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씨, 북한군 ‘73광수’ 지목한 지용씨에 막말 글 논란
  • 광주 = 조현중 기자 (sisa612@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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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씨, 자신의 누리집서 5·18 참가자 지용씨 공격

극우 보수 논객 지만원씨가 자신이 지목했던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제73광수’가 왜곡 날조라고 증언한 광주시민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지만원씨는 5월23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누리집에 최근 1980년 항쟁 당시 시민군 출신으로 ‘자신은 제73광수가 아니다’고 증언한 지용씨(76)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 같은 사실은 한 지인이 확인하고 1980년 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한 지용씨(76)에게 전날 오후 8시 37분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알려졌다고 5월27일 5·18기념문화센터는 밝혔다. (시사저널 2018년 5월21일자 ‘지만원씨가 지목한 북한군 제73광수가 나타났다’ 기사 참조)


5·18 당시 광주시민을 북한 특수군 ‘제73광수’로 지목한 보수 논객 지만원씨(왼쪽)와 지만원씨로부터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당한 지용씨(오른쪽) ⓒ5·18기념문화센터

 

지만원 “반공인사 지갑종씨 이름 더럽히지 말라”

 

지만원씨는 ‘지용, 반공인사 지갑종씨 이름 더럽히지 말라’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지용씨 집안의 항일·반공이력 등을 언급하며 일부 언론과 지용씨를 싸잡아 비난했다. 지난 21일 5·18기념문화센터를 찾아 “지만원씨가 책자에서 지목한 ‘광수73’이 자신”이라고 지용씨의 증언이 나온 지 이틀 만이다. 

 

지만원씨는 장문의 카톡 글에서 우선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겨냥했다. 그는 “빨갱이 언론들이 일제히 지용이라는 인간을 내세워 5·18이 양아치들의 잔치가 아니라 노블리스 오블레주 세력이라고 채색한다”고 글을 시작한 뒤 “지용은 나이들어 해프게 놀아나지 말고 조상과 형님의 명예를 지키지 바란다”고 끝맺으면서 시사저널 기사 주소(URL) 등을 첨부했다. 

 

지만원씨는 “빨갱이들은 언제나 5·18이 기층세력(양아치 계급)에 의해 주도됐다고 선전해 왔고, 수많은 기록들에 그렇게 남겨져 있다”며 “내가 하도 ‘양아치 폭동’이라 하니까 이번에는 부잣집 자식 지용이를 낚아 민주화 운동에는 부호도 참여했다고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지씨는 또 “지용은 지응현씨의 손자이고 지갑종씨(91)의 친동생인데 지응현씨는 호남의 부호로 손꼽혔고 지갑종씨는 반공인사로 여의도 넓은 공간에 6·25때 사용했던 각종 비행기 등 전쟁 장비를 수집, 전시했던 반공부자였다”고 밝혔다. 또 “지갑종씨는 제11~12대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했다”며 “전두환에 픽업돼 2대에 걸쳐 전국구 국회의원을 했던 빨갱이 불구대천의 원수 집안”이라고 덧붙였다. 

 

지씨는 이어 “그(지용씨)가 나를 고소하는 건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그가 할아버지와 형의 얼굴에 먹칠을 한 후레인간이라는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라며 “나는 지갑종씨를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는데 지갑종씨의 동생이 어떻게 이토록 덜 떨어질 수 있는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지용씨 친형 등의 항일 ·반공 이력을 언급하면서 지용씨를 비난한 지만원씨의 글은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언론을 빨갱이로 몰아 지씨를 분리시켜 추가 폭로 등을 막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지만원 씨가 23일 오후 자신의 누리집에 올린 게시물에서 ‘자신은 제73광수가 아니다’고 증언한 지용(76)씨를 비난하며 시사저널 기사 주소(URL) 등을 첨부했다. 사진은 한 지인이 캡쳐해서 지용씨에게 보낸 카톡 문자메시지 ⓒ5·18기념문화센터

 

지용씨 “반성할 줄 모르는 지만원에 화 치민다”

 

지만원씨는 지용씨가 증언한 내용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헬기사격을 대낮에 보았다는 것, 대검으로 사람을 찔렀다는 것, 27일 새벽에 집으로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는 것, 이 세 가지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그의 얼굴은 제73광수일 수 없고,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그의 코가 돼지코를 빼닮은 들창코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또 “5월27일 새벽은 계엄군이 쳐들어온다며 모두가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던 순간이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던 그 순간에 옷을 갈아입으러 집으로 갔다는 것은 코미디”라며 “지용은 나이 들어 헤프게 놀아나지 말고 조상과 형님의 명예를 지키기 바란다”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지용씨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반성할 줄 모르는 지만원에게 화가 치민다”면서 “만나서 뺨을 후려치고 싶다“고 주말 저녁 황당한 메시지를 받은 심경을 5·18기념문화센터를 통해 밝혔다. 

 

임종수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은 “지만원씨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을 북한군으로 날조한 사실마저 부인하며 이처럼 비난 글을 공공연하게 올릴 수 있는 것은 미약한 처벌법규때문이다“며 ”유럽의 ‘홀로코스트 법’처럼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1980년 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한 지용씨는 시민군 참여 이력을 38년간 함구했지만, 지만원씨로부터 북한 군인으로 지목당한 사실을 최근에야 알고 5·18기념문화센터를 통해 공개증언에 나섰다. 지만원씨의 말처럼 지용씨는 일제강점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붕남 지응현 선생의 친손자이자 지갑종(91)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의친 동생인 것으로 전해져 그의 가족사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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