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내정자 자질 논란에 또 체면 구긴 대우건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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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8일 임시 주총서 김형 전 삼성물산 부사장 선임 여부 결정

 

‘건설 명가’인 대우건설이 흔들리고 있다.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김형 전 삼성물산 부사장(이하 김형 사장)의 자질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다. 대우건설 노동조합도 그 동안 김 사장의 선임 반대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노조가 6월7일 김 사장과 면담 직후 입장을 선회하면서 큰 산을 넘기는 했지만, 적지 않은 생채기를 입어야 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최근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전임 박창민 사장이 최순실 사태에 연루되면서 지난해 8월 자진 사퇴했다. 박 전 사장은 2016년 8월 취임하기 전부터 낙하산 논란이 적지 않았다. 특정 정치인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선임을 강행했다가 1년 만에 파국을 맞은 것이다. 이후 대우건설은 송문선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나 회사가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매각건 역시 송 직무대행이 총대를 맸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모로코 사피화력발전소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본부장급 임원 6명이 최근 대우건설을 떠났지만, 분위기는 호전되지 않았다. 

 

김형 전 삼성물산 부사장은 최근 대우건설 사장에 내정됐지만 자질 논란이 계속되면서 적지 않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뉴시스


 

노조 설득해 큰 산 넘었지만 자질 논란 여전

 

‘건설 명가’ 재건도 필요했지만,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신임 사장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새 사장은 내부사정 잘 알면서 쇄신할 수 있는 ‘판관 포청천’ 같은 사람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추위는 헤드헌터를 통한 공모 방식으로 사장 후보자를 추렸고, 38명이 사장 후보에 응모했다. 김 사장은 5월24일 이석 전 삼성건설 부사장과 양희선 전 두산건설 부사장, 현동호 전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 등 최종 후보에 오른 인사들을 체치고 대우건설 신임 사장에 내정됐다. 

 

하지만 사장의 경영 능력이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그 동안 끊이지 않았다. 김 사장은 1956년 생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토목과를 졸업했다.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20년 넘게 국내외 공사현장을 누볐다. 문제는 2003년 현대건설 상무로 재직할 당시 광양항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 과정에서 김 사장이 발주처에 뇌물을 주다 구속된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사추위나 대우건설 측은 “김 사장이 당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무혐의가 인정돼 기소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김 사장이 당시 긴급 체포돼 광주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적이 있다”고 맞섰다. 구치소에서 김 사장을 직접 면회하고 왔다는 내부 진술도 나왔다. 신임 사장 공모 자격 요건 중 하나가 도덕성 및 윤리성이 검증되고, 대규모 부실책임 유무 등에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김 사장은 2011년 삼성물산으로 옮겨 시빌(Civil) 사업부장(부사장)을 지냈다. 시빌 사업부장은 사업부 내 영업본부와 엔지니어링본부, PM본부 등을 총괄하는 자리다. 김 사장은 2015년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수주금액만 58억 호주달러(한화 6조5000억원)로, 당시 국내 건설업계가 따낸 해외 자원 인프라 공사 중 최대 규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8700억원의 손실을 냈다. 김 사장이 이 사업의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경영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는 삼성물산에서 별도 조직으로 운영된 만큼 후보자는 전결 책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입수한 김 사장 내정자의 이력서에 따르면,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는 김 사장 내정자가 직접 수주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는 점에서 ‘꼬리 자르기’ 논란이 일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63억 호주달러를 써낸 포스코건설-STX중공업 컨소시엄과 달리 삼성물산은 당시 58억 호주달러로 제시해 공사를 낙찰 받았다”며 “저가 수주를 통해 손실이 난 만큼 어떤 식으로든 김 사장이 책임을 피해나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은 결국 주주들의 손에 넘어갔다. 김 사장은 6월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대우건설 사장에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사장 선임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50.7%를 보유하고 있다”며 “표대결로 가더라도 산은이 이기는 만큼 김 사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동안 사장 선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던 대우건설 노조가 6월7일 입장을 선회하면서 6월8일 임시주총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잇딴 잡음으로 대주주 산은도 도마 위   

 

대우건설 노조도 6월7일 입장을 선회하면서 김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6월5일 열린 김형 신임 사장 후보자와 공식 면담을 진행한 결과 그동안 노조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사항은 후보자의 해명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며 “사전에 계획했던 결의대회 및 조합원 대회를 통한 임시주주총회 무산 등은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사장이 공식 취임해도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를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한 상태다. 무엇보다 산은의 투명하지 못한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직원들도 5월23일 ‘대우건설 임직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사장 선임 절차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접수한 바 있다. 직원들은 탄원서에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이라는 고래를 호반건설이라는 새우에 졸속 매각해 실패하더니, 이번에는 밀실야합으로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산업은행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한때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전영걸 산업은행 부행장을 형사 고발하는 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공모 취지와 달리 사추위 자체가 산은 주도로 진행된데다, 후보자 선임 과정 또한 여론이나 외부 검증 없이 밀실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는 과거 박창민 전 사장이 퇴임할 때도 책임을 물어 산은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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