한껏 목소리를 키웠다.

 

자유한국당은 “외교안보 참사”라며 문재인 정부 외교 라인의 전면 교체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회담 취소 발표 이튿날인 5월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운전자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근거 없는 낙관론과 장밋빛 환상에 취해있는 동안 현실은 냉정하게 움직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도부 뿐 아니라 개별 의원들도 각각 논평을 내 정부에 역공 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내 회담 취소의 뜻을 번복하면서 정부의 외교 행보를 평가절하했던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다소 무색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당은 지지층들에 6월8일과 9일 진행되는 사전투표에 참여하도록 연일 독려하고 있다. 이유는 북·​미 정상회담 성과 관련 보도가 6월13일 오전까지 이어져 한국당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걸 막으려는 의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세가 기운 한국당 입장에선 북·​미 회담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이 다소 떨어진 사전투표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여당에 유리한 평화국면이 굳어지는 분위기인 만큼,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나 경제·​민생 문제에 더욱 집중해 공세를 키워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2차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정부 외교 행보에 강한 비판을 쏟아낸 홍 대표의 입장이 향후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홍 대표는 올해 초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무렵부터 ‘위장평화쇼’라고 표현하는 등 꾸준히 정부의 외교 행보를 평가절하 해왔다. 하지만 당내 일부 지방선거 후보들 사이에서 “홍 대표 발언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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