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의 창조적 혁신가들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5 10:35
  • 호수 1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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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응용 통한 모델링으로 선도기업 앞지른 사례 많아

 

여러 논문을 종합해 보면 전 세계 비즈니스 모델의 97.5%는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 혁신보다 모방이 훨씬 많다는 점은 조사해 보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시장에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는 대체로 1명의 창조적 기업가로부터 시작되지만 유사한 상품은 셀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기술 기반 서비스업으로 급전환되고,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가정신 덕분에 창조적 기업가들이 오픈소스로 내놓으면서 모방은 대세가 됐다. 하지만 굴뚝산업 시대에도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고 원천기술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응용을 통한 모델링으로 선도기업을 앞지르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코카콜라는 모든 탄산음료나 청량음료의 시발점이다. ⓒAP연합·pixabay
 

 

탄산·청량음료의 시발점은 코카콜라

 

코카콜라(Coke)가 없었다면 펩시콜라(Pepsi)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며, 피자헛(Pizza Hut)이 없었다면 도미노피자(Dominos)는 오늘날의 영광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디다스(Adidas)가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았다면 푸마(Puma)라는 브랜드는 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블랙베리가 아니었다면 아이폰이, 모토로라가 없었다면 삼성이 오늘날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을까?

 

먼저 애플(Apple)과 구글(Google)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중 있는 브랜드 코카콜라(Coke)를 보자. 전 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하루 평균 18억 개 이상이 팔리는 코카콜라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존 펨버튼(John Pemberton) 대령이 부상의 고통을 덜어줄 모르핀을 대체하기 위한 연구를 지시한 데서 시작됐다. 그는 프랑스 코카와인 ‘빈마리아니(Vin Mariani)’에서 영감을 얻어 스페인 음료 ‘콜라코카(Kola Coca)’를 기반으로 지금의 코카콜라를 만들었다. 

 

코카콜라를 ‘미러링(Mirroring)’해 나온 펩시(1898년)와 환타(1940년)에 이어 소다(Soda)와 사이다가 출시됐다. 이후 칵테일용으로 특화된 크림소다(cream soda)를 거쳐 여성을 목표고객으로 한 롯데칠성의 ‘밀키스’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탄산수와 탄산수 제조기까지 인기 제품 반열에 올려놓았다. 사실 가정용 탄산수 제조기는 나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다. 1987년에 이스라엘 업체인 소다스트림(Sodastream)의 아시아 총판인 홍콩지사에서 수입해 유통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다. 어쨌든 탄산음료나 청량음료의 시발점은 코카콜라였다.

 

도널드 캔들 펩시콜라 공동창업자 ⓒAP연합​


 

익히 알려졌지만 국산 발효조미료 1호라 일컫는 ㈜대상의 ‘미원’도 그중 하나다. ‘맛의 원소’라는 의미인 미원은 1908년 동경제대의 이케다 기쿠나에(池田菊苗) 박사가 다시마의 성분에서 글루탐산나트륨을 발견하고, 아지노모토(味の素)사가 ‘味精’이라는 브랜드로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이다. 미원을 미러링한 CJ제일제당의 ‘미풍’이 뒤를 이었고, ‘다시다’와 자연조미료 ‘산들애’ 등에 이르기까지 ‘미원’은 후속 제품 모델링(Modeling)의 단초를 제공했다.  

 

공기청정기(air purifier)는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영국에서 개발됐다. 당시 에너지원은 주로 목탄이었기 때문에 연기 제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신제품들이 그랬듯이 공기청정기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당시 수입업자는 “64년 도쿄올림픽과 88년 서울올림픽을 동일선상에 두고 해석하면 타이밍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던 기억이 새롭다. 실제로 공기청정기는 도쿄올림픽 직전인 1962년 일본에 도입됐고, 우리나라에도 서울올림픽 직전인 87년에 들어왔다. 올림픽을 전후해 양국이 고도 성장기였으며 GDP도 한·일 간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1990년경부터 많이 팔리기 시작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수입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공기청정기 시장이 처음 열린 계기를 보면 향후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처음에는 목탄 연기 정화가 목적이었지만, 소방관의 유해가스 예방, 방사성 오염물질 통제 등으로 ‘모델링’해 왔다. 일본에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급속도로 전파된 것처럼 우리나라는 미세먼지가 공기청정기의 소비를 이끌어가고 있다. 지금은 LG, 삼성, 위니아에서 중국의 샤오미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업에서 맞춤형 기능으로 생산하고 있다. 

 

 

미국 슈퍼마켓 미러링한 렉서스 생산 시스템 

 

전략에서도 미러링은 예외가 아니다. 특히 서로 다른 이업종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면 금상첨화다. ‘렉서스(Lexus)’로 더욱 유명해진 ‘도요타(Toyota) 생산 시스템은 슈퍼마켓에서 힌트를 얻었다. 1943년 도요타에 입사해 CEO에 오른 오노 다이이치(大野耐一)는 회고록에서 “미국 슈퍼마켓의 구조를 듣고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생산한다’는 JIT(Just in time) 생산 시스템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슈퍼마켓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이렇듯 모델링을 통해 전혀 다른 시스템을 창안해 낸 것이다. 

 

다시 한번 되새김해 보자. 아디다스나 푸마가 없었다면 요가복의 대명사가 된 ‘룰루레몬(lululemon)’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룰루레몬이 없었다면 빅(Big) 요가복 중견기업인 엑티브에고(active-ego)를 제니퍼 제임스(Jennifer James)가 창업할 수 있었을까? 

 

이처럼 선도기업 모델을 모방하는 것은 창조만큼이나 중요하다. 비즈니스 모델 미러링은 크게 네 가지 점에서 선도기업에 비해 유리하다. 첫째, 아이디어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점, 둘째 선도기업의 관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셋째 선도기업이 멈춘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첨단기술이나 상품을 출시한 후 주류시장으로 진입하기까지의 사이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현상 즉, ‘캐즘(Chasm)’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점 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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