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은 단순한 두 나라의 비핵화 협상이 아니다
  • 박상기 한국협상학회 부회장(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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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전문가 박상기의 ‘북·미 정상회담 관전법’ 2탄···동북아서 미·중·러 그리고 한국 ‘4강’ 체제 만들어야

“6월12일 북·미 회담은 결렬된 게 아니다. 왜냐하면 협상은 시작도 되지 않았으며, 북·미는 각자의 협상 목표를 아직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개 안 하는 게 이상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회담 취소’ 서한 보도 직후인 지난 5월26일 필자가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북·미 협상은 결렬이 아니라 교착 상황이다’ 기사 참조)의 분석과 예측이 다행히 거의 맞아가는 상황이다.

 

필자는 2013년에도 외롭게 북·미 회담 가능성을 예측 했었다. 협상은 상황분석을 통한 협상상대의 진의 파악과 행동예측이 관건이다. 결코 쉽지도 마음 편한 일도 아니다. 특히, 외교공직자도 아닌 일반인 신분이라 국가정보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고, 언론인도 아니라서 별다른 정보소스도 없는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가용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한 후, 협상정보 분석 체계에 맞춰 꼼꼼히 분석하는 지루하고 고단한 방법 외엔 없다.

 

하지만 협상에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첨예한 협상에 운이나 우연을 바라는 것은 협상 아마추어에게도 금기이다. 협상에서 예측 오류는 협상 전략의 부실로 이어져, 결국 협상의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다시 이 지면을 빌려 예측하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1일 전화 통화를 하고 최근 남북 대화와 북·미 비핵화 대화 문제를 논의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북·미, 큰 틀의 합의 선언하는 축포 터뜨릴 것

 

이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은 큰 틀에서의 포괄적인 합의를 선언하는 축포를 세상에 보란 듯이 터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회담개최 무산이나 회담의 결렬은 북·미가 진정 원하는 게 아니다. 이유는 분명하다.

 

CVID를 조건으로 내걸며 북한의 완전비핵화를 회담의 주의제로 삼은 데서 알 수 있듯, 북한 핵미사일의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 백지화가 미국의 최우선 협상 목표이다. 이 시급하고 중대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북·미 회담을 트럼프는 결코 무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북·미 회담에서 세상이 놀랄 만한 외교적 성과를 달성하고 전세계 주요언론의 헤드라인을 자신의 승리의 환한 미소로 장식하고 싶어 하는 트럼프에게 미국의 정치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실 트럼프에게 가장 골치 아픈 협상 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니라, 오히려 비핵화에 따른 반대급부적 보상으로 김정은에게 주기로 한 체제안정, 경제개발 지원 등에 대해 ‘선(先)완전비핵화 후(後)보상’이란 원칙을 트럼프에게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회가 더 골치 아픈 협상 상대이다. 

 

또한 과열되고 있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무역전쟁 및 군사적 대립상황을, 북·미 회담에 올인 중인 김정은과의 회담과 연결시켜 상황 호전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게 트럼프의 목표다. 동시에 시진핑 길들이기까지 꾀하고 있는 트럼프로선 이번 북·미 회담이 자신이 계획한 대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진행되고 성공적으로 끝이 나야 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트럼프에게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진한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북·미 회담 이후 이어져야 할 ‘종전선언’ 관련 주변국과의 외교협상, 북한과의 구체적 비핵화 진행 방안 협상, 북한에 대한 미국 주도의 국제적 제재 철회, 북·미 간 국교수립 논의, 그리고 석유 등 북한의 막대한 천연자원을 둘러싼 북한의 경제개발 사업 지분 협상 등을 생각한다면, 북·미 협상은 격동의 국제협상의 시작이지 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 즉 중재협상이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북·미 협상의 중심위치로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숙제가 급한 상황이다.

 

 

북·미 회담 이후 고난도 외교협상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어

 

북한의 체제안정이 우리의 협상목표가 아니라 자주적이고 완전한 남북통일의 토대를 닦고, 통일비용의 상당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북한경제개발의 막대한 지분을 우리 남한이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중국 패싱’, ‘일본 패싱’, ‘러시아 패싱’을 달성해야 한다. 심지어 미국의 과도한 지분 역시 현명한 협상을 통해 적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어해야 하는 고난도의 외교협상들이 우리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

 

더 나아가, 한반도 전체의 미국 및 중국 공동 수교 상황이 도래함에 따른, 동북아에서의 미·중 군사외교 관계의 새로운 정립이 우리의 국익과 국격을 최대한 신장할 수 있는 외교합의로 이끌어 내야 하는 것도 지금부터 착실하게 다듬어 가야 하는 중대 사안이다. 왜냐하면 세계 최강국 미국, 막강한 G2의 한 축인 중국, 군사대국 러시아, 그리고 새로운 경제 및 군사대국으로 거듭나는 ‘합체된 남북한’이라는, 거대 군사·경제 강국들이 국경을 직접 맞대게 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거대 4강은 적대관계가 아니라, 군사·경제 외교적으로 상호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정학적으로 특수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평화가 정착된 한반도의 통일 한국이 지난 70년을 이끌어 온 미·중·소(러시아) 3대 슈퍼파워와 더불어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에서의 평화협력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전세계는 아닐지라도 이 3강대국이 대립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최소한 격한 군사적 대립은 약화되고 협력관계로 전환되는 놀라운 평화모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회담은 미국과 북한의 단순한 비핵화 외교협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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